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보증금이 갑자기 급등하다보니 계약기간 종료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인상해주지 못한 채 주택 인도(통상적으로는 “인도(引渡)” 대신에 “명도(明渡)”라는 표현을 쓰지만, 법적 용도는 인도가 정확하다)를 거부하는 임차인들이 늘면서, 이에 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보증금 2억원에서 5천만원을 인상하는 협상이 결렬된 사례를 살펴보자.
계약이 종료된 이후 임차인의 점유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임차인이 자진해서 인도하지 않으면 결국 인도해달라는 재판을 통해 임차인을 내보낼 수 밖에 없다. 즉, 임대인 임의적인 물건 끌어내기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재판종결에는 대략 4-6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판결선고 이후에도 임차인이 임의적인 인도를 해주지 않을 때는 부득이 집행관을 통해 강제집행을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1개월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런 경우 임대인은 계약만기 이후 임차인의 실제 인도시점까지의 기간 동안 기존 보증금과 시세 상당의 보증금 차이, 예를 들어 5천만원을 더 받지 못한데 따른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배상 가능하다. 임차인이 제 때 인도했더라도 임대인은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거나 본인이 직접 사용함으로써 임대 시세 상당의 이익을 누릴 수 있었겠지만, 임차인의 불법점유로 시세 보다 낮은 수준의 보증금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위 사례의 경우를 보면, 기존 보증금 2억원이 있으니 보증금 2억원을 받고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월임대료를 정해서 임차인의 불법점유기간 동안의 임대료를 계산하게 된다. 다만,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재판에서는 은행이나 부동산리서치 회사에서 조사되는 임대료 기준을 따르지 않고, 법원에서 선정하는 감정인의 감정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손해액수의 규명을 위해서는 별도의 감정절차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감정을 위해서는 추가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마련이어서, 그 때문에 인도청구와 별도의 손해배상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금처럼 보증금이 급등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비용까지 들이면서 감정을 할 실익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보증금이 급등한 상황에서는 시세와 기존 보증금의 차액이 상당한 주택 임대차계약의 경우에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손해배상감정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상청구를 위해서 법적으로 주의할 점이 있다. 임대인이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에게 “보증금반환의무의 이행제공”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건물인도와 임대차보증금반환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임대인이 자신의 동시이행의무라고 할 수 있는 임대차보증금제공의무를 이행제공하지 않은 이상 임차인의 점유는 불법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는 불가능하게 된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5545 판결).
결국, 재판패소에 따른 소송비용, 강제집행비용, 손해배상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임차인의 버티기 여부와 시간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임대차기간 종료 전후로 다른 임차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임대인이나 중개업자의 임대차목적물 내부 방문을 기존 임차인이 허용하지 않아 갈등을 빚는 경우가 않다. 도의상으로나 보증금을 빨리 돌려받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지금까지는 임차인이 적극적으로 거주하는 주택 내부방문을 허용해왔고 관행 비슷하게 정착되어왔지만, 지금처럼 보증금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집을 보여주는데 임차인이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계약기간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점유는 기존 임차인에게 있기 때문에 임대인이라고 하더라도 강제로 주택을 방문할 권리는 없다. 따라서, 임차인이 주택방문을 허용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계약 종료 이후의 임차인 점유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불법점유에 따른 불이익을 입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 일부 임차인의 경우에는 주택을 인도해주기 이전에 보증금 중 일부금액을 미리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하면서 임대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있는데, 일부 금액을 미리 받아서 다른 집을 구하는 계약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보증금반환은 주택의 인도와 동시이행관계이기 때문에 보증금 중 일부라도 미리 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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