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3차 사전예약이 힘겨운 레이스를 하고 있다. 당초 5개 지구에서 3개 지구로 축소되고 분양물량이 대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22일 마감된 특별공급 사전예약은 최종 경쟁률이 3자녀 1.3대 1, 신혼부부 2.8대 1, 생애최초 1.6대 1, 노부모 0.9대 1로 집계됐다.

평균 경쟁률이야 대부분 영(0)점대를 면했지만 3자녀 특별공급의 경우 3곳 모두 소형평형(전용 51㎡)에서 미달이 발생했다는 점, 특별공급 중 물량이 가장 많은 생애최초에서도 항동을 제외하고는 미신청 물량이 상당수에 달했다는 점으로 보면 그리 탐탁지 않은 결과다. 시범지구 각각 9.7대 1, 19.8대 1, 6.0대 1, 1.8대 1과 위례신도시 각각 21대 1, 23.6대 1, 20.9대 1, 8.7대 1에서 보여줬고, 보금자리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2차 지구 경쟁률 2.1대 1, 2.9대 1, 2.2대 1, 0.9대 1로 보아서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이다. 청약 경쟁률에서 보여주듯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거듭될수록 보금자리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보금자리주택의 인기 저하는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 기인한 크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분양가 측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금자리주택이 갖는 경쟁력으로 입지와 가격을 들 수 있지만 입지야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각 지역 특성에 따른 일장일단을 갖추고 있어 그리 문제될 만한 점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차량을 이용한 서울 접근성이나 광역 접근성이 나름 잘 갖춰져 있는 곳에 보금자리지구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주변시세의 50%(강남권)~70%(비강남권) 분양가는 보금자리주택의 가장 큰 무기였다. 2009년 10월에 첫 사전예약에 들어갔던 시범지구가 강남권의 경우 51.3%~61.2%(닥터아파트 조사 기준, 이하 같음), 비강남권의 경우 70.7~77.8%에 공급되면서 이 약속이 지켜졌다. 당시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보금자리주택만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약속은 위례신도시 보금자리 공급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해를 바꿔 3월에 시작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는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가격이 하락추세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3㎡당 1190~1280만원에 분양되면서 시범지구 강남권 분양가(1030~1150만원)보다 더 높게 책정됐을 뿐만 아니라 주변 평균 시세(송파 장지지구 1855만원/3.3㎡)에 견주어서도 64.2%~69.0%로 상당히 높아졌다.

강남권에 소재해 있다는 입지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그래도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음인지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 성황리에 마감됐지만 2차 보금자리는 상황이 사뭇 달랐다. 더욱 심화되고 있는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5월에 실시된 2차 보금자리지구 사전예약 분양가는 오히려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2차 지구 입주자모집공고 시 강남권(내곡, 세곡2)은 주변시세의 56~59%, 기타 지역은 주변시세의 75~85%라고 했지만 1차 때와 같은 자체 조사 결과 강남권은 주변 시세의 59.4~72.4%까지 올랐고, 기타 지역은 69.8~87.9%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보금자리주택의 고분양가 논란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간 부동산시장 침체로 주변 시세가 떨어진 탓도 있었지만 비단 그 문제만은 아니었다. 단순 분양가도 덩달아 대폭 상승했다. 강남권 분양가는 시범지구보다 3.3㎡당 160~190만원이 상승했고, 시범지구 하남미사보다 입지여건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았던 2차지구 구리갈매 분양가가 오히려 더 높게 책정되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고분양가 논란의 종말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강남권이나 구리갈매지구에서만 나름 선방했을 뿐 나머지 지역(남양주진건, 부천옥길, 시흥은계)에서는 미신청 물량의 대거 발생으로 귀결됐다. 3차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어느 정도 참작되어 물량이나 분양가가 조정됐지만 주변시세 대비 73.3~84.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하남감일지구 분양가는 3.3㎡당 990~1050만원으로 시범지구 강남권 분양가(1030~1150만원/3.3㎡)와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송파구 거여ㆍ마천생활권이라는 이유로 이들 아파트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가 산정됐기 때문이다. 인천구월지구도 같은 생활권인 구월동의 아파트 평균 시세는 3.3㎡당 570만원에 불과하지만 분양가는 이보다 훨씬 높은 850~860만원으로 책정됐다. 주변에 5년내 입주한 2개 단지 평균 시세를 1027만원이라고 해도 주변시세의 82.7~83.7%에 달하는 가격이다.

또 하나의 3차 보금자리 성패 요인은 바로 수요층의 두께다. 그 두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지역적 요인에 따른 두께요, 다른 하나는 수적(數的) 요인에 따른 두께다.

이번 3차 보금자리지구에 대한 수요층의 두께를 지역적 요인에 따라 살펴보면 서울항동지구의 경우 경기권 및 서울 서부권 거주자의 수요가, 하남감일지구 역시 서울권 및 경기 동부권 거주자의 수요가 중첩되는 입지다. 반면 인천구월지구의 경우 오로지 인천권역 거주자의 단편적인 수요만 있는 입지다.

제2경인고속국도를 이용한 관악, 금천, 광명 등 서남부권 거주자를 유인하려고 해도 이보다 더 가까운 입지(안현JC-제2경인고속국도와 외곽순환고속국도가 만나는 곳)에 이미 2차 보금자리 시흥은계지구가 자리하고 있다. 수요층의 두께면에서만 보면 서울항동지구나 하남감일지구보다는 인천구월지구가 더 성공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다음으로 수적(數的) 요인은 가구원수와 관련 있는 문제다. 이번 3차 보금자리는 그간의 주택형과 달리 전용면적 84㎡를 분양물량에서 배제하고 모두 임대물량으로 돌렸다. 84㎡의 경우 민간공급 수요와 중복된다는 이유였지만 그간의 보금자리 공급에서 84㎡ 물량이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볼 때 이번 보금자리 평형 배정은 다소 패착이 아닌가 싶다.

특히 특별공급 중 노부모부양이나 3자녀의 경우 1가구가 최소한 2세대 또는 4~5인 가구원수로 구성돼 있다는 점으로 볼 때 소형 평형의 집중 배치는 신혼부부라면 모를까 이들이 선호하는 평형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51㎡보다는 59㎡에, 59㎡보다는 74㎡에 청약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아직 일반공급 사전예약(11월 23일~25일)이 남겨져 있지만 결과는 그리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입지야 나름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하지만 기타 가격, 수요층면에서 소비자들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면이 있기 때문이다. 3차 역시 2차 못지않게 최종까지 힘겨운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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