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전세가 상승=매매가 상승’이 아직 이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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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전세난이 지난 몇 주째 화두다. 8.29대책이 발표됐지만 거래는 살아나지 않고 8주 연속 전세가만 상승한데다가 지난주에는 수도권 전세가가 올해 들어 가장 큰 폭(0.16%)으로 상승해 서민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탓이다.
대개 전세가 상승세가 가파르면 전세수요 일부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면서 거래가 활성화되고 더불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전세가와 매매가 폭이 적어져 전세가외 주택 구입을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자금의 규모가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순환구조를 쉽사리 찾아볼 수가 없어졌다. 전세가는 연일 급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매가 상승은커녕 연일 하락세만 깊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전세가 상승=매매가 상승’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일까?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 언제든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세가 상승, 매매가 하락이라는 현상만이 아니라 전세가가 매매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세입자의 주택구매심리를 자극할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매매가에서 차지하는 전세가 비중이 어느 수준에 이를 때 전세입자의 주택구매심리를 자극하게 될까? 딱히 이를 추정할 만한 데이터는 없지만 과거의 전례로 보아 이를 추론해볼 수 있다.
외환위기 막바지였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된다.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전세난이 사회적 문제로 화두가 됐다. 외환위기 막바지로 금리가 한자리수로 회귀하는 등 경제가 회복되고 있었지만 부동산시장 회복이 더딘 탓에 주택투자나 내 집 마련은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던 시점이다.
주택가격은 외환위기 여파로 거의 폭락수준에 이르렀지만 주택구매심리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반면 전세수요 폭증으로 전세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던 때이기도 하다. 1999년부터 치솟기 시작한 전세가는 2000년을 거쳐 2001년에 정점에 달했다. 1999년에 57.8%였던 전세가 비중은 2000년 63.3%로 처음으로 60%대를 돌파했고, 2001년에는 66.4%(이상 수도권 기준, 국민은행 주택통계 인용, 이하 같음)까지 치솟았다.
지역에서 따라서는 전세가가 거의 매매가 턱밑까지 이르렀던 곳도 있었다. 가파른 전세가 상승세가 2년 넘게 이어졌다. 기존 전세입자는 전세대출을 이용해 또는 주택평수를 줄여 전셋집을 찾아 전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역을 담당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전세입자였다.
폭등한 전세가 부담이 이만저만 아닌 데다 매매가와의 차이도 크지 않았던 차에 전세대출해서 전세가를 올려주거나 전셋집을 찾을 바에 차라리 주택대출을 조금 더 일으켜 내 집을 마련하려는 구매심리가 발동했다. 외환위기 당시 두 자릿수 이상 올랐던 금리도 한 자릿수 아래로 떨어진 것도 원인이 됐다.
전세입자의 내 집 마련 수요에다 전세난에 따른 임대사업자 수요, 주택가격 폭락에 따른 선지자적(?) 투자수요, 서울 5개 저밀도지구 재건축 기대감 등이 가세하면서 거래가 활발해졌고, 이는 곧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주택매매시장 활성화는 전세수요의 매매수요로의 이탈을 의미하고 더불어 매매가 상승폭만큼 전세가 상승세가 뒤따르지 못하게 됨으로써 전세가와 매매가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거의 70%에 육박했던 전세가 비중이 2002년에는 다시 60% 아래(58.1%)로 떨어졌고, 2003년에는 52.6%로 떨어져 전세가와 매매가 격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전세수요가 내 집 마련 수요로 전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전세가가 매매가와 그리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데에 있었다. 전세수요의 매매수요로의 이탈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거래가 활성화됐던 당시의 전세가 비중은 60%대. 이 점으로 볼 때 전세수요자가 다른 요인(가격 상승기)을 배제하고 매매수요로 전환되기 위한 심리적 전세가 비중 기준점이 바로 60%라고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이 정도는 돼야 매매가를 100으로 볼 때 전세금 60%, 대출자금 40%(저금리 전제) 또는 전세금 60%, 대출자금 30%, 그간의 비축자금 10%의 다소 안정적인 구조로 주택을 구입할 여건이 된다.
그러나 요즘 상황은 어떤가? 주택가격 폭락이라는 점만 빼면 매매가 하락, 시장 침체, 전세가 폭등이라는 당시 상황이 요즘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문제는 전세가 비중이다. 지난 8월말 기준 수도권 전세가 비중은 44.6%(강남권 40.5%)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것도 2009년 7월말 40.7%까지 떨어졌다가 그간의 전세가 상승에 힘입은 탓이다. 그런데도 전세가 비중이 아직 40%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가가 한동안 전세가 상승 이상으로 급등했다는 것을 뜻한다.
전세입자가 전세가 40% 자금으로 주택을 구입한다고 치자. 전세금 40%외 나머지 대출을 이용한다고 해도 주택구입자금의 60%를 끌어와야 한다. 3억원 주택이면 1억8천만원을, 5억원 주택이면 3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무리 저금리라 하지만 소득수준 대비해서 그만한 규모의 주택을 구입하는 입장에서 금리 5% 가정 월 75만원, 125만원의 대출이자는 상당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간의 비축자금이 10%정도 있다고 해도 주택가액의 50%를 대출해야 한다. 금리가 점차 상승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50%이상의 대출은 아무래도 무리다. 물론 지역적으로 전세가 비중이 60%대에 이르는 곳도 있다. 그러나 아직 일반화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평균 44.6%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전세가 비중을 두고 단지 전세가가 상승추세에 있다는 것만으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다소 이른 판단이다.
전세가 비중 외에 주택가격 상승세도 전세수요가 매수수요로 전환될 수 있는 요인이지만 주택시장이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요즘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전세가 비중 측면에서나 다른 제반 여건상 ‘전세가 상승=매매가 상승’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대개 전세가 상승세가 가파르면 전세수요 일부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면서 거래가 활성화되고 더불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전세가와 매매가 폭이 적어져 전세가외 주택 구입을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자금의 규모가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순환구조를 쉽사리 찾아볼 수가 없어졌다. 전세가는 연일 급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매가 상승은커녕 연일 하락세만 깊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전세가 상승=매매가 상승’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일까?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 언제든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세가 상승, 매매가 하락이라는 현상만이 아니라 전세가가 매매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세입자의 주택구매심리를 자극할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매매가에서 차지하는 전세가 비중이 어느 수준에 이를 때 전세입자의 주택구매심리를 자극하게 될까? 딱히 이를 추정할 만한 데이터는 없지만 과거의 전례로 보아 이를 추론해볼 수 있다.
외환위기 막바지였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된다.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전세난이 사회적 문제로 화두가 됐다. 외환위기 막바지로 금리가 한자리수로 회귀하는 등 경제가 회복되고 있었지만 부동산시장 회복이 더딘 탓에 주택투자나 내 집 마련은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던 시점이다.
주택가격은 외환위기 여파로 거의 폭락수준에 이르렀지만 주택구매심리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반면 전세수요 폭증으로 전세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던 때이기도 하다. 1999년부터 치솟기 시작한 전세가는 2000년을 거쳐 2001년에 정점에 달했다. 1999년에 57.8%였던 전세가 비중은 2000년 63.3%로 처음으로 60%대를 돌파했고, 2001년에는 66.4%(이상 수도권 기준, 국민은행 주택통계 인용, 이하 같음)까지 치솟았다.
지역에서 따라서는 전세가가 거의 매매가 턱밑까지 이르렀던 곳도 있었다. 가파른 전세가 상승세가 2년 넘게 이어졌다. 기존 전세입자는 전세대출을 이용해 또는 주택평수를 줄여 전셋집을 찾아 전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역을 담당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전세입자였다.
폭등한 전세가 부담이 이만저만 아닌 데다 매매가와의 차이도 크지 않았던 차에 전세대출해서 전세가를 올려주거나 전셋집을 찾을 바에 차라리 주택대출을 조금 더 일으켜 내 집을 마련하려는 구매심리가 발동했다. 외환위기 당시 두 자릿수 이상 올랐던 금리도 한 자릿수 아래로 떨어진 것도 원인이 됐다.
전세입자의 내 집 마련 수요에다 전세난에 따른 임대사업자 수요, 주택가격 폭락에 따른 선지자적(?) 투자수요, 서울 5개 저밀도지구 재건축 기대감 등이 가세하면서 거래가 활발해졌고, 이는 곧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주택매매시장 활성화는 전세수요의 매매수요로의 이탈을 의미하고 더불어 매매가 상승폭만큼 전세가 상승세가 뒤따르지 못하게 됨으로써 전세가와 매매가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거의 70%에 육박했던 전세가 비중이 2002년에는 다시 60% 아래(58.1%)로 떨어졌고, 2003년에는 52.6%로 떨어져 전세가와 매매가 격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전세수요가 내 집 마련 수요로 전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전세가가 매매가와 그리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데에 있었다. 전세수요의 매매수요로의 이탈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거래가 활성화됐던 당시의 전세가 비중은 60%대. 이 점으로 볼 때 전세수요자가 다른 요인(가격 상승기)을 배제하고 매매수요로 전환되기 위한 심리적 전세가 비중 기준점이 바로 60%라고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이 정도는 돼야 매매가를 100으로 볼 때 전세금 60%, 대출자금 40%(저금리 전제) 또는 전세금 60%, 대출자금 30%, 그간의 비축자금 10%의 다소 안정적인 구조로 주택을 구입할 여건이 된다.
그러나 요즘 상황은 어떤가? 주택가격 폭락이라는 점만 빼면 매매가 하락, 시장 침체, 전세가 폭등이라는 당시 상황이 요즘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문제는 전세가 비중이다. 지난 8월말 기준 수도권 전세가 비중은 44.6%(강남권 40.5%)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것도 2009년 7월말 40.7%까지 떨어졌다가 그간의 전세가 상승에 힘입은 탓이다. 그런데도 전세가 비중이 아직 40%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가가 한동안 전세가 상승 이상으로 급등했다는 것을 뜻한다.
전세입자가 전세가 40% 자금으로 주택을 구입한다고 치자. 전세금 40%외 나머지 대출을 이용한다고 해도 주택구입자금의 60%를 끌어와야 한다. 3억원 주택이면 1억8천만원을, 5억원 주택이면 3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무리 저금리라 하지만 소득수준 대비해서 그만한 규모의 주택을 구입하는 입장에서 금리 5% 가정 월 75만원, 125만원의 대출이자는 상당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간의 비축자금이 10%정도 있다고 해도 주택가액의 50%를 대출해야 한다. 금리가 점차 상승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50%이상의 대출은 아무래도 무리다. 물론 지역적으로 전세가 비중이 60%대에 이르는 곳도 있다. 그러나 아직 일반화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평균 44.6%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전세가 비중을 두고 단지 전세가가 상승추세에 있다는 것만으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다소 이른 판단이다.
전세가 비중 외에 주택가격 상승세도 전세수요가 매수수요로 전환될 수 있는 요인이지만 주택시장이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요즘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전세가 비중 측면에서나 다른 제반 여건상 ‘전세가 상승=매매가 상승’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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