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침체의 골이 깊었던 탓일까?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선심성 개발공약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예전과 달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만 하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불문하고 선거철에 쏟아져 나오는 개발공약성 선거특수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선거를 전후로 출렁였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간에 워낙 많은 개발호재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었고, 개발공약이라고 해봤자 그간에 나왔던 개발정책들을 다시 우려먹는 수준이거나 이미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는 사안들을 다시 포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새로운 개발공약이랄 것이 없는 탓일 게다.

요즘 분양시장 만큼이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재건축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재건축 분야로 치자면 개발공약이라고 하기보다는 정책공약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만 사실 MB정부 들어 부동산 전반에 걸친 규제완화가 이루어지면서 재건축 분야 역시 상당수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에 특별히 선거 공약이라고 내세울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는 사안이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 문제이다.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은 준공 기준 최장 40년으로 되어 있는 재건축 가능 연한을 30년 이상으로 완화하고자 한 것으로 지난해 9월 처음 발의된 후 서울시 의회의 수차례에 걸친 재심의 끝에 보류된 사안이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자문위원회까지 만들어 아직 재건축 허용 연한이 도래하지 않은 아파트의 노후도와 주거환경, 장기수선충당금 사용 현황 등을 분석해 재건축 허용 연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다. 지난 4월에는 이를 지지하는 주택산업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나왔다.

재건축시장이 위축돼 있는 만큼 이를 활성화시킬 만한 모종의 대책이 필요한 때이기는 하다. 그러나 재건축 허용 연한 단축이 과연 재건축시장을 활성화시킬 만한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층 재건축아파트의 대부분은 준공연한이 도래한 아파트로 이미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결국 재건축 허용 연한 단축으로 가장 수혜를 받는 아파트는 중층아파트라는 얘긴데 중층아파트단지가 재건축 허용 연한이 단축된다고 어디 그리 쉽게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인가?

특히 재건축 허용 연한이 도래해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요청이 있다고 해도 그 대상 공동주택이 노후ㆍ불량주택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안전진단 요청이 반려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건축 허용 연한 단축 실효성에 더욱 의문을 갖게 만든다.


또한 재건축 허용 연한이 단축되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구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일. 재건축 연한이 단축된다는 소식만으로도 재건축시장이 불안해질 것은 뻔한데, 이들 아파트가 제각기 재건축을 추진한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론 현재의 재건축 연한 산정 방식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특성이나 주거환경, 개ㆍ보수의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준공연한만을 기준으로 한 재건축 연한 산정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미흡하다고 여겨지는 점이 안전진단이라는 절차를 통해 십분 보완되고 있고 또 나름 재건축 일정에 대한 조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재건축 허용 연한 단축은 재건축시장을 활성화시킬 실효성 있는 정책이 아니라 바람잡이 노릇이나 하는 정책, 재건축시장을 교란시킬 정책으로 오해되기 십상이다. 시장가격의 조정측면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재건축시장을 다시금 불안하게 할 소지가 있는 사안을 지금에 와서 굳이 이슈화할 필요는 없다.

오로지 재건축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재건축 연한 단축보다 더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는다면 아마도 용적률 완화를 비롯하여 초과이익환수, 소형아파트의무비율 및 재건축 절차 개선을 통해 재건축사업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저층아파트의 대표격인 가락시영, 고덕주공2단지,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사업이 조합원간 갈등 내지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재건축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이면에는 재건축사업성 저하로 인한 조합원 부담증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재건축 활성화 측면에서 자못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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