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아파트와 중대형아파트. 아파트 크기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형식이다.

일반적으로 중소형아파트는 전용면적이 85㎡(25.7평)이하인 아파트를, 중대형아파트는 전용면적이 85㎡를 초과하는 아파트를 일컫는다. 전용면적 85㎡이하는 舊면적으로 어림잡아 35평형이하를, 85㎡초과는 35평형을 초과하는 아파트가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중소형아파트가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은 적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재건축 아파트를 비롯한 중대형 고가아파트 가격 하락 폭이 컸던 반면 중소형아파트의 변동은 중대형보다 그리 크지 않았던 탓이다.

물론 지금도 매매시장이나 분양시장에서 중소형아파트가 나름 선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인기가 쉽사리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중소형아파트가 이렇듯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위기에 강하다는 점이다. 금융위기가 도래하기 직전인 지난해 2/4분기 수도권 중소형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2.41%를 보인 반면 DTI, LTV 등 대출규제의 중심에 섰던 중대형아파트는 -0.19%의 변동률을 보였다.

금융위기가 도래한 3/4분기에도 중소형아파트는 0.17%로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중대형아파트는 -1.25%로 하락 폭이 더 커졌고, 4/4분기에는 -4.62%로 하락세가 정점을 이루기도 했다. 올해 1/4분기 중소형이나 중대형아파트 모두 하락세로 전환된 후 2/4분기부터 다시 상승세로 반전됐지만 최근 2년간 중소형 5.27%, 중대형은 -5.34%의 변동률을 보여줬다.

중대형아파트가 떨어지는 폭이 크고 회복되는 속도는 더딘 반면 중소형은 하락 폭이 적고 상승기에는 회복속도도 빠르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또한 중소형은 부동산 규제나 경기 여건에 중대형과 달리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측면도 있다.

일련의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 다소 안정추구형으로 바뀐 점도 중소형아파트 인기를 지속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금융위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점차 투자보다는 실수요,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투자성향으로 바뀌게 됐고 그러한 성향에서 아무래도 중대형보다는 자금부담이 덜하고 관리비가 적은 중소형아파트를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중소형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지속됐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수요 측면이다. 중대형과 달리 수요가 꾸준하게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형아파트 수요 원인은 바로 1인가구화, 핵가족화의 급속한 진행에 있다.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1990년 국내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9%에 불과했으나 1995년 12.7%, 2000년 15.5%로 늘어난 이후 2005년에는 20.2% 수준으로 급격히 늘었다. 3인 이하 핵가족 가구도 2005년 기준 전체 가구수의 48%에 달할 정도이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경제구조가 첨단 산업화될수록 1인가구나 핵가족 가구도 늘어나기 때문에 2010년에는 1인가구는 전체의 23%, 3인 이하 핵가족 가구는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핵가족 가구의 급속한 증가세와 달리 주택공급 실적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한해 수도권 30만가구, 전국 50만가구 정도의 주택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수급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전국에서 공급된 주택물량은 연평균 21만가구로 목표치의 42% 수준에 불과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그러려니와 특히 최근 분양물량을 보면 중대형 공급이 중소형을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최근 3년내 수도권에서 공급된 아파트는 총 19만6천여가구. 이중 48%가 중소형이고 중대형은 52%가 공급됐다. 기존 주택의 중소형과 중대형 비율이 78%대 22%인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인 셈이다.

물론 최근 정부에서 공급하기로 한 보금자리주택을 통해 중소형주택이 대거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역시 빨라야 3년, 늦으면 5년 후에나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이다. 더욱이 분양시장 붐을 타고 중대형 공급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내 중소형아파트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이처럼 위기에 강한 면모, 안정적 투자, 자금 부담 경감, 풍부한 수요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가 중소형아파트의 인기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중대형아파트에 대한 투자 이점이 전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중대형아파트의 경우 경기 여건이나 규제에 민감해 등락 폭이 심하긴 하지만 경기가 호전되고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경우 상승 폭이 중소형의 두ㆍ세배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락 폭이 큰 만큼 상승 폭도 크다는 논리이다. 기술했듯 중소형아파트가 최근 2년간 5.27% 상승한 반면 중대형은 -5.34% 하락했다는 것은 중대형아파트의 추가 상승여력이 중소형보다는 더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주택 규모 중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는 25~35평형 아파트 거주자가 향후 중대형으로 갈아탈 수 있는 잠재적 수요층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전체 공급량 대비 중대형아파트 비율(20%대)를 고려하면 중대형에 대한 수요층 역시 그리 엷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소형과 중대형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이는 주택 구입목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 여력과 가구원수에 맞는 공간효용에 따라 중소형이나 중대형을 선택하면 된다.

반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 입장이라면 선택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대형 1채에 투자하느냐, 중소형 2채에 투자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투자자의 투자 성향에 맡겨야 할 것 같다. 다소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라면 중대형을, 안정적인 투자 성향이라면 중소형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그것이다.

임대사업이 목적이라면 수요가 두텁고 안정적인 중소형아파트를 골라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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