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넘어간 것에 대해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대책 수위에 대해 관계부처간 의견조율이 안됐다는 둥, 8월에 다시 나올 것이라는 둥, 가격안정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정부가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둥,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이 워낙 침체된 탓에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둥...

오가는 말이 무엇이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거래 활성화 대책을 기다려왔던 주택보유자, 주택수요자 등 거래당사자들의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니게 됐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한여름 비수기에다 시장 침체로 거래가 끊긴 마당에 규제완화를 늦춤으로써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장의 요구를 외면하고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함으로써 정부로서도 부담이 생겼다. 이로부터 한달 또는 두달 후에 내놓을 대책의 수위도 부담이려니와 대책을 내놓았을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경우 규제완화 내지 거래 활성화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난이 온통 정부에 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MB정부 출범 초기부터 규제를 대폭 풀어왔던 탓에 마땅히 내놓을 카드가 마땅하지 않다. 또한 지금 시장상황으로 보아 규제를 일부 푼다고 시장이 살아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지배적이다. 웬만한 규제완화 정도로는 시장에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규제를 많이 풀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분양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분양가상한제 및 전매제한 완화, 세제감면은 물론 용적률 상향, 소형의무비율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 개선 등 재건축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기 위한 일련의 정책들이 그것이다.

모두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사항들이지만 7월 대책이 오가는 중 정부나 시장 모두에게 관심이 쏠렸던 분야는 다름 아닌 총부채상환비율(DTI)이었다. 작금의 부동산시장 침체가 DTI 규제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고, 사실 그러했다. DTI규제가 수도권에 확대되고 이후 제2금융권에까지 확대된 지난해 10월 이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DTI로부터 시작된 것은 DTI로 푸는 것이 마땅하나 부동산 가격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정부로서도 이마저 여의치 않다. DTI를 푸는 경우 부동산시장을 다시 불안하게 할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더 멀어졌다는 비난,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 뻔하다.

정부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대목이다. 분명 DTI를 건드리는 것이 맞긴 한데 어느 정도 수위에서 건드려야 할지가 고민이다. 지난 7월 대책이 무산됐던 것도 그 수위에 대한 부처간 의견이 조율되지 못했던 바가 컸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간 논의됐을 법한 DTI 규제완화에 대한 수위는 어느 정도였을까? 그 경우의 수를 5가지로 예상해보자.

첫째, DTI 규제의 전면적인 완화이다. 현재 DTI 규제는 강남권의 경우 40%, 서울 50%, 수도권 60%로 지역적 차등을 두고 있다. 강남권을 비롯해 수도권 전역에 걸친 DTI 규제를 예외 없이 전면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아무리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라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인 만큼 이를 도입할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다.

둘째, 규제완화 폭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행 DTI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지난 4.23대책의 연장선에서 이를 확대 시행하는 정도이다. ‘4.23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에 의하면 기존주택이 팔리지 않아 신규주택에 입주를 못하는 자의 기존주택(6억 및 85㎡ 이하, 투기지역 제외)을 구입하는 자(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에게 국민주택기금에서 융자를 지원(부부합산 연소득 4천만원 이하인 자에 한정)하거나 LTV 한도 이내에서 DTI한도를 초과하여 대출이 가능하도록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 지원하도록 했다.

직접적인 DTI 규제완화보다는 우회적으로 DTI 규제를 완화하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셈이다. 그러나 대상주택이나 지원 대상자가 한정돼 있고 대상주택을 골라 매입해야 하는 복잡함이 있는데다 대상주택 여부에 확인에 대한 정보시스템 미비 등으로 대책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차후 대상주택을 넓히거나 지원 대상자의 연소득 범위를 확대하는 등 기존 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DTI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 시장 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DTI 규제완화라는 소기의 목적 달성용으로도 적합해 정부가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방안 중 하나지만 이 역시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작금의 침체된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실수요자의 구매력을 높이는 것만으로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셋째, DTI 규제를 지난해 9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당시는 강남권 3개구(투기지역)만 DTI 40%가 적용되고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정상화되고 비강남권 지역 거래 활성화로 강남권 수요가 일어나면서 강남권 주택가격 역시 동반 상승했던 시점이기도 하다.

전면적 규제완화보다는 그 영향력이 다소 떨어지겠지만 강남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DTI가 적용되지 않는 결과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강남권 거래수요로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강남권 DTI 규제를 지속하면서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정책으로 효과만점이지만 이 역시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MB정부가 도입하기에는 부담이 가는 정책이다.

넷째, 제1금융권은 현행 DTI 규제를 유지하고 제2금융권만 완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DTI를 서울 및 수도권으로 확대하고서도 가격안정 기미가 보이지 않아 10월에 단행했던 조치이다. 이후 주택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방안은 주택거래에서 발생하는 대출수요를 제2금융권으로 충당하게 하면서 일정부분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다만 최근 금리가 오르는 추세이고, 제1금융권보다는 높은 금리가 대출수요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폭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대출수요로 인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 증대 가능성도 제2금융권으로서는 부담이다.

끝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지역에 관계없이 수도권 기준으로 일괄 상향(60%)하는 것이다. 강남권은 40%로 두되 서울(현재 50%)을 수도권 기준으로 상향하는 것도 포함된다. 대출 가능액이 일정부분 상향되면서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력을 일정부분 견인하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투자수요를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두 마리의 토끼(실수요자 위주의 거래를 활성화시키면서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것)를 잡으려는 정부가 채택할 가능성이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기도 하다.

지금껏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지지부진 별 효과를 미치지 못했던 것은 작금의 시장 특성도 있었지만 주택시장 안정과 더불어 거래 활성화라는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정부의 태도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고 본다.

주택시장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거래 활성화를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되며, 위에서 두 번째와 다섯 번째와 같은 어정쩡한 정책을 내놓아서도 안 된다. 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로 시장 분위기 회복은커녕 시장을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반면 거래 활성화를 염두에 두었다면 주택시장 안정 기조는 차선에 두고 정책을 펴야 한다. 이 경우 DTI 규제완화 측면에서 위 다섯 가지 중 어떤 방안을 채택해야 하는 지는 분명해졌다.

기술했듯 작금의 침체된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실수요자의 거래만으로는 역부족이고 일정 부분 투자수요를 견인하는 수준의 DTI 규제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매각하거나 취득하는 주택에 대해 적용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제도의 취지에도 맞다. 전면적인 DTI 규제완화는 아니더라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기간 동안 한시적으로나마 DTI 규제를 푸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부디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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