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항공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 7성급 호텔을 건축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중부교육청 교육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등을 해제해달라는 소송의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서울행정법원 2010. 12. 9. 선고 2010구합19461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내금지행위등해제신청거부처분취소 사건이다. 필자는 이 판결에 대해 모 언론사와 인터뷰하는 기회가 있었다. 보도에 의하면 대한항공이 수천억원을 들여 땅을 매수한 것인데 기대했던 호텔건립이 어려워져서 난관에 봉착했다고 하는 바, 학교를 비롯한 각종 규제들에 대한 얼마나 신중한 사전검토가 필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어, 자세히 소개한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0. 3. 17. 피고에게 서울 종로구 00동 49-1 외 47필지 137,440.5㎡(이하 ‘이 사건 사업부지’라 한다)에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호텔(이하 ‘이 사건 호텔’이라 한다)을 신축하여 운영하고자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단서 규정에 의하여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하 ‘정화구역’이라고만 한다) 내 금지행위 및 시설의 해제신청을 하였다.
나. 피고는 2010. 3. 30. 원고에게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결과 원고의 금지행위 및 시설의 해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인정사실
⑴ 이 사건 사업부지는 경복궁 동측의 서울시 북촌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위치해 있으며, 그 남단은 00로와 접해 있다.
⑵ 이 사건 사업부지의 동측면은 남북방향으로 난 000길(도로 및 인도 포함 폭 약 10m)에 접해 있으며, 000길을 사이에 두고 0문여자고등학교가 있는데, 이 사건 사업부지로부터 0문여자고등학교 경계선까지 최단거리는 7m, 출입문까지 거리는 52m이다. 0문여자고등학교의 교문은 00로와 000길이 교차하는 부분에 있으며, 과학관과 학습관이 이 사건 사업부지 경계면에 위치해 있어 과학관 2층 복도, 4층 옥상․자습실, 학습관의 3층 교실, 4층 자습실 등에서 이 사건 사업부지가 조망된다.
⑶ 이 사건 사업부지의 북동측 경계는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0성여자중학교 부지와 접해 있는데, 이 사건 사업부지로부터 0성여자중학교 경계선까지 최단거리는 4.5m, 출입문까지 거리는 50.5m이다. 0성여자중학교 건물은 이 사건 사업부지와의 경계선을 따라 건축되어 있으며 학교 운동장, 학교건물 3층 복도, 4층 복도 등에서 이 사건 사업부지가 조망된다.
⑷ 0성여자중학교의 동쪽으로 000길을 사이에 두고 0성여자고등학교가 위치해있는데, 이 사건 사업부지로부터 0성여자고등학교 경계선까지 최단거리는 11.9m, 출입문까지 거리는 58m이다. 0성여자고등학교의 00과학관 4층 복도에서 이 사건 사업부지 거의 전부가 조망된다.
⑸ 0성여자중․고등학교 및 0문여자고등학교의 정문은 모두 000길을 향해 나 있으며, 0성여자중․고등학교의 학생 대부분 및 0문여자고등학교 학생 약 절반 정도가 000길을 지나 통학한다.
⑹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시 제출된 정화구역 내 학교장들의 의견은 대략 다음과 같다.
㈎ 0문여자고등학교: 본교 3, 4층에서 해당업소가 너무 가까워 일과중이나 방과 후 학생들에게 위락시설의 내부행위가 그대로 노출되어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훼손하고, 성인들의 부정적인 행태를 모방할 수 있어 교육상 건전하지 못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 0성여자중학교: 공연 및 숙박을 위한 시설이 설치됨으로 인해 학습과 면학분위기를 상당히 해친다. 본교는 6층 건물로 4층 구조의 이 사건 호텔과 담장 하나 사이로 이격되어 있어 전체 부지가 학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조망대상이 되므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정서적 안정감 유지에 지장이 초래된다. 또한 학생들의 경제적 여건상 상대적 박탈감을 가중시키는 등 학생교육에 유해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차량통행 및 유동인구 증가로 안전한 통학로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고, 공사로 인해 소음과 먼지 발생시 심각한 학습저해요인이 된다. 올바른 소비와 절약정신을 가르쳐주어야 할 시기에 과소비 시설이 들어서면 소비의 양극화부터 가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 0성여자고등학교: 본교 00과학관 3~5층에서 이 사건 호텔의 건축물, 내부행위 등이 훤히 내려다보여 학생들 정서 및 학습권을 침해할 것으로 우려되며, 통학로로 이용되고 있는 000길의 교통량과 유동인구 증가로 학생안전지도에 불편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나. 판단
⑴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교육감 또는 교육감이 위임한 자가 정화구역 안에서의 금지행위 및 시설의 해제신청에 대하여 그 행위 및 시설이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여 그 금지행위 및 시설을 해제하거나 계속하여 금지(해제거부)하는 조치는 교육감 또는 교육감이 위임한 자의 재량행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 및 시설의 종류나 규모, 학교에서의 거리와 위치는 물론이고, 학교의 종류와 학생 수, 학교주변의 환경, 그리고 위 행위 및 시설이 주변의 다른 행위나 시설 등과 합하여 학습과 학교보건위생 등에 미칠 영향 등의 사정과 그 행위나 시설이 금지됨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입게 될 재산권 침해를 비롯한 불이익 등의 사정 등 여러 가지 사항들을 합리적으로 비교․교량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6누8253 판결).
⑵ 이 사건에서, 앞서 본 사실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점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① 국가의 장래를 짊어질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교 주변에 학습이나 학교보건위생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행위나 시설이 가급적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교보건법은 이러한 취지에서 제정되었다.
②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은 각호에서 정화구역 내에서의 금지행위 및 시설을 열거하여,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다만 그 중 일부에 대하여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그 금지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보건법이 정화구역 내에서의 금지행위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교육당국이 금지행위 및 시설해제에 관하여 내린 판단은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최대한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③ 호텔, 여관, 여인숙 등의 숙박업은 영업내용 자체만으로는 학생들의 학교교육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다만,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내용으로부터 미루어 알 수 있듯이 숙박업소 내에서 윤락행위, 음란행위 또는 사행행위 등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므로, 그러한 시설이 정화구역 안에 있으면 어린 학생들이 그와 같은 행위에 호기심을 갖게 될 수 있고, 심지어는 그와 같은 불건전한 행위를 접하면서 비행행위에 빠질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학교보건법은 호텔, 여관 등을 정화구역 내에서의 금지시설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④ 7성급 특급 호텔에서 윤락행위, 음란행위, 사행행위, 유해화학물질 흡입행위 등 불건전한 행위가 발생하는 빈도는 일반 숙박업소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인근 학교 학생들이 이 사건 호텔을 이용해 불건전한 행위를 접할 가능성은 일반 숙박업소에 비해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호텔 역시 숙박업소인 이상, 일반적인 숙박업소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불건전한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해 있으므로, 이 사건 호텔의 규모, 등급, 부대시설 등을 비롯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호텔이 학생들의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⑤ 특히 이 사건 사업부지는 0성여자중학교와는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불과 4.5m의 거리를 둔 채 접해 있고, 0문여자고등학교와는 000길을 사이에 두고 불과 7m의 거리를 둔 채 접해 있어, 이 사건 호텔이 완공될 경우 그 객실은 각 학교 건물에서 그 내부를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위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한 환경이 사춘기에 접어드는 어린 학생들의 건전한 정서함양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본 피고의 판단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각종 차폐시설을 통해 객실내부 조망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수목식재로 인한 시선차폐의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야간에는 편광유리에 의한 차폐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한 바대로 각종 차폐시설들이 모두 설치된다 하여도, 그와 같은 조치로 인해 객실 내부 조망이 완전히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오히려 그와 같은 조치가 호기심 많은 학생들의 상상을 부추김으로써 교육적으로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⑥ 학교보건법의 입법취지는,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그들의 주요 활동공간인 학교주변의 일정지역이라는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여 그 범위 내에서 유해환경을 방지하고, 평온하며 건강한 환경을 마련해 줌으로써 변별력과 의지력이 비교적 미약한 청소년 학생을 보호하여 학교교육의 능률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접지에 대규모 관광호텔이 들어서면 유동인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어려워진다든가,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의 학생들이 특급호텔의 이용객들을 보면서 느끼게 될 상대적 박탈감이 학생들의 정서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게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는 이 사건 시설에 대하여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이 정한 금지를 해제하지 아니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⑦ 원고는 이 사건 사업부지가 정화구역 내에 위치해 있어 그로 인해 학교보건법이 정한 바에 따라 금지행위 및 시설 등의 제한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매수한 점을 고려하면, 학생들의 건전한 육성 보호 및 학교교육의 능률도모라는 공익보다 원고가 이 사건 사업부지에서 호텔을 건축하지 못하게 됨으로 인하여 입게 될 재산상의 불이익이 매우 커서 이를 수인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

3. 결 론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 학교보건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학교의 보건관리와 환경위생 정화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5조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의 설정) ① 학교의 보건·위생 및 학습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교육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을 설정·고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은 학교 경계선이나 학교설립예정지 경계선으로부터 200미터를 넘을 수
없다.
제6조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서의 금지행위 등)
① 누구든지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서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및 시설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구역에서는 제2호, 제3호, 제6호, 제10호, 제12호부터 제18호까지와
제20호에 규정된 행위 및 시설 중 교육감이나 교육감이 위임한 자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는 행위 및 시설은 제외한다.
13. 호텔, 여관, 여인숙

◆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3조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① 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교육감이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이하 "정화구역"이라 한다)을 설정할 때에는
절대정화구역과 상대정화구역으로 구분하여 설정하되, 절대정화구역은 학교출입문(학교설립예정지의 경우에는 설립될 학교의 출입문 설치 예정 위치를
말한다)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미터까지인 지역으로 하고, 상대정화구역은 학교경계선 또는 학교설립예정지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미터까지인
지역 중 절대정화구역을 제외한 지역으로 한다.
제5조 (제한이 완화되는 구역) 법 제6조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구역"이란 제3조 제1항에 따른
상대정화구역(법 제6조 제1항 제14호에 따른 당구장 시설을 하는 경우에는 절대정화구역을 포함한 정화구역 전체)을 말한다.
끝.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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