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점입가경이다. 입주물량 급감으로 시작된 강남발 전세난이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전세난 확산은 지역적 범위 확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중대형 평형으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www.drapt.com)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겨울방학 학군수요에 기한 이사철이라 할 수 있는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기간 동안의 서울지역 전세가 상승률은 2.72%.

타입별로 볼 때 전용면적 60㎡이하(이하 소형아파트)가 1.73.%, 전용면적 60~85㎡이하(이하 중소형아파트) 2.02%, 85~135㎡이하(이하 중대형아파트) 2.99%, △135㎡초과(이하 대형아파트) 2.54%로 중대형아파트와 대형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이 중소형 이하 평형의 상승률을 앞질렀다. 전세난이 지역과 평형에 상관없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입주물량으로 숨통이 트였던 경기지역마저 서울에서 밀리고 밀려 집찾기에 나선 전세 수요로 인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그나마 학군 수요가 마무리되면서 전세가 상승세가 일부 꺾이긴 했지만 학군 수요가 잠잠해지기가 무섭게 이제는 봄철 이사철이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당장 이 사태가 진정될 기미도 없다. 마냥 자연스레 열기가 식기만을 바라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에서 올해 1만채 이상의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있고, 보금자리주택이 3월 위례신도시를 시발점으로 4월 2차 보금자리주택지에서 계속 공급될 예정이지만 이들 주택은 4~5년 후에나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이기 때문에 당장의 현안문제인 전세난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전세가 상승에 전세물량마저 부족한 상황. 일부 입주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은평뉴타운, 광명하안동 재건축 등)을 제외하고는 전셋집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기존 임차인이라면 그냥 눌러 앉아 재계약을 하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치솟는 전세가에 집주인이 언제고 전세가를 인상해달라고 할지 마냥 불안하기 짝이 없다.

비축해둔 자금을 활용하거나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인상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새로운 전셋집을 찾아 전전긍긍하거나 평형을 줄여 이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재개발ㆍ뉴타운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자나 신혼부부, 학군 이동 수요 등 신규 전세 수요자에게서도 마찬가지.

학군, 직장 문제로 인해 쉽사리 거주지역을 옮기지 못하는 경우에는 평형을 줄여 인근지역으로 이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전세난은 애당초 중소형 평형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역과 규모 불문하고 걸쳐 있는 전세난을 피해갈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이럴 때 아파트만을 고집하지 말고 연립ㆍ다세대주택에도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연립ㆍ다세대주택은 아파트보다 전세가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아직은 전셋집 찾기도 아파트보다 수월한 편이다.

가격도 아파트보다 저렴하다. 30형대 기준하여 지은 지 조금 된 연립ㆍ다세대는 강남권이라 해도 전세가가 2억원을 넘지 않고, 새로 지은 연립ㆍ다세대도 2억원대 초반이면 구할 수 있다.

최근 지어진 연립ㆍ다세대주택은 내부 평면도 아파트와 다를 바 없고, 주차공간도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가급적 아파트와 연립ㆍ다세대가 혼재해 있는 지역보다는 연립ㆍ다세대주택 등 저층 주택 위주로 주택단지가 형성된 지역이 좋다. 평형을 줄여갈 수 없고 지역을 떠날 수 없는 학군, 직장 수요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새아파트와 오래된 아파트의 전세가 차이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예컨대 재건축을 통해 최근에 입주한 잠실리센츠 등 새아파트 33평형 아파트 전세가는 4억원대이지만, 이곳에서 조금 더 벗어난 송파동이나 가락동 20년 이상된 중층 아파트 유사 평형의 전세가는 잠실 새아파트의 반값 수준인 2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생활수준이나 학군, 교통환경 등이 유사하고 오래된 아파트라고 하지만 단지내 동간거리나 녹지축이 양호해 오히려 첨탑처럼 올라간 새아파트보다 쾌적성이 더 낫다. 내부도 공동주택 특성상 약간의 손질만 가한다면 생활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다. 굳이 두 배 이상의 전세가를 지불하면서 새아파트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같은 논리로 재건축이 예정돼 있거나 추진되고 있는 저층 아파트도 전셋집으로는 그만이다.
재건축이 예정돼 있다지만 실제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철거)시점까지는 최소한 5년 이상 걸리고, 재건축 추진 단지 역시 관리처분이 임박한 단지 외에는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중층 아파트보다는 단지내 환경이 열악하지만 전세가는 훨씬 더 저렴하고 2~4년 정도 눈 딱 감고 임차인으로서 생활하기에 큰 지장은 없다.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이거나 직장인, 또는 1자녀를 둔 가정에 안성맞춤이다.

끝으로 가급적 재개발ㆍ뉴타운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많은 곳은 피하고, 입주물량이 많은 곳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
입주물량이 많은 곳은 입주단지 뿐만 아니라 입주 여파로 인해 주변 단지에까지 영향을 미쳐 더불어 전세가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수요가 많은 입주단지와 그 주변 지역을 눈여겨둘 필요가 있다.

투자수요가 많은 입주단지의 경우 입주아파트의 절반 이상을 임대수요로 채워야하고, 또한 주변지역 역시 새아파트에 입주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그간 살고 있던 주택을 처분하고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물(전세 또는 매매)이 많아 전셋집 찾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다만 한 가지 첨언한다면 전세입자 입장에서는 입주단지보다는 주변단지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다는 점이다. 입주단지야 새아파트라서 좋겠지만 2008년 하반기 강남권(특히 송파구) 일대 입주물량이 집중되면서 급락했던 전세가가 다시 이전 전세가 이상으로 상승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입주 후 재계약 시점에 큰 폭으로 오른 전세가 인상여부를 놓고 고민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