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답답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규제를 푸는가 싶더니 뜬금없이 대출규제(DTI, LTV)가 단행됐고,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듯싶더니 장밋빛 전망치만 요란한 채 서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악이라 할 정도로 더 나빠졌다.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부동산시장도 잠시잠깐이나마 회복세를 보이더니 겨울이 다가올수록 매수세가 아예 자취를 감출 정도로 뜸해졌다. 이러한 사정은 경매시장도 마찬가지.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여파는 경매시장도 비켜갈 수 없었다. 특히 아파트 경매시장에 큰 타격을 입힌 결과,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이 2007년 92.19%를 정점으로 2008년 85.70%로 6.49%p 급락했으며, 하락폭은 강남권(-7.67%p), 버블세븐(-8.62%p)일수록 더 커졌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1/4분기까지 지속됐다.

올해 4월 이후 매매, 분양, 경제 등 모든 분야의 지표가 호전을 보이면서 경매시장 역시 다시금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7월부터 시작된 대출규제는 10월 DTI규제가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경매시장을 다시금 위축되게 만들었다.

경매시장이 침체되면서 감정가 이상 고가낙찰건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2/4, 3/4분기 1회 이상 유찰된 물건을 찾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 심심치 않게 발견될 정도로 상황이 급변했다. 흡사 경매시장을 비롯한 부동산시장이 반짝 회복되기 직전인 올해 초 상황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경매시장 침체(낙찰가율이 하락하고 입찰자가 빠지는 추세)는 올겨울이 지나고 내년 1/4분기를 지나도록 쉽사리 회복되지 못할 전망이다. DTI 규제로 주택 구매심리 저하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경매시장에서도 입찰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시세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되어 유찰횟수가 늘어나 전반적으로 낙찰가율이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매시장 침체와 그 침체가 언제 해소될지 모를 불투명성은 경매시장 자체뿐만 아니라 경매투자자에게도 위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경매시장 침체가 경매투자자들에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낙찰가율 하락은 투자자에게 있어서 좀 더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낙찰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입찰경쟁률 저하는 입찰자들의 낙찰률(입찰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호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내년 2/4분기까지 뿐이다. 2/4분기 이후 부동산시장 회복과 더불어 입찰자들이 다시금 경매시장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에서의 낙찰가율 하락세가 그리 오래 진행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더욱 그렇다. 낙찰가율 하락세가 지속되기에는 한번씩 유찰될 때마다 저감되는 20~30% 가격 하락폭이 일반매물 또는 급매물에서 느끼는 하락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고 판단할 때 입찰자들은 다시 경매시장으로 몰려들게 된다. 가격경쟁력은 물론이려니와 낙찰 가능성이 높고, 이후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더라도 최소한 낙찰가 이상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그 때가 바로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 자주 출현하게 될 내년 1/4분기~2/4분기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여파로 올해 초 전국 평균 62.49%까지 떨어졌던 낙찰가율이 올해 9월말 현재 기준 72.63%로 10.14%p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지난해 평균 78.22%에서 올해 초 63.88%로 14.34%p 크게 떨어졌던 수도권 낙찰가율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 9월에는 77.41%로 지난해 낙찰가율을 거의 회복했다.

낙폭이 여타 다른 지역보다 컸던 강남권이나 버블세븐지역 아파트 경매시장도 빠른 회복세를 보인 건 마찬가지. 2006년 평균 낙찰가율 91.68%를 정점으로 2008년 78.38%까지 폭락했던 강남권 의 경우 올해 들어 9월까지 평균 84.40%의 낙찰가율을 보였으며, 같은 기간 버블세븐지역 평균 낙찰가율도 83.87%로 지난해 77.35% 대비 6.52%p 상승했다. 떨어졌던 가격회복에 대한 향수는 일반시장이나 경매시장을 불문하고 있는 법이다.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내년 1/4분기까지 지금의 소강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내년 대폭적인 금리인상, 경기침체 심화, 강도 높은 규제정책 시행이라는 변수가 뒤따르지 않는 한 2/4분기 이후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입찰자들이 경매시장에 몰리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낙찰가율 회복은 입찰자가 많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그만큼 낙찰받기가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내년도 경매투자자 입장에서 반길만한 또 하나의 요인은 경매물건이 올해 이상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경매물건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은 금리다. 그간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05년 전국에서 진행된 경매물건이 48만6천건으로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온 후 2008년 31만4천건으로 줄곧 감소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부동산가격 급등에도 원인이 있었지만 저금리에 기한 영향이 무엇보다 컸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사뭇 달라졌다. 부동산시장이 회복기에 있다지만 DTI규제 확대 시행으로 가격이 다시 주춤하고 있고, 내년도 5% 경제성장률을 얘기하지만 실질소득은 더욱 감소하고 있는데다 경기호전에 대한 전망에 따라 금리상승에 압박도 거세지고 있는 추세다. 경매물건이 늘어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2009년 들어 9월말 현재까지 진행된 경매물건은 모두 25만3천건. 월평균 2만8천건 정도로 2008년 월평균 2만6천건보다 2천건 정도가 많다. 금리인상 추세에 실물경기 침체 등이 반영된 결과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경매물건은 33만건 정도에 이르고 2010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35만건의 경매물건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경매투자자의 물건에 대한 선택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겠지만 더불어 경매물건 증가로 입찰자들이 분산되고, DTI 규제, 금리인상 영향으로 낙찰가율이 급등하지는 않을 상황. 2010년 경매투자자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불황일수록,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규제가 심할수록 좀더 안정적인 상품, 좀더 저렴한 가격에 부동산을 구입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는 법이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 역시 2010년 경매시장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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