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출발점에서 한해 부동산시장을 전망해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

아직도 반기가 남았지만 매매시장 침체, 분양시장 침체, 전세가 급등, 2차 보금자리 흥행 실패, 유럽발 금융위기, 천안함 침몰 사고, 6.2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한해 겪어야할 모든 풍파를 다 겪은 듯한 느낌이다.

그런 복잡한 세태를 반영했음일까? 주택구매심리는 잔뜩 움츠러들었고, 투자자나 실수요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워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관망세만 짙어지고 있다. 내리막길에서 투자하라는 것이 부동산투자의 기본 원칙이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 원칙을 알고서도 실행에 옮기기가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 각급 연구기관에서 내어놓고 있는 부동산거품 붕괴설, 보금자리주택의 일시적 대량공급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가 투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다고 딱히 실수요나 투자수요를 흡인할 만한 호재가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하반기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들을 살펴봄으로써 나름 하반기 전개될 부동산 기상도를 체크해보고자 한다.

[실물경기 되살아날까?] 투자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 지난해 동기대비 8.1%, 전기대비 2.1% 상승했다. 산업생산ㆍ민간소비ㆍ수출ㆍ설비투자 등 모든 부문에서 호조세를 보이고 실업률 3%대로 하락하는 등 경제회복기조가 완연해지면서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5%대로 상향 전망하고 있는 상태다.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일할 능력을 갖고도 마땅한 취업자리가 없거나 개인사정이 있어 취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 수는 지난달 전년비 7만8000명 늘어난 22만9000명을 기록했다. 취업준비자 수 역시 4만8000명 증가하며 67만4000명에 달했다. 정부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업인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2008년 -0.6%, 2009년 1.5%로 최근 2년간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지난해 말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부채는 전년 대비 45조4000억원(6.6%) 증가한 733조6600억원을 기록하면서 가구당 빚도 269만원 증가한 4337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도 1만7천달러로 떨어져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가 재정상태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국가채무가 사상 최대인 360조(GDP 대비 33.8% 수준)에 이르고, 올해에는 4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 348조를 합하면 지난해 국가 및 공공기관 채무는 모두 708조원으로 GDP의 66%를 상회한다. 경제지표는 개선되고 있다지만 경제활동주체가 느끼는 체감경기에 대한 호전은 아직 요원한 셈이다. 특히 6.2지방선거 이후 공공요금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천안함 사태, 유럽발 금융위기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는 주택구매심리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금리인상 단행될까?] 기준금리 동결로 벌써 16개월째 2.00%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부동산거품 붕괴 우려 등을 이유로 한 것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나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 8.1% 상승, 5월 생산자물가 최고치(4.6%)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박, 8년 1개월만의 가장 많은 고용 증가, 실업률 감소,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점차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준금리 동결 조치에도 불구하고 2분기 경제지표에 따른 경제의 지속성장 가능성, 대외 경제적 불안요인을 확인한 후 3분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상은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더욱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저금리기조에도 침체됐던 부동산시장인데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소유자의 이자부담이 커져 매물이 쏟아질 수 있고, 또한 금리부담으로 담보대출을 통한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는 등 거래가 냉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호전에 따른 금리인상이 가해진다하더라도 부동산시장의 급랭을 저지하고 거래 숨통이 트일만한 규제완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추가 규제완화책 나올까?] 최근 MB의 행보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왔다. 6월 초 싱가폴에서의 ‘하반기 부동산시장 회복’ 발언에 이어 11일에 나온 ‘지방 건설경기 살리기’ 발언이 그것이다. 관계부처에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해달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하반기에 부동산시장 및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추가 대책이 나올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특히 MB 발언이 나온 이후 관계부처에서 발 빠르게 부동산 각계 전문가와의 좌담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지난 10일 부동산 시장전문가와 좌담회를 가졌고, 기획재정부에서는 오늘(15일) 시장전문가를 비롯 부동산 및 건설관련 연구소, 금융, 학계 전문가가 참여해 ‘주택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현 주택시장 동향을 듣는 것에서부터 주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보금자리 수급문제, 대출규제(LTV, DTI 등),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규제, 미분양 해소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되는 자리들이다. 주택시장의 침체 상태가 장기화될 것을 예방하는 차원의 모종의 규제완화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또한 기술했듯 금리인상으로 인한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의 규제완화책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보금자리 관심 일반시장으로 돌아올까?] 1차 보금자리, 위례신도시 보금자리는 가격과 입지경쟁력을 앞세워 나름 성공을 거뒀다. 이후 2차, 3차 보금자리 공급계획이 속속들이 발표되면서 실수요자나 투자자의 관심이 온통 보금자리로 쏠렸다.

보금자리에 대한 청약 대기수요마저 급증하게 됐고, 반면 일반분양시장이나 주택시장은 거의 초토화될 지경에 이르렀다. 보금자리가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정도로 흥행에 실패하고 나서야 보금자리에 쏠렸던 관심이 일반 주택시장이나 민간 분양시장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절박한 심정마저 없지 않았다.

2차 보금자리 청약 결과 내심 기대(?)했던 바대로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미분양이 대량 발생했지만 보금자리 관심이 일반시장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격이 저렴하다는 보금자리마저 분양에 실패함으로써 그만큼 시장이 침체돼있고 앞으로도 그러한 상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확신만 심어주는 꼴이 됐다.

작금의 주택시장 침체가 비단 보금자리에서 비롯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자 다른 요인, 예컨대 실물경기 호전,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의 해소, 건설ㆍ주택ㆍ금융ㆍ국가재정 등의 전반적인 안정이 전제되지 않고는 단지 보금자리가 흥행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 관심이 일반 부동산시장으로 돌아서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보금자리 흥행 실패로 인한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확신은 1차, 2차보다 공급물량이 더 많은 3차 보금자리 청약 시에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시적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완화 유예될까?]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양도세를 중과(2주택자 50%, 3주택자 60%)하도록 되어 있으나 올해 말까지 매각하는 경우에는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고 일반과세(6~33%)된다. 또한 올해 말까지 신규 취득으로 다주택자가 된 경우에도 향후 다주택 매각 시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올해 다주택자 회피물량이 많이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투자수요가 가세해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동산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의 얘기다. 요즘처럼 연일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매매시장이나 분양시장 모두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매물도 쉽사리 내놓을 수 없을뿐더러 매물이 나온다고 해서 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특히 강남권 투기과열지구는 일반세율에 10%를 가산하도록 하고 있어 양도세 중과 완화에 대한 메리트도 그리 크지 않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아예 폐지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시한을 1년 더 연장하고 아울러 강남권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10% 가산세를 없애는 정도의 완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택공급 얼마나 이루어질까?] 공급량(분양, 입주)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 중의 하나다. 분양물량은 잠재적 변수에 해당하지만 입주물량은 해당지역 뿐만 아니라 주변지역 거래시장(매매, 전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변수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국적으로 21만2천여가구 분양이 계획돼 있다. 상반기 분양실적 7만3천여가구에 비해 3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물론 여기에는 10월 공급 예정으로 있는 보금자리 물량이 포함돼 있고, 시장여건에 따라 분양계획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수 있겠지만 당초 계획대로 분양이 이루어진다면 분양시장이 반짝 호전됐던 지난해 하반기 실적(16만5천가구)보다 5만가구 더 많은 물량이 공급되는 셈이다.

지방보다는 수도권, 수도권 중에서도 경기도, 경기도에서도 경기남부에 집중돼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서울에서도 상반기 8천가구에 이어 하반기 1만5천여가구 등 올해 모두 2만3천여가구가 분양됐거나 분양될 예정으로 있어 지난해보다 분양물량이 풍부해질 예정이다.

입주물량은 하반기에 전국적으로 16만가구가 예정돼 있다. 수도권(8만8천가구)과 지방(7만2천가구)에 고루 입주물량이 대기하고 있으며, 수도권내에서도 그간 경기남부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서울(1만8천가구), 인천(1만3천가구), 경기남부(2만9천가구), 경기북부(2만8천가구)에 고루 분포돼있다. 수도권 올해 입주물량(17만4천가구)이 지난해 15만4천가구에 비해 2만가구가 늘어났다는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수도권 전세시장 안정은 이룰 수 있겠지만 매매시장은 올해가 가도록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2지방선거 결과, 개발정책 기조 유지될까?] 6.2지방선거 결과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 물론 서울, 경기 광역자치단체장은 여당의 몫으로 돌아갔지만 이 역시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은 야당의 몫이었다. 어쨌거나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를 여당이 독식했을 당시 추진됐던 각종 개발사업이 재검토되거나 연기,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기존 개발사업이 전면적으로 중단되거나 재검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이었던 개발, 주거환경개선 차원의 꼭 필요한 개발, 지역경제를 되살리는데 도움이 되는 개발 등은 어느 정도 이전부터 지역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해서 이루어진 것이니만큼 지역민의 민의를 거스르면서까지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따라서 6.2지방선거 판세 변화로 인한 개발정책 기조 변화는 개발사업을 위한 개발(예컨대 무분별한 뉴타운 지정, 한강변 공공성 회복 등)이나 지역민의 민의에 거스르는 개발(예컨대 4대강 사업, 골프장 건설 등), 전시행정적 개발(호화청사 개발, 초고층 빌딩 개발 등)에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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