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사는 남 모씨는 1년 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2층짜리 숙박업소를 임대수익 목적으로 약간의 대출을 얻고 자기자본 3억 원을 들여 구입했다.
건축 자재업을 하는 이 분은 다소 허름하지만 가격 싼 좋은 부동산을 샀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앞으로 좋은 자재를 들여 그럴 듯한 수익성 부동산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가족들과 주변사람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싸게 산만큼 잘 만 굴리면 매달 몇 백 만원의 고정수익을 올리는 알짜 부동산을 잡았다고 치켜 세워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막상 건물의 내·외관을 잘 꾸미고 세입자를 찾으니 6개월이 지나도 통 임대 문의조차 뜸한 것이다. 고민 끝에 인근 영업자들에 수소문해보니 이 지역 숙박업소의 지역 특성을 너무 몰랐던 게 화근이었다.
이 지역 숙박업소 몇몇은 말 못할 불문율이 있다고 한다. 즉 정상적인 투숙객 상대보다는 주로 매춘 등 탈법영업을 일삼는 곳이라 세입자 또한 풍기단속에 위반될 것이 두려워 세들 생각을 아예 안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근 영업자들도 내세울 것 없는 영업상 비밀내용을 굳이 친절하게 알려줄 필요가 없었다는 식이었다. 외부사람들에게 극히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영업자들의 심리를 간과한 것이다.
게다가 싼 매물을 산 것도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이런 지역이다 보니 판 사람도 호가보다 싸게 팔수밖에 없었으며, 대체로 숙박업소는 호가 자체가 높다는 것이다. 시설비가 통상 일반 상가에 비해 많이 들어 가격형성대가 비싸다는 점을 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이런 진실(?)을 알아낸 남씨는 결국 건물 수리비는 고사하고 투자금액 보다 낮은 급매물 가격에 팔아버리고 나왔다.
수익성 부동산이라고 모두가 큰 이익을 낼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적어도 숙박업소, 주유소, 예식장, 찜질방, 고시원 등 특정 업종의 부동산은 반드시 인근 영업자들에게서 영업 자문을 구하거나 노하우를 충분히 익힌 후 부동산 투자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잘 될 거라는 투자자 본인의 감(感)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투자금의 원본도 못 챙기는 낭패를 당하는 사례를 부동산 거래현장에서 무수히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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