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대해 문외한인 D씨는 아름드리 울창한 나무와 수려한 산세에 반해 토지 브로커를 통해 강원도의 임야를 헐값에 샀다. 가격도 무척 쌌지만 무엇보다 브로커가 제시한 관광리조트 계획서와 설계도면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지금 눈 딱 감고 몇 천 평만 사두면 몇 년 안에 관광리조트로 개발돼 수 억 원의 차익은 문제없다”는 설명에 D씨는 욕심을 내서 땅을 매입했다.
매입 후 관할 군청에 들러 담당공무원에게 개발계획에 관해 문의한 결과 사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자신이 사들인 땅은 보기에는 좋지만 리조트 개발은커녕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보기에만 좋은 산(?)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토지사기단은 대개 별 쓸모없는 지방의 임야 등을 헐값에 매입한 후 허위로 꾸민 개발계획 문서를 투자자에게 보여주며 부동산을 매각하고 자취를 감추는 수법을 쓴다.
토지의 용도를 바꾸기 어려운 경사도가 심한 임야의 소유자나 투자자를 찾아가 공무원에게 청탁해 토지 매입 즉시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토지 형질변경을 해주겠다며 돈을 뜯어내는 사례도 있다. 내가 모 구청장의 동생인데 구청에 부탁해 토지의 형질을 변경하거나 대지조성을 쉽게 되도록 처리하겠다며 선(先)수고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기업 도시 등 각종 개발호재를 내세워 투자자를 모아 개발 가능성이 없는 토지를 비싸게 떠넘기기도 한다. 도로 개통과 용도변경 가능성이 높다고 현혹하거나 일정 규모로 분할 매매해 재산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할 땅을 골라 3.3㎡ 당 2~3만 원대의 싼값에 사들인 뒤, 최고 30~50만원까지 부풀려 되판다.
부재지주 토지도 사기에 종종 이용된다. 시세보다 턱없이 값싼 부재지주 토지가 싸게 나왔으니 일단 투자하고 보라며 속인다. 토지를 매입해 골프연습장으로 용도 변경한 다음 전매하면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설득해 돈을 뜯어내기도 한다. 투자자를 믿게 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이 ○○군청 지적계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관계공무원들과 용도 변경해주기로 얘기가 돼 있다고 회유한다.
업자들의 꾐에 빠져 높은 보상비를 예상하고 토지수용 예정지 토지를 비싸게 사들였다 피해를 입는 경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보상이 마무리된 행정·기업·혁신도시 등 전국 곳곳에는 엄청난 피해자들 수 천 명에 이른다. 중개업소 말만 믿고 연기군 ○○면 소재 임야 4만여㎡를 3.3㎡당 10만원씩 12억 원어치 사들였다. 하지만 토지공사의 실제 보상가는 3.3㎡당 5만~6만원. 자그마치 6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토공 측은 연기군 일대의 땅값이 정점에 이른 2003년 이후 토지를 사들였던 외지 투자자 600여명이 큰 손실을 봤다고 한다. 시세차익을 노리다 원금을 까먹는 우(愚)를 범하는 사례는 너무 많다. 또 보상이 이루어진 강원도 기업·혁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임야 5만원, 농지 15만 원 선의 보상가로 책정된 땅을 일부 투자자들은 이보다 2~10배 비싼 가격에 토지를 매입한 경우다. 보상가가 5만원인 임야를 심지어 50만원에 산 경우도 있었다.
중개업자의 농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땅 소유자가 허위 내용을 유포해 고가에 팔아치우는 사기도 빈발한다. 신도시 계획에 포함될 토지라며 매매계약을 체결, 매매대금을 받은 뒤 자신의 친척에게 토지를 넘긴 이중매매 사례도 있다. 자신의 토지 900㎡가 김포신도시 계획에 포함될 토지여서 복토만 해 두어도 땅값이 많이 오를 것이라고 속여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고 등기이전을 하지 않고 친척에게 등기를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발예정지나 용도변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땅에 투자할 때는 중개업자나 매도자의 말만 믿기보다 투자자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리 지자체의 ‘도시계획 결정 및 변경결정 공람 공고’를 확인하고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통해 가부를 알아봐야 한다. 모르는 도시계획 용어나 절차는 해당 지자체 공무원을 통해 직접 확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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