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로 차익을 남기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저가아파트 출현과 점점 수요가 줄어 미분양이 늘고 있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파트의 역사는 곧 재테크의 역사이자 재산불리기에 가장 선호하는 종목이다. 서민들의 아파트 장만은 여전히 꿈이다. 앞으로 급등은 어렵더라도 불황과 침체를 비켜간 아파트 대박사례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파트를 통한 ‘웃돈’ 챙기기 사례는 주변에 매우 흔하다. 청약통장 활용은 기본이고 미분양·분양권, 재개발·재건축 등 투자대상 아파트 상품은 다양하다. 그 중 정부정책을 틈새로 활용해 저가에 매수해 시세차익을 거두는 사례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특히 아파트 거래가 침체기일 때 계약과 주거여건 좋은 아파트를 싸게 사서 짭짤한 차익을 거두는 경우다.
신도시 미분양으로 웃돈 챙기기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권◌◌씨(52)는 자녀들이 커가면서 은퇴 후에 거주할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틈만 나면 발품을 팔아 주말마다 수도권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들락거리며 각종 분양정보를 수집하였다. 마침 기반시설 부족 등 난개발 문제가 언론에 불거져 입주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미분양으로 남아있던 동탄신도시 아파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동탄신도시 분양 막바지에 미분양된 A아파트 대형평수 151㎡를 3억4,000만 원에 구입하고 분양금의 10%인 3,400만원을 계약금으로 치렀다. 중도금 60%는 분양사가 알선해 준 대출금으로 납부하고 1년 반이 지나 입주 시에는 융자 받아 잔금을 치루고 보존등기를 마쳤다. 입주 후 바로 1억8000만 원에 전세를 놓아 빌린 대출금을 갚을 수 있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프리미엄이 분양가만큼 높게 형성돼 있었다. 택지지구 중 입주 6개월 만에 평균 2억6000여 만 원이 올라 입주기간 대비 가장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다. 매입한 아파트도 가격이 올라 시세 7억2000만원을 넘어서자 바로 7억 원에 되팔았다. 양도세만 1억2000만원을 납부했다. 2년 만에 시세차익이 투자금 대비 두 배에 달한다.
아파트 가격의 하락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도 권 씨는 틈만 나면 미분양아파트 답사에 나선다. 최근에는 용인의 택지지구 미분양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용인고속도로와 경전철 호재를 안고 있어 교통망 확충의 수혜지로 여겨서다. 단지 주변에 새로운 시설이 확충되는 지역이라면 인근 미분양을 노리는 게 투자전략이다. 대단지와 낮은 분양가에 금융혜택을 감안하면 미분양은 우량한 투자대상이라 믿는다.
싼 값에 솔깃해 물딱지 분양권 샀다 쪽박
이번에는 아파트 상품에 투자했다 시세차익은커녕 물딱지 분양권에 속아 거리로 내몰리게 된 사례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황◌◌씨(55)는 2년 전만해도 115㎡대 브랜드의류점을 운영하는 어엿한 사장님이었다. 우연히 상가로 배달된 전단지에 아파트 분양대행사가 회사보유 분양권을 시세의 절반 값에 넘긴다는 문구에 속아 문의전화를 해본 것이 화근이 됐다.
상담을 했던 대행사 직원이 판다는 회사보유 분양권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일반분양 없이 일정 기간 현지에 거주하면 분양권을 살 수 있고 중간에 되팔면 많은 차익을 챙길 수 있다고 현혹했던 것이다. 황씨는 은행대출 2억 원에 점포보증금 등을 합쳐 2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회사보유분은 존재하지도 않은 속칭 물딱지였던 것이다.
사기업자는 실제 분양아파트 숫자보다 70여 채 더 많은 물딱지를 만들어 판 다음 잠적한 상태다. 황씨와 함께 사기를 당한 피해자만 70여명이 넘고 피해액만 350억 원에 달한다. 황씨는 살던 집을 경매로 넘기고 부인과 함께 여관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조합아파트는 거주요건만 갖추면 일반분양 없이도 돈만 내면 분양권을 살 수 있다 보니 사기가 판을 친다.
아파트는 가장 안전한 부동산상품에 틀림없다. 시세변동이 적고 수요가 많아 그동안 싼 값에 사두면 웃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 우는 일이 더 잦아질 전망이다. 주택규제와 세금강화, 지역 양극화가 심화돼 예전만큼 차익을 거둘 가능성이 많지 않다. 따라서 기대수익 보다는 내 자금에 맞게 입지조건 좋은 유망지역 아파트를 선별적으로 고르고 무조건 저가매수 하는 것이 실패하지 않는 아파트 재테크의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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