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규제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됐다. 현행 투기지역에서만 적용되는 DTI 비율을 수도권 비투기지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 주요 골자로 서울(투기지역 제외)은 50%, 인천ㆍ경기지역은 60%를 적용한다고 한다.

지난 7월 7일 시행된 수도권 LTV강화조치(60%에서 50% 이내로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가계의 채무부담능력 악화 및 금융시스템 불안에 대한 우려가 심화됨에 따른 리스크관리 차원에서다.

지난해 11.3대책에 의해 11월 7일부터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서 더불어 DTI규제가 폐지된 지 정확히 10개월만이다.

그러나 지난 7.7대책이 나왔을 때에도 필자가 그 대책에 대한 효용성과 실효성을 지적했듯 이번 대책 역시 그 실효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집값과 전세가가 급등하고 경기호전으로 인한 분위기 상승으로 부동산시장 과열이 걷잡을 수 없을 지경으로 더 과열될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온 규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정책입안자 중에는 지금의 상승세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다수 있거나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필자만 느끼는 괜한 몽니일까?

각설하고 필자는 지난 9월 4일 DTI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한 보도자료가 배포된 다음날 토요일에 송파와 강동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들러 지역 동향을 살펴봤다. 송파구의 경우 기존 강남3구로 이미 DTI규제(40%)가 적용되고 있는 반면 신강남권으로 불리는 강동구는 이번 대책에 따라 DTI(50%)가 적용되어 그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송파구내 공인중개사의 반응은 하나같이 시큰둥했다. 이미 이번 대책보다 더 강도 높은 DTI가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르는 것은 대출규제보다는 재건축에 대한 호재, 개발호재(뉴타운, 제2롯데월드, 법조타운, 동남권유통단지, 지하철9호선 및 3호선 연장 등)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대출규제로 송파구를 비롯한 강남3구의 집값이 더 올라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있는 듯했다. 다른 지역보다는 고가아파트 분포가 많아 투자자금 여력이 있거나 대출 원리금 상환에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요가 집중되는 곳이 강남권이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같은 수준의 LTV, DTI가 적용되고 있는 강남구나 서초구 반응도 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새롭게 DTI가 적용되는 강동구의 반응은 들러본 지역 중개업소마다 사뭇 달랐다. 어느 중개업소는 이번 조치로 매수세가 뜸해지면서 다소 가격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어느 중개업소에서는 그 정도 수준의 DTI규제 가지고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강동구도 재건축 연한이 충족되는 단지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데다 상일I.C에 조성되고 있는 강동첨단업무단지(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입주 예정), 지하철 9호선 연장 가능성 등 호재들이 즐비하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강동구 역시 결국 재건축과 개발호재로 귀결되는 것은 송파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송파구와 달리 중론이 모아지지 않아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DTI규제가 시행된 9월 7일 첫날 경매가 진행되는 동부지방법원을 찾았다. 실시간 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대책에 대한 반응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곳으로 경매시장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대책과 마찬가지로 이번 DTI규제 역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 여기고 있었지만 그래도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매법정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반. 그러나 인파가 한산하기를 바랐던 마음과 달리 이미 경매법정은 안팎으로 꽉 들어 찾다.

이날 경매 진행되어 낙찰된 물건은 총 20건. 입찰자는 모두 151명으로 평균 7.6대 1의 입찰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 10일 같은 법원에서 평균 6.3대 1의 경쟁률(24건 낙찰에 총 152명 입찰)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강동구 명일동 소재 고덕주공9단지 32평형. 총 36명이 치열하게 경합하여 감정평가액을 훌쩍 넘겨(낙찰가율 108.9%) 낙찰이 됐다. 감정가(4억8천만원)가 시세(5억5천~6천만원)보다 낮았고 한차례 유찰(최저가 3억8400만 원)된 탓도 있었지만 중층아파트임에도 주변 단지 보다 대지지분이 넓고, 재건축에 대한 기대, 주변 개발호재 등이 투자자를 유인했기 때문이다.

이날 감정가를 넘겨서 낙찰된 물건은 모두 6건이나 됐고, 이 물건의 대부분이 강동과 송파지역에 소재한 물건이었다. 이 정도 DTI규제쯤이야 하고 투자자들이 여보란 듯 비웃고 있는 셈이다.

경매시장에서의 낙찰가율이나 입찰경쟁률은 2~3개월 후의 시장 예측이 미리 반영되는 선행지수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DTI규제로 인한 시장 안정보다는 추가적인 가격 상승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약간의 시장 반응이라도 기대하고 갔지만 결국 이번의 DTI규제 역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확신만 가지고 돌아왔다. 아울러 지금의 상승세가 대출규제 완화로 비롯됐다기보다는 지역적 개발호재, 대규모의 유동자금, 규제완화의 기본 정책기조, 규제강화에 대한 정책적 의지 부족에 기인한바 크듯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역시 어설프게 대출규제를 들먹이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도.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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