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도시 마지막 일반분양물량이라 할 수 있는 대광로제비앙(전용면적 85㎡형 145가구)이 지난 8월 3일 1순위 미달에 이어 5일 3순위 청약에서도 끝내 미달사태를 막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대광로제비앙의 3순위 최종 경쟁률은 0.35대 1. 분양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전을 거듭하며,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라는 역할과 함께 분양시장 최고의 투자유망지역으로 꼽혔던 광교신도시내 분양물량이었고, 분양면적이 전용면적 85㎡이하로 인기가 있었던 중소형아파트였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광교신도시 순위내 미분양은 2009년 1월 이던하우스 이후 1년 6개월여만의 일이다. 이에 앞서 2008년 10월에 분양했던 울트라참누리는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지만 이후 미계약분이 대거 발생해 추가 분양을 실시한 바가 있어 사실상 광교신도시내 3번째 미분양에 해당한다.

울트라참누리나 이던하우스 미분양은 금융위기 직후 얼어붙었던 분양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지만 이후 부동산시장이 일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광교신도시 분양물량은 명품신도시라는 명칭에 걸맞게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금융위기로 지연되거나 연기했던 분양물량이 다시금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도 바로 이때다.

지난해 10월 이후 주택시장이 다시 얼어붙기 시작한 후에도 광교신도시만은 중소형이나 중대형을 불문하고 분양하는 족족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보이면서 광교불패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이러한 후광에 비하면 대광로제비앙 미분양은 다소 의외의 결과라 할만하다.

이번 미분양 원인을 두고 부동산시장이 그만큼 침체됐다고들 한다.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 당첨 후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어 청약률이 저조했다고도 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광로제비앙의 미분양 사태를 단순히 시장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뭔가 석연찮아 보인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라는 일반적이고도 공통된 사항 외에 미분양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입지여건을 비교해보자. 대광로제비앙 사업부지는 광교신도시 북서측 끝단에 자리한 A1블록으로 주변 녹지공간은 풍부하지만 광교신도시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에듀타운과 비즈니스파크가 밀집된 중심상업ㆍ업무지구와도 적잖이 이격되어 있는 거리다.

특히 사업지 남측 전면에 영동고속국도가 지나고 있어 광교신도시 중심생활권과 단절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지난 7월 29일 착공돼 2015년 개통 예정으로 돼 있는 신분당선 남부 연장선도 다소 원거리에 접해 있어 직접적인 영향권내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입지다. 웰빙카운티라는 친환경주거단지라는 특색 외에 이렇다할 특장점이 없는 곳으로 유사 블록에 소재한 호반베르디움(A2블록)이나 휴먼시아(A4블록) 등 다른 단지에 비해서도 입지경쟁력이 다소 뒤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분양가격을 살펴보자. 대광로제비앙(전용면적 85㎡형)의 공급면적 기준 3.3㎡당 평균분양가는 1360만원으로 지금까지 광교신도시에서 분양됐던 유사 주택형을 기준으로 하여 가장 높게 책정됐다.

같은 웰빙카운티 권역에 속해있는 호반베르디움의 3.3㎡당 1250만원, 광교휴먼시아 1197만원 대비 각각 3.3㎡당 110만원, 163만원이 더 비싸고, 중심상업ㆍ업무지구에 속해 있는 자연앤힐스테이트(2009년 12월 분양) 3.3㎡당 1171만원보다는 무려 190만원이나 더 비싸다. 입지경쟁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는 다른 단지에 비해 오히려 3.3㎡당 100만원~200만원 정도 더 높게 책정됐다. 입지경쟁력에 이어 가격경쟁력도 열세인 셈이다.

단지 경쟁력이 낮았던 것도 미분양 원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대광로제비앙의 총 사업부지면적은 1만9883㎡(약 6천평)로 크지 않은데다가 공급가구수도 총 145세대(지하2층~지상 5층 10개동)로 소규모단지에 해당한다. 또한 브랜드인지도 역시 낮은 편이다. 사업주체인 대광건영은 광주광역시에 주된 사업장을 둔 업체로 로제비앙이라는 브랜드로의 수도권 상륙은 판교신도시가 처음이고 광교가 두 번째다. 자연앤힐스테이트, 휴먼시아, 한양수자인, 호반베르디움 등 그간 수도권에서 주가를 올렸던 쟁쟁한 브랜드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란 그리 쉽지 않다.

끝으로 부동산시장이 금융위기 직후 수준이라 할 만큼 썩 좋지 않아졌다. 금융위기 정도는 아니더라도 수십 주간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분양물량이 자취는 감추는 등 시장 상황이나 사업주체의 몸 사리기가 금융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거래가 위축됐다. 여름철 비수기에다 금리인상 여파, 기대했던 부동산 거래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부재, 실물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여파다.

그간 주어졌던 양도세감면 등 세제혜택도 종료됐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계약 후 5년간 전매를 할 수 없다는 것도 맹점이다. 게다가 한여름에는 더위도 쉬어간다는데 다들 피서를 떠난 한여름에 분양일정을 잡은 것도 다소 무리라면 무리다.

결론적으로 대광로제비앙의 미분양은 입지나 가격경쟁력은 물론 단지 및 브랜드경쟁력, 정책지원 부재, 분양시점 등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결과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업주체는 왜 그런 악조건으로 분양에 나섰을까? 이유는 두 가지 중의 하나다.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나름 인기를 끌고 있었던 중형(전용면적 85㎡형)아파트인데다가 분양불패라는 최고의 투자유망지역인 광교라는 입지를 등에 업은 터라 분양에 자신을 가졌을 것이라는 것이 하나요, 최고 36층으로 구성된 다른 아파트단지와 달리 5층 저층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 특성상 각 세대에 돌아가는 대지지분이 135㎡(40평)가 넘는 등 건축비에 대한 부담으로 부득이 분양가가 올라갔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또 하나다.

아마도 전자보다는 후자일 가능성이 많겠지만 부동산시장이 침체될수록 입지나 가격경쟁력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를 외면하고 분양한 결과 청약미달이 대거 발생함으로써 광교신도시는 두 번째 미분양이라는 또 한번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광교신도시 분양아파트 분양가 및 입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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