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기사가 연일 나오고 있지만 반대로 이곳저곳에서 경기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암울한 지표들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시장회복에 대한 신호가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이 불황기라는 데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불황이 V자형, U자형, L자형으로 갈 것이냐에 대해 이견이 분분할 뿐이다.

시장이 보내는 신호가 뚜렷하지 않을 때 투자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기 마련이다. 특히 그간 거칠 것 없이 달려온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도 막바지에 이르러 시장흐름과 정치적 논리에 의해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어 투자방향을 설정하기가 더욱 난해해졌다.

이번 회차 칼럼에서는 투자자들의 흐트러진 투자마인드를 다잡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한 투자전략을 제시해보기로 한다.

1. 투자리스크를 최소화하라.
투자 후 발생하게 될 장래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여야 한다는 메시지다. 장래 리스크로서 가장 큰 요인은 자산가치 하락이다. 자산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가급적 싼 가격에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급매물(이주용 물건, 경매직전의 물건 등), 급급매물이 없으면 급매물을 찾고, 급매물마저 없으면 경매시장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 낙찰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급급매물은 시세가 대비 10%, 급매물은 시세가 대비 5% 정도 싸게 나온 매물이지만 경매물건은 대개 시세가 대비 15% 이상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다.

지역별ㆍ종목별로 분산투자하거나 개발호재라는 최소한의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향후 발생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2. 투자성격을 분명히 하라.
부동산 투자는 그 목적에 따라 시세차익용, 임대수익용, 개발용, 하자담보용 등으로, 투자기간에 따라 단기투자, 장기투자로 나뉘고, 보유형식에 따라 실수요용, 투자용으로 나뉜다. 불황기일수록 그 투자성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성격이 불분명한 투자는 투자라기보다는 묻지마식 투자로 방향타를 잃은 배와 같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나 난파당하기 쉽다.

3. 아파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책과 경기흐름에 따라 투자1순위가 아파트(2002~2003년) - 토지(2004~2005년) - 연립ㆍ다세대(2006~2007년) 등으로 변천돼왔듯 MB정부 들어서도 다른 유망 투자종목을 일정부분 제시하고 있는 면이 있다.

규제완화의 최대 수혜주인 아파트는 물론 규제완화가 속속 이루어지고 있는 토지시장, 경기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안고 다시금 꿈틀대고 있는 상가 및 오피스시장이 정책방향과 경기흐름에 따라 언제고 다시 아파트 이상의 주가를 올릴지 모를 일이다. 특히 유망종목이 뚜렷하지 않는 요즘과 같은 경우의 특정 종목 집중투자(소위 몰빵식 투자)는 절대 금물이다.

4. 자금부담이 되지 않는 투자여야 한다.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이 강남3구를 제외하고 모두 해제되어 대출규제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다. 가뜩이나 대출금리가 5% 내외로 저금리를 형성하고 있어 담보대출을 통한 투자의 유혹을 쉬이 뿌리칠 수 없는 때이다.

그러나 지금의 저금리 기조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정책에 기한 것이지 경기회복에 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고 다시 금리가 상승할지 모를 일이다. 특히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낮아진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투기가 아닌 정상적인 투자라면 전체 투자자금 대비 대출비율을 40% 이하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상의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 향후 금리상승 여파를 감당하기 어려워 최악의 경우 강제매각을 당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5. 쉽게 팔릴 수 있는 물건ㆍ지역에 투자하라.
투자는 취득 후 되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따라서 투자 후 가격이 급등한 물건이라 해도 매수수요가 없거나 규제로 인해 수요가 한정돼 있어 되팔기가 쉽지 않은 물건이라면 결코 성공한 투자라고 볼 수 없다. 경기나 정책에 민감한 종목보다는 매수세가 꾸준히 뒷받침되는 종목이나 지역, 예컨대 역세권 소재 중ㆍ소형아파트나 오피스텔, 중심상업지역내의 근린상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지역내 토지 등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6. 발품을 팔고 또 팔아라.
어떤 형식의 투자이건 발품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팔아야 한다. 매도인이 제시한 매도가가 적정한지, 개발정보가 맞는지, 물건에의 하자는 없는지, 개발을 위해 공법상 저촉된 사항은 없는지, 공부서류와 매물과의 면적이나 경계차이는 없는지 등등..,

경매투자나 일반투자를 불문하고 실패한 투자는 반드시 현장조사를 소홀히 한 것에서 비롯된다. 꼭 점찍어 둔 매물을 위한 조사차 발품을 파는 것만이 아니라 투자유망지역의 투자정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도 발품은 꼭 필요하다.

7. 호황기를 대비하라.
경기 순환 사이클이 있듯 부동산시장도 침체기가 있으면 반드시 호황기가 있는 법이다. 호황의 징표들을 예의주시하고 호황기를 대비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호황국면에 진입했다 싶을 때는 이미 한발 늦은 투자가 되기 십상이다.

투자종목을 이미 물색해놓거나 투자유망지역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 놓음은 물론 투자를 곧바로 실행하기 위한 실탄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이 불황기인 지금 진행되고 있거나 마무리 상태에 있어야 한다.

8. 혼돈기일수록 예측투자는 금물이다.
지금은 그야말로 카오스적 상황이다. 부동산가격안정이냐 거래활성화냐에 대해 명확하게 내려진 해석도 정의도 없고, 확정 발표됐던 기업도시나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물론 위례신도시마저 축소 내지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시행하기로 한 규제완화정책도 이런저런 이유로 시행이 보류되거나 아예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부동산시장도 정책의 표류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들쑥날쑥 정신이 없다. 정책에 대한 일관성 부재, 실행력 부재는 투자자들에게 정책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이자 결과적으로 정책을 예측하고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9. 확신이 없으면 차라리 투자하지 말라.
인내심을 가지고 물건에 대해 공들여 분석하라는 뜻이다. 발품을 팔아 파악된 시세, 개발정보, 활용가치 등을 종합하여 투자가치가 있다고 확신이 들기 전에는 섣부른 투자를 감행해서는 안된다.

혼자의 능력으로 그 투자가치를 판단할 수 없으면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도 좋다. 유망지역 선별이 어렵고 시세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상가건물이나 근린주택, 오피스빌딩 및 토지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가격등락이 들쑥날쑥한 아파트 투자가치에 대한 자문을 전문가에게 구함으로써 그간에 소요되는 시간, 노력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10. 일시적 급등지역, 상투 잡기 쉽다.
가격급등의 이유가 입지나 상품의 경쟁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분위기 상승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상승세는 지속되기 어렵다. 단지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이유로 섣불리 투자의사를 결정하기보다는 가격이 오르고 있는 이유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된 후 투자에 임해야 꼭짓점 매수 후 가격급락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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