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대 1, 5.9대 1, 23대 1.., 대학 입시경쟁률이나 경매 입찰경쟁률이 아니다. 아파트 청약경쟁률이다. 그것도 일반분양아파트가 아닌 임대아파트 청약경쟁률이다. 첫 번째는 지난 2월에 분양한 판교휴먼시아 A26-1블록 공공임대아파트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3월 2일과 3월 10일에 각각 분양된 강일지구 5단지 국민임대아파트와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다.

이들 아파트의 개별단지 경쟁률을 보면 일부 주택형에서는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미분양아파트가 넘쳐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처럼 임대아파트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에 대한 패러다임이 소유 내지 재산증식의 수단에서 단순 거주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일까? 임대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를 한번 살펴보자.

우선 목돈 부담이 덜하다.
보증부 월세를 취하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한남동이나 판교신도시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대보증금이 5천만원을 넘지 않는다. 올해 3월초 분양된 강일지구 임대아파트 5, 7단지 임대보증금이 58㎡는 2천6백66만원, 73㎡는 3천6백30만원에 불과한 것이 그 예이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임대아파트 면적이 125㎡~228㎡ 중대형이 대거 포진돼 있다 보니 임대보증금이 1억7천만원~2억6천만원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장기전세주택의 경우에도 주변 전세가의 80% 수준에서 임대가가 형성되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 전세나 임대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 송파 장지지구 6단지 장기전세주택 105㎡ 전세보증금이 1억5천5백만원, 은평뉴타운2지구 1단지 111㎡가 1억2천7백만원, 반포자이 전용 85㎡도 3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불황에 강하다.
실물경기 및 부동산시장이 침체될수록 주택을 구입하기보다는 전세나 보증부월세 등을 더 선호하기 마련이다. 주택을 구입하고자 해도 추후 시장상황이 더 악화되어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아파트는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상관이 없다. 집값이 오르면 임대가도 오르겠지만 이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범위(당초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5%)에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지역의 전세가격 변동률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돼 있다. 집값이 떨어져도 내 집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더불어 임대가격이 떨어지면 임대보증금 감액청구도 가능하다.

물론 임대사업자의 재산상태가 악화되어 임대사업자가 부도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를 대비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주택공사 및 지방공사 등을 제외한 건설임대주택 임대사업자의 경우 반드시 보증금에 관한 보증에 가입하도록 돼 있다. 보증에 가입하는 대상도 보증금 전액이기 때문에 유사시에도 임차인의 보증금 전액이 안전하게 보장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만약 임대사업자의 부도 등으로 임대아파트가 통째로 경매에 부쳐진다고 해도 심히 걱정할 일이 아니다. 민사집행법에 의해 공유자에게 우선매수권이 부여되듯 임대주택법에 의해 우선분양전환을 받을 수 있는 임차인에게도 거주하고 있는 임대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사 걱정이 없다.
임대아파트는 최소한 10년 이상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2년 단위마다 발생하는 집주인의 턱없는 임대료나 보증금 인상으로 또는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는 등의 이유로 이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걱정이 없다. 장기간 집 걱정,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점은 바로 임대아파트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임대기간은 공공임대아파트는 10년(주거환경개선지구내 분양되는 임대아파트는 5년), 국민임대아파트는 30년, 장시전세주택은 20년이다. 따라서 임차인이 임대료 납부를 연체(3개월 이상)하거나 임차인으로서의 자격을 상실(주택 소유 등)하거나 임대주택의 임차권을 무단으로 양도 또는 전대하거나 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이 기간 동안 집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다.

청약 걱정이 없다.
국민임대나 장기전세주택 등 임대아파트에 당첨돼 입주한다고 기존 청약통장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 집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어서 청약자격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대아파트 거주기간 동안 열심히 벌고 저축하여 적당한 시점에 마땅한 일반분양아파트에 기존 청약통장을 활용하여 청약해도 무방하다. 다만 10년(또는 5년) 후 분양 전환이 되는 공공임대아파트는 예외다.

이처럼 청약통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본다면 임대아파트는 요즘 같은 불황에 한순간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움막 같은 것이기도 하고 더 나은 삶의 도약을 위한 거점 수단이기도 하다.

임대아파트 업그레이드, 시각도 UP!
과거 임대아파트는 서민층 주거수단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최근의 임대아파트는 꼭 서민만의 전유물은 아닌 듯 하다. 최근 분양한 한남동 단국대 부지 임대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판교에서 분양한 임대아파트도 그 보증금이 최대 3억원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판교임대아파트의 경우 월 임대료까지 고려한다면 인근 분당이나 강남권 임대가(전세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는 임대아파트가 그간 무주택자 서민을 위한 주거공간을 제공해 왔다는 본질적인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것이지만 이를 달리 보면 그만큼 임대아파트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져 수요층이 확대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극소형 위주였던 임대아파트 평형, 일반분양아파트에 비해 터무니없이 형편없었던 마감재 수준, 수도권 도심외곽이나 지방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임대아파트에 중대형 평형이 등장하고 일반아파트와 견주어 손색없는 마감재를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과거처럼 임대아파트가 지방의 전유물이 아니라 수도권 요지,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및 서울 도심내 재건축단지나 역세권에도 임대아파트가 속속들이 공급되고 있다. 입지, 마감, 평형 측면에서 일반분양아파트에 비해 더 이상 열세가 아니라는 얘기다.

임대아파트는 앞으로도 계속 공급될 것이다. 특히 5월 시행될 주택법, 6월 시행될 임대주택법에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대한 공급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광역시 등에도 임대아파트 공급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서 밝힌 2018년까지 시프트 40만 가구 공급, MB정부가 부동산정책을 통해 밝힌 2018년까지 500만 가구(수도권 300만 가구) 주택 공급 등 일련의 주택공급계획을 보면 주택에 대한 인식이 소유(또는 재산증식)에서 거주 개념으로 바뀔 날도 머지않은 셈이다. 공급량이 많아질수록 그리고 요즘처럼 주택시장이 하향국면에 접어들수록 재산증식 수단으로서의 집에 대한 소유의지는 더욱 옅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택을 구입할 것인지, 아니면 임대아파트에 거주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날도 머지않았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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