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콧대 높던’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들이 경매시장에 줄지어 나오면서 경매법정이 연일 후끈거리고 있다. 호경기 때 무리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뒀던 강남권 투자자들이 부동산 경기침체와 금리 상승을 견디지 못해 법원으로부터 강제매각 처분되면서 경매시장의 주요 물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 등 강남권 주요 아파트 경매물건이 입찰에 부쳐지는 서울중앙지법 본원에서는 매주 1~2회씩 경매 시장이 열린다. 한번 경매가 진행되면 500명 이상이 경매 법정을 꽉 채우며 인산인해를 이룬다.
입찰장 내 165개 좌석이 모자라 복도까지 투자자들이 길게 늘어서 법정에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입찰서류를 받기 위해 장사진을 친다. 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값싸게 사면 투자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규제 완화 예고와 함께 강남권 아파트가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집 값 상승을 기대하는 실수요자들이 강남권 아파트 투자에 가세하면서 경매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2회 이상 유찰해 감정가의 64%대 경매물건은 최대 30명 이상이 몰려 낙찰가율 80%를 훌쩍 넘겨 강남권 아파트의 인기를 여전히 실감할 수 있다.
3월 들어 강남권 아파트 입찰경쟁이 뜨겁다. 지난 3월 4일 중앙지법 경매9계에서 입찰에 부쳐졌던 서초구 잠원동 현대훼밀리아파트 84㎡는 감정가 6억8000만원에서 2회 유찰해 최저 매각가 4억3520만원으로 떨어졌다가 입찰 당일 무려 29명이 몰려 감정가의 83%인 5억6441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날 입찰에 부쳐졌던 서초구 서초동 서초한신리빙타워 47㎡는 감정가 2억5000만원에서 2회 유찰된 후 최저 매각가 1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이 날 19명이 입찰경쟁을 벌여 감정가의 82%인 2억730만원에 낙찰됐다.
3월 10일 중앙지법 경매6계에서 입찰에 부쳐졌던 강남구 논현동 토미 148㎡는 감정가 8억 원에서 2회 유찰된 후 최저 매각가 5억1200만원에 입찰에 부쳐져 당일 14명이 입찰경쟁을 벌여 감정가의 78%인 6억2400만원에 K씨가 낙찰 받았다. 이 아파트는 단지규모가 작은 빌라형 아파트인데도 10명 이상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기현상을 보였다.
강남권 경매 아파트는 인기몰이 중이다. 새해 들어 강남아파트 경매 응찰자수가 6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경매장을 찾는 순간 후끈 달아오른 부동산 경매시장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예년과 다른 점이 발견된다. 바로 경매장이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경매결과는 예상 밖으로 ‘싸늘’한 편이다. 70% 초반에 낙찰되고 평균 경쟁률은 5대 1을 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감정가가 낮은 상태에서 2회 유찰됐거나 수요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중소형 아파트에만 10여명 이상이 몰려 치열한 경쟁률을 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도 가격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간혹 입찰자 간 경쟁률이 치열한 경우는 감정가가 시세를 반영한 상태에서 2회 유찰됐거나 중대형 아파트 중 3회 이상 유찰된 경우이다. 이때는 10명 이상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최근의 부동산시장 불황기를 반영해서인지 낙찰가는 2회 가격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찰자들이 가격 쓰기에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낙찰가격을 계산한 후에 입찰을 결정하고 있다.
강남권 경매 아파트에 입찰을 고려한다면 되도록 2회 이상 유찰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입찰물건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정가 대비 1회 유찰한 경매 아파트는 추가 경비를 감안할 때 당분간 가격 메리트가 없다. 이사비, 체납관리비 등 아파트 낙찰 후 투입되는 필요적 추가경비는 만만치 않다.
2회 이상 유찰된 아파트는 가격의 거품이 충분히 빠져있는 상태이므로 최저가에서 약간의 금액을 더 써내 입찰하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하게 된다. 다만 3회 이상 유찰된 아파트는 경쟁이 치열해 낙찰가가 1~2회 유찰된 최저 가격 선까지 높아지는 경우가 왕왕 있으므로 수회 유찰한 물건보다는 감정가가 낮은 아파트 중 2회 유찰된 아파트를 고르는 게 값싸게 사는 방법이다.
■ 강남권 아파트 경매 낙찰통계(단위:건, %)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연도

분기

경매건수

낙찰률

낙찰가율

경매건수

낙찰률

낙찰가율

경매건수

낙찰률

낙찰가율

08년

1/4

101

30

84

81

36

80

63

30

83

2/4

122

28

84

112

24

85

71

27

82

3/4

141

46

81

139

26

77

116

31

75

4/4

139

23

72

150

16

67

123

19

73

09년

1월

40

35

76

55

16

62

35

34

68

2월

42

31

79

53

36

73

44

36

80

※자료=메트로컨설팅(www.metro21c.co.kr)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