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입찰 시 낙찰 받기 가장 쉬운 사람은 누굴까? 입찰가를 무작정 높게 쓰는 사람이 당연 낙찰 확률이 높겠지만 극히 비정상적인(?) 입찰자를 제외하면 입찰자들 사이에는 낙찰 순위와 관련하여 공식과 같은 일정한 서열(?)이 매겨져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꼭 낙찰 받아야 할 심정으로 입찰하는 사람과 떨어져도 괜찮은 심정으로 입찰하는 사람이 서로 경쟁한다면 어떤 사람이 낙찰 확률이 높을까? 전자가 후자보다 가격을 높게 쓸 것이고 당연히 전자의 낙찰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바로 입찰자마다 목표하는 바나 입장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나오는 서열이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입찰자 중에 낙찰 확률이 가장 높은 부류는 어떤 집단일까? 바로 미래의 잠재적 가치, 즉 주변 개발호재로 인한 향후 자산가치 상승이나 당해 물건의 개발가치(신축 또는 리모델링)를 염두에 두고 접근하는 입찰자이다. 미래가치 접근 매수자는 입찰가가 매우 탄력적이다. 현재의 시세나 수익률에 근거한 입찰자보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후의 시세 상승률이나 개발수익률이 입찰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수요자나 일반 투자자가 그 다음 순위라 하겠지만 둘 중에서도 굳이 서열을 나눈다면 일반 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가 낙찰 확률이 더 높다. 일반 투자자는 미래가치를 우선시한 매수자보다는 현재의 시세가 주된 수익률의 기준이 되고 또한 취득 목적이 아무래도 경매 취득에 맞게 매우 정형화돼 있다. 즉 경매로 취득하는 것만큼 취득 당시부터 어느 정도의 기대수익률을 고려하고 입찰에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익률에서 덜 구속받는 실수요자보다는 입찰가 산정에서 다소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입찰자중에서 가장 낙찰 확률이 적은 부류는 낙찰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오륜 정신에 입각하여 입찰에 참가하는데 의미를 두는 입찰자들이다. 그야말로 떨어지면 그만 붙으면 대박이라는 심정으로 입찰하는 생 초보나 경매 실습 차 입찰에 임하는 교육 실습생이 이에 해당한다. 괜히 법정 분위기만 들뜨게 만들고 경쟁률만 높여 선의의 입찰자에게 애꿎은 피해를 주는 부류이다.

정상적인 입찰자 부류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바로 채권자 집단이다. 경매절차에 있어서 채권자는 경매물건이 제3자에게 낙찰되면 낙찰대금에서 채권액 전액을 배당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따라서 낙찰대금에서 전액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채권자는 굳이 입찰에 응해 담보물건을 유입하려들지 않는다.

그러나 채권자가 경매절차에서 전액 배당을 받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배당받을 채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채권자와의 배당순위에서 밀리거나 거듭 유찰되어 낙찰가가 낮아 낙찰대금에서 채권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당받지 못하게 되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부득이 경매물건 자체를 매입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채권 배당 대신 물건을 매입하여 일정기간 보유한 후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김으로써 채권액을 보전하고자 하는 계산이 깔려있는 셈이다.

예컨대 어느 아파트를 담보로 1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A은행이 채권회수를 위해 경매를 신청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거듭 유찰되어 최저매각가가 6억원까지 떨어졌다고 하자. 이 아파트가 제3자에게 최저매각가에 낙찰되면 A은행은 10억원의 채권 중 6억원만을 배당받을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A은행이 나머지 채권액 4억원을 배당받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A은행 스스로 입찰에 참여하여 아파트를 낙찰받아 아예 소유권을 이전받는 식이다.

A은행은 낙찰받은 아파트를 2~3년 보유하다가 시세가 상승하면 그 때 다시 되팔아 배당받지 못한 채권액 4억원을 보전할 수 있다. 시세 상승이 더디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시세가 10억원 이상으로 상승하면 채권액 보전 이상으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얘기가 잠시 주제를 벗어났지만 위 사례에서 A은행과 제3자인 甲이 경쟁 입찰하는 경우 누가 낙찰받을 가능성이 높을까? 甲은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값이 향후 8억원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입찰가를 8억원 넘게 써내지는 못할 것이다. 반면 A은행은 채권최고액이 10억원이기 때문에 최소한 10억원까지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입찰가를 써낼 수 있다. 10억원에 A은행에 낙찰돼도 A은행은 10억원을 배당받을 수 있어 사실상 추가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자와 일반 입찰자간 입찰경쟁에서 채권자가 경쟁우위에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물론 채권자의 권리순위, 채권액 규모, 배당액, 최저매각가율 등 경매물건이라는 것이 경우의 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채권자의 낙찰 가능성이 일반 입찰자보다 높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위 사례에서처럼 채권자 중에 다른 채권자에 앞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1순위 근저당권자의 채권최고액이 감정평가액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고, 유찰이 거듭되어 최저매각가가 채권최고액에 터무니없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근저당권자의 낙찰 확률은 거의 100%라 할 수 있다.

채권자의 경우는 다소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 경우를 가정하여 낙찰 우선순위를 정해보면 채권자 - 잠재적 가치 접근 매수자 - 실수요자 - 일반 투자자 - 오륜 정신에 입각한 참가자 순으로 정리될 듯싶다. 입찰하기에 앞서 입찰물건의 성격(실수요용? 투자용? 개발용? 등), 취득 목적을 정립하고 입찰자 유형을 파악하고 입찰하는 것도 결국 낙찰 우선순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아닐까?

첨언하면 경매에 임하다 보면 낙찰 우선순위를 무색케 하는 부류들이 있다.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 뉴타운내 연립ㆍ다세대 등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은 종목에 필요 이상 감정가를 넘겨 무작정 낙찰되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입찰’이나 입찰표상의 입찰가액에 ‘0’을 잘못 기재하여 예정가보다 10배나 많은 가격에 입찰한 입찰자 등이 그것이다. 입찰과정에서 요주의 입찰자이거니와 항상 주의를 요하는 입찰 유형이기도 하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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