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 치킨에 대한 논쟁이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다.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12월 15일까지만 하기로 하면서 그 논쟁의 불씨가 꺼지는 듯싶더니 MB가 한마디 거들면서부터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일국의 대통령이 수많은 치킨 자영업자들의 생사를 좌우할 치킨논쟁에 한마디 툭 던진 것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5천원 치킨은 많은 이슈와 쟁점을 남겼다. 5천원 치킨이 과연 가능한가로부터 소비자의 이익과 중소상인의 생존권이 양립할 수 있는지, 대형마트의 영세분야 진출이 시장경제에 얼마나 득이 되고 과연 공정경쟁이랄 수 있는지 등등.

아직 그 어느 쪽으로도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통큰치킨’ 논란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보금자리주택이다. 보금자리주택 역시 1천만원(3.3㎡당)아파트 또는 반값아파트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왔지만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통큰치킨’과 보금자리주택은 많은 점에서 닮았다. 우선 가격이 싸다. 로얄티가 있는 프랜차이즈형 브랜드치킨 가격이 한 마리당 1만5천원 내외라면 ‘통큰치킨’은 이보다 3분의 1가격에 불과한 5천원이다.

보금자리주택도 마찬가지다.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는 지역별로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강남권(1030만원~1340만원/3.3㎡)이고 비강남권(750만원~1050만원/3.3㎡)이고를 불문하고 1천만원 이 분양가 기준이 되고 있다. 강남3구 아파트의 최근 평균 시세 2856만원에 비하면 3분의 1 ~ 2분의 1 가격이고, 서울 평균 1810만원과 수도권 평균 1248만원에 비해서도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

판매주체가 거대 공룡기업이라는 점에서도 같다. ‘통큰치킨’을 판매하는 롯데마트는 국내 대형할인점만 88개에 이를 정도로 신세계 이마트와 함께 국내 유통업계의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한 점포당 매장면적이 최소 2천평 이상 대형에다 각종 문화, 외식, 편의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다보니 지역상권은 물론 매장규모에 따라서는 인접 시ㆍ군ㆍ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업태가 할인점일 뿐 백화점보다 더 많은 천만가지 상품이 판매되고 있어 치킨판매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치킨판매를 통해 손해가 난다고 해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기 때문에 티도 나지 않는다. ‘통큰치킨’을 5천원에 판매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민간건설사와 전혀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우선 공기업 대 민간기업이라는 차이에서부터 시작해 한해 공급규모에 있어서도 LH는 수십만 가구를 공급하지만 민간건설사는 대형 건설사 정도가 많아야 몇 만 가구를 공급할 뿐이고 중소건설사는 1천 가구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LH는 공공사업을 한다는 명분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그린벨트나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을 대거 풀고 강제수용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만큼 저가정책으로 갈 수 있다. 수많은 부채를 지고도 계획된 사업을 일정대로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간건설사는 그렇지 못하다. LH와는 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 사업부지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보금자리주택에 맞춘 분양가를 내세웠다가는 한해를 넘기지 못하고 파산하기 십상이다.

두 가지 모두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고자 출발한 것도 같다. ‘통큰치킨’은 기존의 브랜드치킨이 비싸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소비자에게 값싼 치킨을 공급함으로써 누구나가 치킨을 사먹을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일면 소비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보금자리주택 역시 주택가격 상승과 민간건설사 분양가 상승으로 점차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서민에게 값싼 주택을 공급해 누구나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있다는 측면에서 일면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는 서민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5천원 치킨과 1천만원 보금자리주택 공급의 문제는 없을까? 우선 이들 저가 공세가 과연 서민을 위한 것인지 따져볼 일이다.

‘통큰치킨’은 이른바 “미끼상품으로 소비자들을 매장에 끌어들이는 대신 다른 상품에 가격을 전가하기 때문”(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에 결국은 소비자 이익으로 볼 수 없다. 1천만원 보금자리주택 역시 반값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일반매매나 민간건설주택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을 미루면서 전세가만 급등하고 있다. 기다린다고 모든 소비자에게 보금자리주택이 한 채씩 돌아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번 논란을 거치면서 저가공세로 인한 피해를 롯데마트나 LH보다는 오히려 치킨업체나 민간건설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통큰치킨’ 싸움에서 1차적으로는 치킨업계가 승리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치킨업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인테리어, 임대료, 인건비, 제품의 질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브랜드치킨 값이 무조건 비싸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치킨업체의 영업개선이나 가격인하 노력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치킨업계가 기존 가격을 고수하게 된다면 대형마트가 '통큰치킨‘ 가격을 인상하게 되는 명분을 줄지도 모를 일이다.

보금자리주택은 어떤가? 지역 불문, 입지 불문하고 1천만원 주택으로 획일화된 보금자리주택은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애꿎은 불똥이 민간건설사에게 튀었다. 요지는 민간건설 분양주택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입지, 단지 규모, 분양원가, 마감재, 주거기반시설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분명 보금자리주택과 차별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이미 보금자리주택에 맞춰져버렸다. 민간건설주택 분양가는 무조건 비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청약을 꺼리면서 미분양만 양산되는 상황에 처했다.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지 않는 지방주택시장의 경우 최근 매매시장이고 분양시장이고 할 것 없이 호황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하를 위한 노력, 영업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러한 노력 없이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너무 낮다고 언제까지 볼멘소리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통큰치킨’이나 보금자리주택이나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차원에서 나쁠 것이 없지만 이로 인해 시장의 가격체계 내지 가격질서가 무너지면서 영세 치킨업체나 민간건설사가 피해를 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유시장 경쟁체제에서 경쟁을 통한 시장질서 확립도 필요하지만 그 경쟁이 출발에서부터 공정하지 못하면 우선하여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소위 MB가 주장하는 공정경쟁과도 부합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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