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권 상승세가 버블세븐지역으로 확산되더니 서울 25개구 중 16개구가 상승세로 전환될 정도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분양시장도 마찬가지. 청라지구를 비롯하여 도심 재개발 분양물량이 1순위에서 마감되면서 청약과열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쯤이면 무주택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경기지표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고, 살림살이도 예년보다 더 어려워졌는데 곳곳에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얘기만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지금 집을 사야할까 말아야할까?

최근의 분위기가 이어져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와 5월을 지나 비수기를 지나면서 집값이 다시 한번 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지만 투자자와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입장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다.

투자자야 투자 이후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실현이 주된 목표이기 때문에 집값 상승 전망이 불투명하면 투자를 하지 않으면 되지만 실수요자는 집값이 상승한다고 또는 하락한다고 마냥 내 집 마련을 미룰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내 집 마련을 미루다가는 집값이 더 오르거나 다른 변수가 생겨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보다는 니즈(Needs)에 의해서 움직여야 하는 실수요자, 향후의 시장 전망은 차치하고 올해 안에 또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7가지 이유를 들어보자.

① 취ㆍ등록세 내년부터 2배로 뛴다.
현재 주택거래 시 취ㆍ등록세율은 취득세율 1%, 등록세율 1%로 도합 2.2~2.7%(교육세 및 농특세 포함)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 세율은 올해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내년 1월 1일 취득분부터는 취득세 2%, 등록세 2%로 취ㆍ등록세율이 4.4~4.6%로 상향된다. 예컨대 전용면적 85㎡인 주택을 5억원에 거래한다고 할 때 현재는 취ㆍ등록세를 1천1백만원만 납부하면 되지만 내년 취득분부터는 2천2백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올해 취득하는 것보다 내년에 취득하는 것이 취ㆍ등록세가 2배 더 든다.

미분양주택은 이에 상관없이 내년 6월 30일 취득분까지 현 취ㆍ등록세율의 50%가 감면(총 1.1~1.75% 부과)되지만 미분양주택 역시 내년 7월 1일 취득분부터는 일반주택과 마찬가지로 4.4~4.6%가 부과된다. 취ㆍ등록세가 4배가량 많아지는 셈이다.

②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내년에 투자수요 몰린다.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완화된다. 즉 이 기간 동안 신규로 취득한 주택을 2년 보유 후 매각하게 되면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고 2주택자는 일반세율(6~35%, 기존 50%)이, 3주택자인 경우에는 45% 세율(기존 60%)이 적용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는 내년 말 취득분까지 한시적으로만 적용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내년에 투자수요가 집중될 수밖에 없고 더불어 집값 상승이나 매물 부족이 유발됨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③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초 5.45%였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올해 5월 초 2.41%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흐름이 경색되고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자 돈줄을 풀기위해 금리를 인하한 결과다.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내외(변동금리는 4%대)에 머물러 있다. CD금리에 비해 대출금리가 높은 편이지만 지난해 한때 8%를 넘나들었던 상황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LTV나 DTI 제한이 한껏 완화된데다 지금의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보면 향후 대출금리는 내리기 보다는 오르는 일만 남았다. 예년에 없는 저금리기조가 내 집 마련을 앞둔 실수요자에게 더 없는 호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④ 경매 낙찰가율도 최저 수준 형성
최근 부동산시장 호조세에 힘입어 경매 아파트 낙찰가율도 다시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지난해 4월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이 평균 70% 후반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낙찰가율이 92%를 기록한 것에 비해 10%p이상 큰 차이가 난다.

바꿔서 생각하면 일반 부동산시장 회복 여부에 따라 아파트 낙찰가율이 다시 90%대를 회복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아직 입찰경쟁률이 그리 높지 않고 낙찰가율도 80%를 넘지 않는 지금 경매를 통한 내 집 마련에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⑤ 사상 최악의 분양물량, 2~3년 뒤가 더 걱정이다.
금융위기, 부동산시장 및 분양시장 침체에 이은 건설경기 악화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아파트 분양물량이 사상 최악의 수준이라 할 만큼 급감했다. 전국 주택 수요는 한해 평균 50만가구(수도권 30만가구) 임에 반해 그간 매년 평균 27만7천호가 공급돼왔으나 지난해 물량이 19만호(평균 대비 68.5%)로 감소했다.

올해는 4월 현재까지 고작 3만1천가구(평균 대비 11.2%)만 공급돼 주택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예정이다. 주택건설기간이 통상 2년~3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2~3년 후 수급불균형에 의한 주택가격상승을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⑥ 청약통장 1천만명시대 머지않았다.
지난 5월 6일 주택종합청약통장이 출시와 함께 이달 중 새 통장에 가입한 사람이 벌써 3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4월말 기준 약 585만명 정도. 두 통장을 합하면 885만명이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상반기가 끝나기 전에 청약통장 1천만명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청약통장 보유자수가 많아진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청약물량은 한정돼 있고 청약대기자는 갈수록 많아진다면 결과는 명약관화(明若觀火)다. 청약과열로 주택청약에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될 양상이다. 가뜩이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까지 분양물량이 적어 2~3년 뒤 입주물량이 급감할 예정으로 있어 집값 급등마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거래를 통해서나 청약을 통해서나 내 집 마련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⑦ 아직은 매수인 우위시대이다.
최근 강남권을 비롯한 일부지역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아직 실거래가와 호가 사이에 상당한 가격차이가 발생하고 있을 뿐 특정지역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그리 활발하지 않다. 매물이 적체되어 있고, 가격 반등이 미미한 지역에서 다급한 것은 매도인이지 매수인이 아니다. 주택가격 침체가 본격화됐던 때에는 감히 팔 엄두를 내지 못했다가 최근 주택시장이 다소 호전될 기미를 보이면서 소유자의 매도의지는 더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값 상승이 지속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5월을 지나 비수기인 6월 이후 집값이 다시 한번 꺾일 가능성마저 농후하다. 표면적으로 매도인 우위로 보이지만 사실상 거래에 대한 주도권은 매수인이 쥐고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선정 폭이 넓고 가격조정의 여지가 풍부한 때가 요즘의 주택시장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