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신분증 위조 범죄, 임대차 거래 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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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최근 건물주의 신분증을 위조해서 임대인 행세를 하면서 임대차보증금을 가로채는 전세 임대차 사기가 유행이기는 하지만, 신분증을 위조해서 사기를 치는 것은 굳이 임대차 거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건물주를 가장하는 매매, 담보설정 등 여러 가지 거래에서 신분증 등을 위조하는 이런 유형의 범행이 있어왔다.
필자의 의뢰인은 건물주 행세를 하는 사람에게 속아 저당권을 설정 받는 조건으로 거액을 대출했다가 결국 진짜 건물주로부터 재판을 당해서 저당권을 말소당한 후, 대출과 저당설정에 관여한 중개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피해금액의 일부나마 배상받을 수 있었다. 필자는 의뢰인으로부터 이 사건을 대리했는데, 이 사건은 신분증 뿐 아니라 위조된 등기권리증까지 범행에 동원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대차 뿐 아니라 모든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신분증이나 등기권리증과 같은 公簿(공부)에만 의존하지 않은 건물주의 철저한 신원확인은 안전한 거래를 위한 기본이라는 점, 신원확인이 부실할 경우 그로 인한 손해의 거의 대부분은 건물주가 아니라 건물주의 신원을 믿고 거래한 상대방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되새기게 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판결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0. 29. 선고 2010가합23932호 판결내용을 자세히 소개한다.
1. 인정사실
가. 피고 배**는 공인중개업자로, 2008. 6. 중순경 서울 **구 **동 10-*** 대 364㎡ 및 그 지상건물(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고 한다)의 소유자인 김** 및 김**의 사촌형으로 행세한 성명불상자들(각 ‘가짜 김**’, ‘가짜 김**의 사촌형’이라고 한다)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담보로 금전을 대여할 사람을 물색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가짜 김**이 각 위조한 김**의 주민등록증 사본, 등기권리증 등을 교부받았다.
나. 피고 배**는 장**을 통하여 알게 된 원고에게 2008. 6. 중순경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김**에게 금원을 대여할 것을 권유하였다.
다. 이에 원고는 2008. 6. 30. 장**, 피고 배**, 가짜 김**과 가짜 김**의 사촌형이 동석한 자리에서 가짜 김**에게 대여금 250,000,000원에서 선이자 5,000,000원을 공제한 245,000,000원을 지급하고 가짜 김**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신청서 등의 서류를 교부받았고, 피고 배**는 가짜 김**로부터 중개수수료로 5,000,000원을 지급받았으며,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날 원고 앞으로 채권최고액 300,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졌다.
라. 그런데 이 사건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인 김**이 2008. 7. 10. 원고를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고소하여 수사한 결과, 가짜 김**과 가짜 김**의 사촌형이 위조한 김**의 주민등록증과 인감증명서, 등기권리증을 이용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인 김**로 행세하면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대여금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위와 같은 과정을 밟아 이를 실행에 옮겨 원고로부터 위와 같이 대여를 받음으로써 그 대여금 상당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 김**은 원고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합41866호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마쳐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2009. 11. 20. 위 소송에서 원고가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주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다.
바. 피고 배**는 이 사건 각 부동산의 현장 확인 등을 통하여 가짜 김**이 이 사건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2. 피고 배**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배**는 이 사건 대여 및 이에 부수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행위를 중개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에 따른 부동산중개업자로서의 의무를 부담한다.
살피건대,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과의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같으므로 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의뢰받은 중개업무를 처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공인중개사법’이라고 한다) 제29조 제1항에 의하여 전문직업인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고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바, 이를 구체화하여 같은 법 제25조 제1항은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당해 중개물건의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 등을 확인하여 중개의뢰인이나 상대방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고 그 권리관계 중에는 당해 중개대상물의 권리자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매도 등 처분을 하려는 자가 진정한 권리자와 동일인인지의 여부를 부동산등기부와 주민등록증 등에 의하여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특히 처분 의뢰인이 알지 못하는 사람인 경우 필요할 때에는 등기권리증의 소지 여부 등을 통하여 권리자와 동일인인지 여부를 확인․조사하여 보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위 인정사실 및 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 배**는 가짜 김**과 서로 면식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고, 이 사건 이전에 거래관계도 없었던 점, ② 이 사건 각 부동산에는 다른 제한물권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이를 담보로 하여 은행에서 저리로 금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음에도 가짜 김**은 굳이 은행이자보다 고이율의 사채를 물색해달라고 부탁한 점, ③ 근래에 부동산의 소유자를 사칭하는 사람과 사이에 매매 등에 의하여 대금을 편취당하는 사안이 적지 않고, 이와 같은 사안에서는 일반적으로 타인의 등기부등본, 주민등록증 등을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하여 부동산소유자의 인감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등 범행수법이 매우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가짜 김**이 이 사건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와 동일인인지 여부에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고, 특히 이 사건 대여금액과 이를 담보할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이 고액이었으므로, 부동산중개인인 피고 배**로서는 자칭 소유자인 가짜 김**로부터 인감증명서나 등기권리증 등을 교부받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현장 확인이나 소유자의 주거지나 근무지 등에 연락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와 동일인인지 여부에 대하여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이를 확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가짜 김**의 말만 섣불리 믿고 더 이상 가짜 김**이 이 사건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와 동일인인지 여부에 대한 확인을 하지 않고 위와 같은 중개행위를 한 과실로 원고로 하여금 245,000,000원을 편취당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에게 위 중개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책임의 제한
한편, 원고로서도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245,000,000원이라는 고액을 대여함에 있어서 스스로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를 사칭하는 가짜 김**이 소유자 본인인지 여부에 관하여 나름대로 조사, 확인하는 등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가짜 김**의 말만을 믿고 그를 진정한 소유자로 속단하고 이 사건 대여를 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원고의 잘못도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인바, 이러한 원고의 과실을 참작하여 피고 배**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하기로 한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 배**는 원고에게 147,000,000원(=245,000,000원×0.6) 및 이에 대하여 손해가 발생한 날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 배**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 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10. 3. 20.부터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피고 배**가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0. 10. 29.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인 2010. 10. 3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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