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살 때 “2~3배 수익 보장” 장밋빛 의심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소액 투자자들이 오를 대로 오른 아파트 보다는 땅에 돈을 묻으려고 마음을 바꾸면서 개발 호재지역 토지시장이 일부 되살아나고 있다.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땅값이 오르기 마련이라는 ‘토지 불패신화’를 믿고 무턱대고 땅을 샀다가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려 가정이 파탄 나거나 가장이 자살까지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남해안에 골프 리조트가 개발되는 데 좋은 땅이 싼 값에 나와서 연락드렸어요.” 이처럼 가정이나 회사에 거짓 개발정보를 흘리고 고가에 땅을 파는 기획부동산도 잘 알려진 토지 사기의 전형이다. 한동안 정부의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사무실을 폐쇄해 자취를 감쳤다가 요즘 다시 서울 강남에 법인을 두고 지방 땅을 대규모로 매입하며 다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태세다.
기획부동산이 활동하는 주 무대는 사실 개발호재 지역들이다. 기업도시, 4대강 정비사업, 수도권 전철사업, 택지지구 개발, 유원지, 4차선 도로 등 각종 건설사업을 빙자해 5000만 원~1억 원 남짓의 소액투자자들을 현혹해 투자를 유치한다. 그동안 막대한 자금과 영업사원을 동원해 기업부동산이 영업했던 땅들이 큰 차익을 안겨준 웃지못할 사례들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땅들은 허위 개발정보 유포와 시세를 왜곡해 비싸게 판 탓에 개미들이 매입한 땅은 거의 무용지물로 변해 있다.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파는 땅은 주로 공무원한테 따로 입수한 정보라고 속이거나 외부에 절대 누설되면 안 되는 고급정보로 위장한다. “시중에는 잘 모르는 정보이고 우리들만 알고 있는 정보인데 당신한테만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킨다. 이들은 특히 100명 이상의 텔러마케터를 고용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사무실을 방문하도록 한 뒤 각종 허위정보를 제공하며 땅을 구입하도록 유도한다.
기획부동산은 본래 '부동산을 기획해 회사 자체 기획안을 가지고 상품을 파는 회사'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부동산 디벨로퍼 개념으로 출발했지만 토지사기의 전형적 불법으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바로 미래의 투자가치에 대해 서민들을 상대로 거짓정보를 흘려 투자를 종용해서 이득을 취하며 돈 벌이 수단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개미 투자자들이 기획부동산에 피해를 입는 유형으로는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도시지역 및 보전녹지지역으로 지정된 땅을 싼 값에 매입하여 분할한 후 시세보다 10배 이상 가격으로 팔아넘기는 행위 ▲자신들이 파는 땅 앞으로 4차선 도로가 나고 용도변경이 가능하다고 속이는 행위 ▲ 자격 미달자가 중개업소 직원이라면서 거래를 알선하고 과다 수수료를 착복하는 행위 등이다.
토지 사기를 당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들 기획부동산 일당으로부터 토지와 관련 앞으로의 전망과 시세차익 등을 고려 투자를 종용받고 본래 시세보다 수 십 배나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토지를 매입한다. 피해자들이 투자 가치가 없는 쓸모없는 땅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은 이미 대부분 계약금 등을 받고 종적을 감추거나 법적 문제를 이유로 등기이전 등을 차일피일 미룬다.
기획부동산의 수법은 대개 한필지의 토지, 이를테면 6,600㎡에서 9,900㎡하는 토지를 330㎡에서 660㎡ 기준으로 분할해 매매한다. 이들이 매입하는 토지의 경우 보통 3.3㎡ 2~3만원 안팎이지만 조직적으로 크게는 50여배 정도까지 불려 지인이나 친척 등을 상대로 매입을 강요하거나 종용한다.
이 같은 고전적인 사기 수법은 서민들을 상대로 일확천금의 투자 기회가 있다고 유혹해 수 천만 원에서 수 억 원대의 돈을 사기 치는 것. 법인으로 자산관리업체를 만들고 지인과 114 전화번호 책자를 근거해 전화를 건 뒤 재테크 상담을 구실로 접근, 투자가치가 높은 토지가 있음을 알리고 투자를 종용한다.
이후 피해자들로부터 수천에서 수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뒤 법적 이전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걸린다고 하거나 아예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춘다. 개발지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지의 밭과 논 또는 야산을 두고 전철역과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피해자들을 속여 3.3㎡ 당 최고 2~3만원 안팎에 불과한 땅을 수 십 만원을 주고 매입, 이제나 저제나 개발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요즘은 기획부동산의 사기사건이 많이 알려진 서울․수도권에 수법이 먹혀들지 않자 비슷한 수법의 사기가 드문 광역시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활동한다. 투자자들 역시 땅 투자가 부 축적에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일확천금에 대한 욕심을 충족시켜주기에 적당해 기획부동산의 사기사건은 줄지 않고 늘어나고 있다.
기획 부동산으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개발계획에 대해 인터넷, 지자체 민원실 토지정책 담당부서 공무원에게 문의하고 거래 시 땅 소유자를 직접 만나 적법한 거래계약서 작성 절차를 거쳐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이 안전한 토지 투자법이다. 회사 법인이 잘라서 파는 땅이거나 개별등기가 아닌 지분등기를 해주는 땅은 투자를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드시 현장을 확인해보고 투자 결정해야 한다. 기획부동산의 말빨 좋은 직원의 장밋빛 설명을 듣고 현장도 안가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장을 답사해 나름대로 투자성을 분석해보고 등기부등본,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 기본적인 사항만 체크해도 대부분의 기획부동산 사기를 피할 수 있다. 전화나 안면을 통해 땅을 알선하는 땅도 기획부동산 의 토지사기라는 보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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