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을 사서 이전등기받지 않은 채 단기간에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미등기전매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매수인에게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가치를 과대평가하게하여 매도한 관련자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수원지방법원 2009. 1. 13.선고 2007가합23114 손해배상청구사건이다. 토지의 경우 가격이 정확치 않아 시세를 부풀린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배상책임이 인정되었다는 점, 시세를 속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법적인 쟁점이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이 판결의 특징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사안을 다소 간략화한다).
■ 사안의 개요
가. 피고 노00은 2005. 4. 1. 김**으로부터 화성시 서신면 00리 757 답 7,090㎡(약 2,144평, 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매매대금 3억 4,000만 원에 매수하고 김용#은 2005. 4. 22. 피고 노00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4억 5,000만 원에 다시 매수하였다.
나. 원고는 2005. 4. 28. 김용#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중 500평을 매매대금 1억 5,000만 원에 매수하고 2005. 5. 4. 김용#에게 계약금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하였는데, 김용#이 원고에게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함에 있어서, 피고 김정@은 위 김**이 급매물로 싸게 내놓은 사실도 없고 당시에는 이 사건 부동산 옆으로 4차선의 직선도로가 확장될 계획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6억원이면 주변시세보다 평당 7만원 이상 싼 것이며, 이 사건 부동산 옆으로 4차선의 직선도로가 확장될 것이어서 땅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거짓말하였고, 원고는 이에 속아서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그 후 김용#과 피고 김정@은 2005. 5.경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하면 그 매매대금을 5억 5,000만 원으로 5,000만 원 싸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를 권유하였고, 피고 노00 역시 2005. 5.경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를 의뢰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자신이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를 의뢰받았는데 자신이 애써서 매매대금을 5억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 깎아서 5억 4,000만 원에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게 하였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원고로 하여금 원고가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전부를 매매대금 5억 4,000만 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하였다.
라. 원고는 피고들에게 매매대금 합계 5억 4,000만 원을 모두 지급하였으며, 피고 김정@은 원고로부터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지급받았다.
마. 이 사건 부동산은 2005. 6. 23. 김**로부터 피고 김정@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2006. 1. 6. 원고 명의로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바. 그런데 피고들은 위와 같이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한 것과 관련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기소되어 2007. 5. 18. 수원지방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고(수원지방법원 2007고합7**호), 피고 노00은 이에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되어(서울고등법원 2007노12** 모두 확정되었다.
사.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계약체결일인 2005. 5. 20. 당시 시가는 2억 9,778만 원(7,090㎡×42,000원/㎡)이었다.

■ 법원의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하여 원고가 피고들의 사기행위로 인하여 입은 손해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 시가의 차액
일반적으로, 부동산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매수인을 기망하여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수하게 하였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입은 손해는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0. 2. 26. 선고 79다1746호 판결 참조),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그 시가 차액 상당액인 금 2억 4,222만 원(원고의 매수가격 5억 4,000만 원-이 사건 부동산의 2005. 5. 20. 당시 시가 2억 9,778만 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중개수수료
원고는, 피고들이 연대하여 원고가 피고 김정@에게 지급한 중개수수료 2,000만 원 역시 피고들의 사기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이므로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원고가 비록 피고들의 사기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게 된 것이기는 하나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토지를 반환할 의사가 전혀 없음이 기록상 명백한바, 원고가 2005. 5.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함에 필요한 정당한 중개수수료 상당액은 원고가 지출하였어야 할 금원으로서 이를 가지고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가 지급한 중개수수료 2,000만 원에서 위 정당한 중개수수료 상당액은 공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연대하여 금 17,319,980원{원고가 지급한 중개수수료 2,000만 원-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상 정해진 중개수수료 2,680,020원(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 2억 9,778만 원×9/1000)}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위자료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여 전원주택을 지어 요양을 하게 하려고 하였으나 피고들의 기망으로 인하여 전혀 집을 지을 수 없는 토지를 매수하였고, 피고들에 대한 형사고소 및 재판과정에서 수사기관 및 법정에 제출할 증거의 수집, 증인으로 출정 등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이로 인하여 원고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이므로, 피고들이 연대하여 이를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으면 그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는데,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다. 피고들의 면책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가 매수한 가격이 적정하다는 주장
피고들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이 사건 부동산 옆으로 4차선 도로가 개설될 예정이어서 이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라는 사정을 원고에게 설명한 후에 매매가격을 5억 4,000만 원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가격을 속인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피고들이 주장하는 도로확장공사 사업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체결일인 2005. 5. 20.보다 1년쯤 뒤부터 착수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당시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것이 명백한 이 사건에서 그 가격이 적정한 것이라는 피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고 노00의 면책 주장
피고 노00은, 자신은 미등기 상태에서 김용#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전매한 행위에 대하여 처벌받은 것이므로, 피고 노00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공동으로 원고를 기망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함으로써 그 매매대금 및 중개수수료를 편취한 행위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확정된 이상 피고 노00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
피고 노00은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현 시세는 7억 원에서 9억 원에 달하고 있어, 이 사건 변론종결 당시 기준으로는 원고가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원고가 피고들의 사기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후 이 사건 부동산의 가격이 상승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 노00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피고 노00은,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가 사기에 의한 것이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발생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취소하여 이를 김용#과 피고 김정@에게 반환하고 그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들의 이 사건 부동산 매매행위가 사기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이상 피해자인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하여 그 계약을 취소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전제로 한 피고 노00의 위 주장도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원고의 중과실 주장
피고 노00은,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자로서 시가 등에 대하여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원고에게 중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 체결 당시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피고들에게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 노00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피고 노00의 위 주장을 과실상계에 관한 주장으로 선해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과실상계를 주장할 수는 없다.
<참고판결>
■ 대법원 1980.2.26. 선고 79다1746 판결 【편취금반환】
피고가 매수한 부동산이 개발제한 구역으로 결정되어 가격이 떨어지고 매수하려는 사람도 없어 상당한 가격으로 현금화하기가 어려운데도 원고에게 바로 비싼 값에 전매할 수 있다고 기망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는 불법행위로 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는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싯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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