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수도권 해법, 부산 주택시장에서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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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대한민국 제2대도시 부산지역 주택시장이 심상찮다. 전세시장, 매매시장은 물론이고 분양시장 마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세가는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를 벗어난 직후인 2009년 2월부터, 매매가는 이보다 한달 늦은 3월부터 플러스 변동률을 보이기 시작해 올해 11월까지 2년 가까이 한차례 꺾임 없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11월 들어 매매나 전세 모두 상승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올해 매매가는 8.22%, 전세가는 13.43%가 상승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올해 내내 하락세를 거듭하다 11월 들어서야 간신히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마이너스 매매가 변동률(-2.54%)을 벗어나지 못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부산지역 전세시장, 매매시장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분양시장까지 호황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소 의외다. 주택시장 호황과 더불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부산지역에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대거 분양되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부산지역 미분양주택이 2006년 9,009가구에서 2007년에는 1만1,502가구로 늘어났고, 2008년에는 1만3,997가구로 급증했다. 미분양으로 인해 지역일대 분양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정도로 휘청거리면서 분양시장 침체의 서막을 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랬던 분양시장이 괄목상대할 만큼 달라졌다. 우선 그간 줄곧 쌓이기만 했던 미분양이 대폭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 정점을 보였던 미분양이 2009년에는 9,200가구로 줄었고, 올해는 10월말 현재 6,051가구로 2008년 대비 43.2%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미분양만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니다. 올해 9월까지만 해도 분양하는 족족 미분양을 양산할 정도로 순위내 마감이 힘들었으나 10월 들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그 시발점은 기장군 정관면에서 분양한 동일스위트에서 비롯됐다.
10월 13일 청약접수를 시작한 동일스위트는 1758가구(일반공급 1714가구) 전세대 중소형 평형으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로 비록 3순위까지 가기는 했으나 대부분 청약이 마감되고 미분양률이 3.6%에 그칠 정도로 당시 부산지역 분양시장 여건에 비해 상당히 고무적인 성적을 남겼다. 이어 분양한 사하구 당리동 푸르지오는 199가구(일반공급 162가구, 중소형)로 공급물량이 적었던 탓도 있었지만 평균 경쟁률 7.14대 1(일반공급 가구수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리에 1순위 마감돼 청약열기를 이어갔다.
부산지역 분양시장에 방점을 찍은 것은 11월 5일에 청약접수를 시작한 해운대구 우동의 해운대자이다. 우동2구역 재개발단지인 해운대자이는 총 가구수 1059가구 중 일반분양된 741가구(일반공급 587가구)의 평균 경쟁률이 22.6대 1을 기록하면서 1순위에 마감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공급면적 110.56㎡(전용면적 84A㎡형) 중소형 평형에서 청약경쟁률이 58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가히 청약과열을 방불케 했으며, 중대형이 공급된 두 개 평형(120.2㎡, 149.6㎡)에서도 각각 5.07대 1, 10.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이후 같은 달 분양된 북구 만덕동 휴먼시아6단지(162가구), 사하구 다대동 푸르지오(180가구) 역시 대부분 1순위에 마감돼 수도권과는 판이한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꺼져가던 지방 주택시장의 귀감이 될 정도로 부산지역 매매시장은 물론 분양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정책적 지원, 시장 수급상황, 분양가 인하노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방 주택시장은 미분양 물량에 대한 정부차원의 매입 및 세제지원 혜택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주택보증 및 LH를 통한 준공전ㆍ후 미분양주택 매입이 이루어져 미분양 감소로 이어지고 있고, 미분양주택의 분양가 인하폭에 연동해 취ㆍ등록세 및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정책이 내년 4월말까지 시행되고 있다.
또한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미분양 발생을 계기로 주택공급업체의 분양가 인하 노력도 거듭됐다. 2003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분양가는 주상복합 분양이 봇물을 이뤘던 2007년과 2008년 3.3㎡당 평균 분양가가 각각 977만원, 1132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2009년 772만원, 2010년 733만원으로 2004년 수준(738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미분양이 더욱 쌓이고 있을 정도로 지방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수도권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2008년 1332만원으로 정점을 이뤘다가 2009년 1271만원으로 소폭 하락한 후 2010년에는 다시 1276만원으로 상승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시장침체기에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결국 가격 경쟁력일 뿐인데 부산을 비롯한 지방은 이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수도권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결과다.
부산 주택시장 호황은 수급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우선 2006년 3만가구를 넘었던 입주물량이 지난해에는 9천가구로 줄었고, 올해 역시 1만3천가구 수준이다. 분양실적도 2006에는 1만6천가구 이후 2007~2008년에 모두 9천가구 이상이 분양됐으나 2009년에는 3천5백가구 분양에 그쳤고, 올해에도 약 6천5백가구밖에 분양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 가지 원인을 더 찾자면 전세가 상승으로 전세가와 매매가 격차가 좁혀졌다는 것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경우 전세가 상승, 매매가 하락이라는 패턴이 장기간 지속됐다고 해도 아직 전세가가 매매가의 45%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에 반해 부산지역은 평균 60%에 달한다.
특히 전용면적 85㎡이하의 중소형아파트는 전세가 비율이 2006년 63.2%에서 2010년 12월초 현재 68.1%로 7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85㎡를 초과하는 중대형아파트도 지난해 52.7%에서 올해는 55.9%까지 올랐다. 전세가 비율 70%는 추가 비축자금 없이 대출 30%만 일으켜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매매시장이나 분양시장에서 중대형보다는 중소형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던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아무래도 중소형아파트가 주택구입에 대한 자금부담이 덜하고 주택수요가 다소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분양시장에서 중소형아파트 청약경쟁이 더 치열하고, 매매가 역시 올해 동안 중소형이 11.05% 상승한 반면 중대형은 4.73% 상승에 그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부산지역에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 평형이 주로 중소형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과 달리 수도권에서는 최근 4년간 중대형이 40% 이상 상당량 공급돼왔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로 인해 수도권 미분양 중 중대형이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이뤘다. 주택시장 침체기일수록 중대형보다는 중소형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외시한 처사다.
이처럼 정책적 지원, 사업주체의 자구노력, 공급부족,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춘 가격전략 등이 한데 어우러져 부산 주택시장이 부활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도심 곳곳에 대형 주상복합 미분양물량이 분포해 있어 복병으로 자리하고 있으나, 그간의 공급 감소로 인한 여파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고,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춘 주택공급(중소형, 적정한 분양가)을 위한 사업주체의 노력이 지속되는 한 부산지역 주택시장은 여전히 맑음으로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주택시장 해법을 찾기 위해 한번쯤 부산 주택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음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전세가는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를 벗어난 직후인 2009년 2월부터, 매매가는 이보다 한달 늦은 3월부터 플러스 변동률을 보이기 시작해 올해 11월까지 2년 가까이 한차례 꺾임 없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11월 들어 매매나 전세 모두 상승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올해 매매가는 8.22%, 전세가는 13.43%가 상승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올해 내내 하락세를 거듭하다 11월 들어서야 간신히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마이너스 매매가 변동률(-2.54%)을 벗어나지 못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부산지역 전세시장, 매매시장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분양시장까지 호황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소 의외다. 주택시장 호황과 더불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부산지역에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대거 분양되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부산지역 미분양주택이 2006년 9,009가구에서 2007년에는 1만1,502가구로 늘어났고, 2008년에는 1만3,997가구로 급증했다. 미분양으로 인해 지역일대 분양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정도로 휘청거리면서 분양시장 침체의 서막을 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랬던 분양시장이 괄목상대할 만큼 달라졌다. 우선 그간 줄곧 쌓이기만 했던 미분양이 대폭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 정점을 보였던 미분양이 2009년에는 9,200가구로 줄었고, 올해는 10월말 현재 6,051가구로 2008년 대비 43.2%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미분양만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니다. 올해 9월까지만 해도 분양하는 족족 미분양을 양산할 정도로 순위내 마감이 힘들었으나 10월 들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그 시발점은 기장군 정관면에서 분양한 동일스위트에서 비롯됐다.
10월 13일 청약접수를 시작한 동일스위트는 1758가구(일반공급 1714가구) 전세대 중소형 평형으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로 비록 3순위까지 가기는 했으나 대부분 청약이 마감되고 미분양률이 3.6%에 그칠 정도로 당시 부산지역 분양시장 여건에 비해 상당히 고무적인 성적을 남겼다. 이어 분양한 사하구 당리동 푸르지오는 199가구(일반공급 162가구, 중소형)로 공급물량이 적었던 탓도 있었지만 평균 경쟁률 7.14대 1(일반공급 가구수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리에 1순위 마감돼 청약열기를 이어갔다.
부산지역 분양시장에 방점을 찍은 것은 11월 5일에 청약접수를 시작한 해운대구 우동의 해운대자이다. 우동2구역 재개발단지인 해운대자이는 총 가구수 1059가구 중 일반분양된 741가구(일반공급 587가구)의 평균 경쟁률이 22.6대 1을 기록하면서 1순위에 마감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공급면적 110.56㎡(전용면적 84A㎡형) 중소형 평형에서 청약경쟁률이 58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가히 청약과열을 방불케 했으며, 중대형이 공급된 두 개 평형(120.2㎡, 149.6㎡)에서도 각각 5.07대 1, 10.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이후 같은 달 분양된 북구 만덕동 휴먼시아6단지(162가구), 사하구 다대동 푸르지오(180가구) 역시 대부분 1순위에 마감돼 수도권과는 판이한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꺼져가던 지방 주택시장의 귀감이 될 정도로 부산지역 매매시장은 물론 분양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정책적 지원, 시장 수급상황, 분양가 인하노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방 주택시장은 미분양 물량에 대한 정부차원의 매입 및 세제지원 혜택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주택보증 및 LH를 통한 준공전ㆍ후 미분양주택 매입이 이루어져 미분양 감소로 이어지고 있고, 미분양주택의 분양가 인하폭에 연동해 취ㆍ등록세 및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정책이 내년 4월말까지 시행되고 있다.
또한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미분양 발생을 계기로 주택공급업체의 분양가 인하 노력도 거듭됐다. 2003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분양가는 주상복합 분양이 봇물을 이뤘던 2007년과 2008년 3.3㎡당 평균 분양가가 각각 977만원, 1132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2009년 772만원, 2010년 733만원으로 2004년 수준(738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미분양이 더욱 쌓이고 있을 정도로 지방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수도권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2008년 1332만원으로 정점을 이뤘다가 2009년 1271만원으로 소폭 하락한 후 2010년에는 다시 1276만원으로 상승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시장침체기에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결국 가격 경쟁력일 뿐인데 부산을 비롯한 지방은 이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수도권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결과다.
부산 주택시장 호황은 수급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우선 2006년 3만가구를 넘었던 입주물량이 지난해에는 9천가구로 줄었고, 올해 역시 1만3천가구 수준이다. 분양실적도 2006에는 1만6천가구 이후 2007~2008년에 모두 9천가구 이상이 분양됐으나 2009년에는 3천5백가구 분양에 그쳤고, 올해에도 약 6천5백가구밖에 분양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 가지 원인을 더 찾자면 전세가 상승으로 전세가와 매매가 격차가 좁혀졌다는 것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경우 전세가 상승, 매매가 하락이라는 패턴이 장기간 지속됐다고 해도 아직 전세가가 매매가의 45%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에 반해 부산지역은 평균 60%에 달한다.
특히 전용면적 85㎡이하의 중소형아파트는 전세가 비율이 2006년 63.2%에서 2010년 12월초 현재 68.1%로 7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85㎡를 초과하는 중대형아파트도 지난해 52.7%에서 올해는 55.9%까지 올랐다. 전세가 비율 70%는 추가 비축자금 없이 대출 30%만 일으켜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매매시장이나 분양시장에서 중대형보다는 중소형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던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아무래도 중소형아파트가 주택구입에 대한 자금부담이 덜하고 주택수요가 다소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분양시장에서 중소형아파트 청약경쟁이 더 치열하고, 매매가 역시 올해 동안 중소형이 11.05% 상승한 반면 중대형은 4.73% 상승에 그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부산지역에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 평형이 주로 중소형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과 달리 수도권에서는 최근 4년간 중대형이 40% 이상 상당량 공급돼왔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로 인해 수도권 미분양 중 중대형이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이뤘다. 주택시장 침체기일수록 중대형보다는 중소형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외시한 처사다.
이처럼 정책적 지원, 사업주체의 자구노력, 공급부족,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춘 가격전략 등이 한데 어우러져 부산 주택시장이 부활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도심 곳곳에 대형 주상복합 미분양물량이 분포해 있어 복병으로 자리하고 있으나, 그간의 공급 감소로 인한 여파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고,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춘 주택공급(중소형, 적정한 분양가)을 위한 사업주체의 노력이 지속되는 한 부산지역 주택시장은 여전히 맑음으로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주택시장 해법을 찾기 위해 한번쯤 부산 주택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음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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