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이상 ‘불패신화’를 보여 왔던 부동산 시장이 장기침체로 얼음장처럼 얼어붙고 있다. 봄은 왔는데 기존 주택시장 거래는 물론 인기지역 신규분양마저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서울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저가주택이나 도심 주택, 재개발·뉴타운 일대 다세대주택 등 일부 소액·안전 위주의 종목만이 간간이 거래될 뿐 부동산 실수요자들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 팔려다 늙어죽겠다”는 한숨만 깊어가는 가운데 빈 집에 이어 빈 상가, 빈 중개업소까지 늘어 부동산 3공(空) 한파의 3중주가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실수요자들의 실질소득 감소와 고용불안, 기대심리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투자재로써 부동산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전 부동산 전문가들마저 2000년 이후 진행됐던 10년간의 부동산의 대세상승기가 끝나고 부동산값이 긴 조정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의 급성장을 이끈 경제·사회적 요인이 거의 쇠퇴하며 10년 이내에 시장의 구조변화가 예상된다면 수요계층의 변화와 투기수요의 감소가 필연적이다. 자산 설계에 있어 부동산 비중을 점차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또 부동산 투자에 나설 때 자본소득 또는 자산증식 보다는 ‘임대소득’과 ‘가치상승’ 차원에서 현금화하기 쉽고 활용성 높은 부동산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전략이 불가피해 보인다.
부동산시장의 변화에 따라 투자 패러다임도 변화할 전망이다. 실속을 중시하며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방식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다. 고가 → 중저가, 덩치 큰 주택 → 작고 실용적인 주택, 단기 → 중장기 투자, 투기 → 실수요나 교체수요, 지방이나 도시외곽 → 도심이나 수도권, 직접투자 → 간접투자 형태로 다변화될 것이다. 부동산 자산설계를 준비하며 투자에 나설 때 실속형 부동산을 고르는 안목에 대해 알아보자.
가까운 곳에 투자하라
원정투자는 오래된 투자관행이다. 투자 유망지역을 찾아낸 후 주택이나 토지를 사기위해 단체버스를 타고 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그러나 투자위험을 잘 아는 고수나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원정투자’를 오래된 금기사항으로 여긴다. 자기 사업지나 주거지에서 너무 멀리 나가 투자하면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을 높인다. 멀리 가 투자하면 거래비용과 노력이 더 들고 팔 때 애를 먹어 겉으로는 남아도 안으로는 까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동산 수요자의 특성이나 개발정보,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외지에 투자하면 시세정보가 어두워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또 청약이 불리하고 양도소득세 비과세 거주요건(수도권 3년, 지방 2년) 때문에 절세효과가 미미해 투자실익이 거의 없다. 절세나 호재 예상된 지역이 아니라면 사업지나 주거지 인근, 잘 아는 곳이나 연고가 있는 곳, 자주 가서 시세나 거래동향을 파악하기 쉬운 곳에 돈을 묻는 것이 실속 있는 투자방법이다.
작은 부동산이 아름답다
‘베이비붐’(현 45~55세) 세대들은 자산 규모를 줄여 작은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것이 자산 리모델링의 최신 유행처럼 변했다. 인구 지형도와 사회·환경 변화는 소형 부동산을 불황에 강한 실속형부동산의 대표격으로 부각시킬 것이 거의 확실하다. 부동산 개발붐이 일고 있는 개도국이 아니라면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중소형이 투자의 대세인 셈이다. 규모 작은 부동산은 관리가 손쉽고 손바꿈과 객단가가 높아 경기의 부침을 덜타는 안정형 자산이다.
소형 아파트·오피스텔·원룸텔·도시형 생활주택·자투리 토지·임야·주말농장·전원주택 등 소형 종목들은 공급이 모자라지만 수요층은 꾸준히 늘고 있어 고급형과 대형 위주의 부동산시장에서 몸값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도심 임대용 상품뿐 아니라 수도권의 전원주택과 회원권 등 레저용부동산도 요즘은 실속형이 대세다. 수 억 원을 웃도는 고급상품 보다는 적은 돈으로 운용할 부동산이 인기를 끈 지 오래다.
값싸게 사는 것이 최선이다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는 위치 좋은 부동산만 잘 고르면 실패확률이 줄어들지만 경기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무조건 싸게 사야 성공한다. 미분양이 넘쳐나고 입주를 못해 ‘불 꺼진 집’이 넘쳐나는 때에는 제대로 매겨진 부동산보다 파격적으로 할인한 값에 파는 부동산이나 가격조건이 좋은 부동산부터 찾아내야 한다. 거품 뺀 부동산을 잡아야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임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서다.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을 잡으려면 값싸게 나오는 시기 등 부동산 거래관행을 알아두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더 좋은 조건의 값싼 급매물을 매입하는 것이 돈 버는 지름길이다. 실수요자라면 가격이 급락한 지역을 찾아 내 자금에 맞는 초급매물을 찾아보자. 관심지역 내 현지 중개업소 몇 군데와 친분을 쌓아둬 몇 개월의 가격변동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넉넉한 시간을 갖고 꾸준하게 발품을 팔아 매물상황을 체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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