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하는 다국적기업의 수가 늘면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주택임대사업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임대사업은 2~3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받는 소위 ‘깔세형태거나 고액의 월세를 매달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투자금 대비 연 10%를 훨씬 웃도는 고수익이 보장되면서 저금리 시대의 유망사업으로 몇 년 전부터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의 주택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소문처럼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고수익을 올린다는 점 때문에 너도나도 외국인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면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어나 일부 지역은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저가매입을 통해 짭짤한 임대수익을 올리는 사례는 여전히 많다. 경매시장을 공략해 높은 임대수익을 올리는 이◌◌(55) 씨의 사례다. 이 씨는 누구나 약간의 발품만 들이면 쉽게 살 수 있는 일반 매물이나 급매물보다는 저가매입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바로 부동산 떨이시장인 경매시장에서 승부수를 건 것이다.
2년 전 공기업에서 명예퇴직한 이 씨는 퇴직금과 저축한 돈을 합쳐 외국인 임대사업용 주택투자에 관심을 기울였다. 2년째 외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을 찾아다니며 외국인 임대주택사업의 수익성을 확인하곤 투자대상을 확고히 했다.
매물로 나온 주택을 답사하며 우량물건을 고르던 중 매매 값이 비싸고 고가로 분양 중인 아파트나 급매물로는 타산이 맞지 않을 거란 판단이 섰다. 시세보다 10% 가까이 싸게 나온 주택이나 아파트는 투자 경쟁이 심해 항상 아쉬움만 남기고 쉽게 팔렸다. 이제 적극적인 투자 자세를 갖지 않는다면 좋은 매물을 구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다.
경매 컨설팅업체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한 후 외국인 선호지역으로 불리는 이태원동․한남동․동빙고동․방배동 등지에서 경매로 나온 주택을 꾸준히 답사하고 괜찮은 주택은 입찰에 무조건 참여했다. 되도록 저가매입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연거푸 다섯 번이나 떨어졌다.
지난 해 4월 드디어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아파트 191㎡에 입찰해 6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감정가(5억5000만원)의 75%인 4억1300만원에 낙찰 받았다. 그 당시 시세에 비해 20% 이상 값싸게 낙찰 받은 셈이다.
이 경매아파트는 외관상 문제가 있어 보이는 물건이었다. 법원 매각물건 명세서 상 세입자 3명이 거주하고 있어 명도(집 비우기)에 문제가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세입자들 모두 소액임차인이어서 일정 금액을 최우선 배당 받아 나가기 때문에 아무 하자가 없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대지권이 등기부에 정리되지 않은 상태. 아파트에 대지권 등기가 되어있지 않으면 나중에 대지지분만 경매에 부쳐져 대지 소유권자에게 일정 지분만큼 토지사용료를 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컨설팅업체는 전혀 하자 없는 물건이라고 자문해주었다. 대지권이 없더라도 감정 평가서 상 토지지분이 제값에 감정돼 포함되어 있다면 낙찰 후 등기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였다. 따라서 경매투자의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이 입찰을 꺼리는 아파트였기 때문에 입찰 경쟁률이 낮아 싼값에 낙찰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씨는 세금과 경비 등 4200만원을 들여 총 4억5500여 만 원이 들었다. 3000만원을 들여 내부수리를 한 다음 3개 월만에 한국주재 상사원인 미국인에게 세를 줬다. 2년 치 월세(월 350만원)인 8400만원을 일시불로 받고 임대를 준 것이다. 이 씨는 단순 계산상 은행금리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많은 연 15%대의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해 낙찰 받을 당시와 비교해 현재 아파트 값이 감정가보다 많이 상승해 이 씨는 낙찰가와 비교하면 1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은 물론 임대수익이 기대 이상 많이 나오는 외국인 임대주택사업 투자에 성공한 셈이다.
요즘같이 부동산 값이 많이 올라있을 때에는 되도록 저가매입이 투자의 상식이다. 언제 부동산값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 값 주고 부동산을 사면 두고두고 후회할 수 있다. 특히 임대주택용으로 매입할 때는 되도록 싼값에 사야 타산이 맞는다.
경매시장이 아무리 과열화되어 있더라고 부동산 시장의 유일한 도매시장 격인만큼 항상 값싸고 좋은 매물에 대한 정보를 갖고 꾸준히 입찰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대형 경매주택은 저감률(1회 유찰 시 깎이는 금액)이 높은데다 수요가 많지 않아 10~20% 정도 싼값에 나온 매물이 많다. 외국인이 좋아할 만한 지역과 장소의 중대형 주택을 싸게 낙찰 받아 세를 주면 이만한 투자대상을 찾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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