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침체일로를 걸었던 부동산시장이 올해 들어 강남권을 필두로 상승 움직임을 보이더니 그 상승세가 버블세븐지역, 서울 및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상승세도 특정 부동산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매매시장을 비롯하여 분양, 분양권, 재건축, 전세, 경매 등 전반에 걸쳐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 올해 1월 강남권 매매가 변동률이 0.39%로 10개월만에 상승세로 전환되더니 4월에는 인천과 지방을 뺀 수도권 전역이, 5월에는 인천을 제외한 전국이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분양시장도 호조세다. 송도ㆍ광교 등 신도시 분양은 물론 청라택지지구, 수도권 도심 재개발ㆍ재건축에 이르기까지 다들 분양실적이 양호하다. 이들 지역 분양열기로 주변 미분양 아파트까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치도 나오고 있다. 경매시장도 낙찰가율이 큰 폭으로 오르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감정평가액을 넘겨 낙찰되는 사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인 대세 상승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판단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급격히 침체되기 시작한 국내 부동산시장이 국제경제의 불안, 여전한 금융위기, 국내 실물경기 침체 등 여하한 경제 관련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됨이 없이 나타나고 있는 상승국면이라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현상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의 상승세가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 기한 것이 아니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IMF 구제금융 당시보다 더 어려운 경제위기에 봉착했다고 한 상황이 불과 1년도 채 안돼 회복됐다고 볼 수 없을뿐더러 사실상 IMF(-4.0%)나 국내 기관(한국금융연구원 -2.8%, 한국은행 -2.4%)에서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환율이 안정되고 소비자동향지수나 기대지수가 상승추세에 있다지만 기업구조조정 본격화, 가계 실질소득 감소, 은행 부실여신 급증, 물가상승, 실업률 증가, 유가 급등 등 아직도 국내 경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일부 경제지표 호전을 전반적인 경제회복으로 속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부동산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매매시장에서는 주로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의 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분양시장 역시 입지나 분양가에서 나름 경쟁력 있는 단지 위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매시장도 전 지역 전 종목에 걸쳐 낙찰가율이 상승하고 있다기보다는 그간 가격 저감 폭이 컸던 강남권이나 버블세븐지역 아파트나 도심 재개발 호재가 있는 주택 위주로 입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상승하고 있을 뿐이다.

시세 상승이 확산되고 있다지만 그 상승폭이 점차 둔화되고 있고, 시세 상승지역과 하락 내지 정체지역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도 여전하다. 기존 분양가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에 공급이 집중되고 있는 인천지역은 여전히 마이너스(-) 변동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대세 상승기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결국 현재의 상승세는 규제완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및 800조원이 넘는 단기성 부동자금의 영향에 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우선 아직 몇 가지가 남아있지만 MB정부 들어 대부분의 부동산규제가 풀렸고 세제 감면 혜택까지 주어지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하게 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규제완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있는데다 경기회복에 대한 조짐이 군데군데 표출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이 저점이라는 인식에, 경기가 곧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를 서두르고 있는 탓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았던 지난해에는 규제완화에 아무리 박차를 가해도 시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외환위기를 한번 겪은 후에 다져진 위기관리능력 및 학습효과로 인한 투자에 대한 탄력성 증대, 넉넉해진 보유자금도 상승기류에 한몫 하고 있다. 당시 급락했던 부동산 가격이 외환위기를 지나 급등했을 당시 투자타이밍을 놓쳐 후회했던 투자자들이 외환위기 이후 다시 찾아온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투자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나 신도시, 택지개발, 기업ㆍ혁신도시 개발에 따른 토지 보상으로 여느 때보다 풍부해진 자금 중 일부가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시장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 그렇다.

지금의 상승세가 국지적 경향이 강하게 작용한데서 비롯됐을 뿐만 아니라 다소 자금 여력이 있는 부자들 위주로 또는 실수요보다는 주로 투자 내지 투기성 자금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역설적으로 규제완화에 대한 약발, 부동자금의 부동산시장 유입만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기에는 한계가 있음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까? 현재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요인의 면면을 보면 어디에도 실물경기의 실질적인 회복이라는 요인은 없다. 실물경기회복이라는 대전제가 받쳐주지 않는 한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살아난다고 할 수 없고, 상승무드가 지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

더군다나 구조조정, 실업률 증가, 실물경기 침체, 물가상승 등으로 사회의 근간이 되는 중산층을 비롯한 서민층의 소비 및 투자심리가 아직 꽁꽁 얼어붙어 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 내 집 넓혀가기의 주된 수요층인 이들의 주택 구매심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기는 어렵다.

게다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력 격차, 사회적 빈부격차, 정쟁에 휩싸인 정국 등이 안정적인 투자 내지 투자심리 회복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부동산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ㆍ사회적 불균형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혀지지 않고서야 부동산시장 역시 정상적인 기능을 되찾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주택수요자들의 관망세가 깊어지고 있는 반면 일부지역, 일부 상품을 중심으로 비교적 움직임이 활발한 국면, 바로 정중동(靜中動)의 부동산시장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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