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약제 방식으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단지 4곳이 선정됐다. 국토해양부는 어제(11일)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서울 강남 세곡, 서초 우면, 고양 원흥, 하남 미사 등 4개지구 총 805만6천㎡를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 4개지구에 공급되는 총 6만가구 중 4만4천가구가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되고, 보금자리주택 중 3만가구는 올해 9월에 나머지는 내년 이후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보금자리주택은 지난해 9.19대책「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주택 건설 방안」에서 처음 도입한 것으로 기존의 ‘청약-입주자선정’절차에 앞서 사전예약이라는 절차를 통해 예약당첨자를 선정하는 이른바 MB정부의 신개념 주거수단이라 할 수 있다. 올해 4월 9일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에 대한 공청회를 거친 후 불과 한달만에 급작스럽게 보금자리주택단지가 지정됐다.

입지 우려 다소 불식
발표된 보금자리주택단지 4곳의 입지를 보면 서울과의 거리나 접근성 면에서 크게 흠잡을 데가 없는 곳이다.

우선 강남 세곡지구(94만㎡, 총 7천가구중 5천가구가 보금자리주택)와 서초 우면지구(36만3천㎡, 총 4천가구중 3천가구)는 강남 접근성이라 할 것도 없이 강남권에 속하고 경부고속도로, 과천-우면산간연결도로(이상 우면지구), 분당-내곡간도시고속화도로, 서울-용인간고속국도(예정, 이상 세곡지구)를 통해 경기 남부권으로의 접근성 또한 탁월하다.

고양 원흥지구(128만7천㎡, 9천가구중 6천가구)는 고양 삼송신도시(510만㎡) 서남부쪽과 인접한 곳으로 통일로와 지하철3호선을 이용할 수 있으며,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를 통해 서울 남서부 및 동부로의 광역접근이 용이하다.

보금자리주택단지중 가장 크게 들어서는 하남 미사지구는 풍산지구와 연접해 있는 곳으로 올림픽대로를 통한 강남 및 도심 접근성과 서울 외곽순환고속국도에 연이은 중부고속국도 및 경부고속국도를 통한 광역접근성이 우수한데다가 한강변에 접해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개발면적(546만6천㎡, 총 4만가구중 3만가구)도 가히 신도시급(평촌 신도시 510만㎡)이다.

당초 보금자리주택이 수도권 외곽에 집중되어 서민들이 도심에서 밀려나게 됨으로써 계층간 위화감만을 조성하지 않겠느냐 우려됐지만 이번 지정단지를 보면 일단 그런 우려는 불식됐다고 볼 수 있다.

다소 성급한 측면, 과잉공급 우려는 여전
재건축 규제완화로 도심에서는 갈수록 소형주택이나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비교적 입지가 우수한 지역에 서민형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국토해양부가 밝힌 바와 같이 절차상 9월에 분양이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초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 방식에 따르면 예약단지 선정ㆍ공포단계에서 이미 주공 등 보금자리주택 사업시행자가 자자체에 보금자리주택 지구계획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입지조건, 면적, 추정분양가격, 개략설계도 등 주택정보와 분양일정 등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절차 없이 보금자리주택단지 먼저 발표된 상황에서 실제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 들어가기까지 개발제한구역 해제, 토지보상, 지구계획수립 및 지자체 승인 등의 절차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토지보상 과정에서의 문제 뿐만 아니라 지자체 승인과정에서 지자체 협의를 얻지 못하는 경우에는 당초 예정한대로 9월 분양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는 4곳 지역 모두 기존에 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있거나 주변에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강남 세곡지구와 서초 우면지구는 이미 지난 2005년에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되어 임대주택 개발(총 5천4백여가구중 임대아파트 4천2백가구)이 예정되어 있고, 고양 원흥지구는 신도시급 규모의 삼송신도시, 지축지구 및 향동지구를 통해 모두 3만3천가구(임대아파트 1만8천4백가구) 공급이 예정돼 있다.

하남 미사지구 역시 기존 풍산택지개발지구(총 5천7백여가구 중 임대주택 3천가구)외에 하남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강동 강일지구(총 6천5백여가구)에도 임대주택(2천3백가구)이 공급되고 있다. 4개지구 인근 임대주택 물량만도 2만8천가구에 달한다. 임대주택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에 또다시 임대주택이 들어서고 있어 과잉공급 논란과 함께 미분양 물량만 양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국토해양부의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선정 발표가 있자마자 해당 지자체에서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서민형 맞춤 주택이라는 취지 십분 되살려야
2018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에 대한 사업시행이 주로 주공 등 공공건설사에 맡겨진 것도 논란거리다. 2018년까지 수도권 도심 외곽 요지에 공급하겠다던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에 대한 주된 사업권을 공공건설사가 독식하는 형태는 가뜩이나 미분양아파트 적체, 최근의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분양시장 위축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고 있는 민간건설사를 더욱 미궁에 빠뜨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물론 4곳의 보금자리주택단지 총 공급물량 6만가구중 보금자리주택 4만4천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1만6천가구를 민간건설사에 할애하여 중대형아파트를 공급하도록 했지만 최근 분양시장 위축으로 가뜩이나 중대형아파트 분양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형 미분양에 대한 위험을 고스란히 일반건설사가 떠안고 가야 하는 점도 탐탁치 않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의 서막은 올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보금자리주택 도입 취지는 기존 분양가 대비 15% 내외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무주택 서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 서민에 초점을 맞춘 주택이 되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분양가나 임대가가 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보금자리주택은 기존 사전분양아파트보다 1~2년 앞서 분양에 들어가는 주택인 만큼 입주시까지 길게는 5년 정도가 소요된다. 따라서 이 기간동안의 금융비용이나 부동산시장 변동에 대한 위험을 서민에게 전가하는 수준으로 분양가나 임대가이거나 과거 판교에서 분양했던 수준으로 무주택 서민들이 언감생심 접근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임대가가 책정돼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곡지구나 우면지구가 과연 무주택 서민을 위한 진정한 보금자리주택단지로 적합한지 되새겨볼 일이다. 단지 정책으로 발표됐기 때문에 숫자를 채워야 하는 행정적인 차원이 아니라 입지나 가격측면에서 진정으로 무주택 서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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