[경매로 세상얻기] 3% 경매시장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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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경매시장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더불어 경매법정에서 떠났던 투자자들이 낙찰가율 저점이라는 인식과 일반 부동산시장의 국지적 상승에 힘입어 속속 경매시장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시장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위기국면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 낙찰가율이 급등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격이나 입지 및 호재가 있는 물건을 중심으로 수십명 이상씩 경쟁이 붙고 감정가 이상에서 낙찰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분명 지난해 하반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지금까지 관망세를 유지해왔던 투자자들이 MB정부의 전폭적인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저가매물, 유망지역, 미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그러나 실물경기가 뒷받침되지 않는 인위적 경기부양은 임시처방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듯 요즘의 국지적 상승세 또한 부동산시장을 전반적으로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시장은 말하고 있다. 시장이 불안하고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투자는 입지경쟁력이 있는 지역의 물건을 가급적 싸고도 더 싸게 취득해야 함을! 그렇게 해야 최악의 상황에서도 투자원금까지 까먹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이다.
부동산을 가급적 싸게 취득한다는 것은 결국 급매물이나 경매를 통해 취득하라는 얘기지만 최근 강남권이나 버블세븐지역을 중심으로 그간 아파트값이 떨어졌던 폭 만큼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실물경기 침체만 아니면 그 회복세가 전반적인 대세로 굳어질 참이다. 급매물도 다시 거둬들여지고 있어 일반시장에서 급매물 찾기도 어려워졌다.
결국 경매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지만 경매시장이라고 어디 그리 녹록할까? 권리 및 임대차관계, 명도문제 등으로 인한 경매취득의 복잡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연간 경매인파가 70만명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많은데 비해 경매시장은 이들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극히 미미한 시장이라는 점이 경매취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반 매매시장과 대비하여 경매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물건수나 시가총액 파악이 용이한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번 살펴보자.
2008년말 기준 전국소재 아파트 시가 총액은 1655조3047억원. 반면 지난해 경매진행된 감정평가액 총액은 11조9647억원으로 시가 총액의 0.72%에 불과하다. 경매물건이 한창 쏟아져 나왔던 2005년 당시 아파트 감정평가액은 시가 총액 대비 0.84% 수준까지 확대됐으나 이 때에도 1%를 넘지는 못했다.
경매물건 규모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말 기준 전국 소재 아파트 총 가구수는 663만9천가구인데 반해 경매진행된 아파트는 총 7만4337건으로 일반아파트 규모의 1.12%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경매물건이 쏟아졌던 2005년에 전체 가구수 대비 2.22%까지 증가하였으나 이후 경매물건 급감으로 2007년 한때 1.01%까지 규모가 축소되었다.
입찰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제 거래시장 규모는 어떨까?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한해 동안 거래된 아파트 거래건수는 88만9천건. 반면 같은 기간 낙찰된 경매아파트수는 2만5500건으로 일반 거래건수의 2.87%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경매물건이 많았던 2005년에 낙찰건수는 전체 거래건수 대비 4.46%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경매물건이 급감하면서 낙찰건수도 대폭 줄었다.
낙찰건수로 보면 감정평가액이나 경매물건 규모가 일반시장 대비 1% 내외인 것에 비해 3배에 가까운 규모를 보이고 있지만 어찌됐든 경매시장은 2008년말 현재 기준 일반시장의 3%, 경매물건이 2005년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다고 해도 5%를 넘지 않는다.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경매수요에 비해 참으로 먹을 것(?) 없는 빈약한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3% 수준의 경매시장을 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가격경쟁력이다. 한동안 경매시장은 감정가 또는 시세를 웃도는 수준의 높은 낙찰가율로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특히 연립ㆍ다세대 낙찰가율이 평균 110%를 넘으면서 전통적으로 싸다는 인식을 무색케 할 정도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고, 경쟁이 치열하여 낙찰받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로 그렇게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수도권 연립ㆍ다세대 낙찰가율이 2개월 연속 70%대에 머물고 있다. 어디 연립ㆍ다세대 뿐이랴! 아파트,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은 물론이고 상가, 공장, 토지 할 것 없이 모든 종목이 저점을 형성했다고 봐도 좋을 만큼 낙찰가율이 떨어져 있다.
가격측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생긴 셈이다. 향후 시세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지금이 바로 그간의 숨고르기를 끝낼 최고의 매수타이밍이라고 볼 수 있다.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경매의 전통적인 이점(利點)이 요즘처럼 열외종목 없이 딱 맞아 떨어지는 때가 어디 그리 쉽게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나 더 든다면 일전에 필자가 얘기한 바 있듯 진성매물이 실시간 경매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경매시장은 매매시장의 극히 일부를 구성하고 있지만 경매시장에는 매년 2만5천건 이상(2008년 기준)의 신규 아파트물건이 유입되고 있다. 유입되는 물건도 일반매매시장에서 제공되는 정보와 달리 100% 진성매물이다. 비록 일반 거래시장의 3%에 불과하지만 그 보다 2배, 3배 이상의 가치를 형성하고 있는 시장이라 평가해도 좋은 이유다.
진성매물에 대한 정보 확인이 실시간 가능하고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기본적인 논리가 통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작지만 강한 경매의 매력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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