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부동산 재테크 수단으로 경매나 공매를 애용(?)해왔던 ‘K'씨. 십수 차례 낙찰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거둬왔던 터라 이제는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지 않고도 스스로 경ㆍ공매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베테랑이 됐다.
요즘 2년 가까이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중소형아파트, 오피스텔, 다가구주택 등 임대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자 이들 부동산에 투자하고자 경ㆍ공매물건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라는데도 경매물건을 쉬이 찾을 수 없어 공매물건을 기웃거린 끝에 부천 중동에 소재한 'B'오피스텔이 눈에 들어왔다.
'K'씨는 베테랑답게 우선 입지분석에 돌입했다. 부천 중동지역이면 지하철7호선이 연장될 예정으로 있어 지하철 개통 수혜지역이기도 하고 중동생활권이나 서울 서부생활권을 기반으로 하는 직장인 또는 신혼부부 임대수요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건물이 준공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데다 지하5층~지상15층의 중급 규모 이상의 오피스텔로 개통 예정된 지하철 7호선 역과도 도보 5분 내외면 닿을 수 있어 임대용으로 안성맞춤이라 여겼다. 오피스텔치고는 주차공간이 넉넉하고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어 체납된 관리비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초감정가 7400만원에 최저경매가는 6660만원. 불과 한차례 유찰(공매 저감율은 10%임)됐지만 임대시장이 호황을 보인 덕에 최초감정가 수준에 입찰해도 임대수익 7%이상은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만하면 우량물건이다 싶어 입찰을 결심하고 임대차 및 권리에 대한 세부분석에 들어갔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말소기준권리인 최초가압류가 2007년 6월 4일에 설정돼 있고, 이후 8건의 가압류와 6건의 압류가 추가로 설정돼있다. 임차인은 2007년 2월에 전입해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서 대항요건을 갖추었으므로 대항력이 있는 선순위 임차인에 해당한다.
전세보증금 3600만원.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대상이므로 1600만원이 최우선변제되고 나머지 2000만원도 확정일자(전입일과 같음)가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서기 때문에 최초가압류보다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물건지 관할관청을 비롯 각급 세무과에서 설정한 압류 6건. 모두 말소기준권리보다 후순위로 설정돼 있어 단순 권리관계로 보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나 조세채권은 일반적인 권리관계와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물론 'K'씨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렇지만 조세채권 내역을 판단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압류 설정된 조세채권이 당해세인지 아닌지, 당해세이면 그 금액이 얼마인지, 그리고 당해세가 아니더라도 압류와는 상관없이 우선 배당되는 기준일이 되는 법정기일이 언제인지 등등..
조세채권 내역(금액)이 공매정보나 물건명세서에 상세하게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체납자 보호를 위해 내역 공개를 꺼려하기 때문에 KAMCO 부천지사에 물어봐도 체납세액이 있다는 정도지 당해세 여부나 법정기일이 앞선 조세채권 규모를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조세채권 내역을 확인하는 것에 대한 정보접근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당해세 우선의 원칙에 기해 당해세, 즉 매각부동산 자체에 부과된 조세(국세로서의 상속세, 증여세, 재평가세와 지방세로서의 재산세, 도시계획세, 공동시설세, 종합토지세 등과 그 가산금)는 담보채권이나 기타 채권보다 설정(압류) 순위가 늦더라도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권이나 근로자의 임금채권 다음 순위(2순위)로 우선변제된다.
둘째, 당해세가 아닌 기타 국세ㆍ지방세(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 등)라 하더라도 조세의 법정기일(신고일, 납세고지서 발송일, 납세의무확정일 등)이 담보채권이나 기타 채권보다 앞선다면 이 역시 당해세 다음 순위(3순위)로 우선변제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갖춘 선순위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라 하더라도 조세채권액의 규모 및 성질(당해세이거나 법정기일이 임차인의 확정일자에 앞서거나) 여하에 따라 이 물건의 임차인이 최우선변제액 16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000만원을 배당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임차인이 배당받지 못하는 2000만원은 결국 낙찰자의 몫이 되기 때문에 낙찰자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입찰시간은 다가오고 당해세 규모 및 조세의 법정기일 파악하는 길은 요원했다. 'K'씨가 알고 있는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도 이들이 문제될 수 있다는 답변만을 들을 뿐 속시원한 해결책은 없었다. 이 때부터 'K'씨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1억도 안되는 소형오피스텔에 기껏해야 조세채권액이 있다고 해도 얼마나 있을까? 7천만원 정도에 낙찰된다면 공매비용 약 400만원 잡고, 임차인 보증금 3600만원 빼면 우선변제되는 조세채권액이 3000만원 정도인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계산 끝에 'K'씨는 6957만원에 온비드 전자입찰에 참여해 2명의 경쟁자를 뒤로 하고 'B'오피스텔을 낙찰 받았다. 이것이 화근이 됐다. 낙찰 후 KAMCO 부천지사에 들러 조세채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조사한 결과 당해세이거나 법정기일이 임차인 대항요건 구비일보다 앞선 조세채권액이 무려 1억원에 달했던 것. 이들 체납세액은 채무자인 'H'건설사가 'B'오피스텔을 건설하기 이전인 토지 매입단계에서부터 아주 오래전에 발생된 조세였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배당순위는 공매비용 -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액 1600만원 - 조세체납액 1억원 - 임차인 나머지 보증금 2000만원이 된다. 낙찰가 6957만원으로 배당을 해본들 임차인은 보증금 2000만원을 배당받지 못하고 이 보증금은 결국 낙찰자인 'K'씨에게 떠넘겨지게 됐다.
경매절차에서는 이런 때 매각불허가신청을 통해 매각불허가를 얻고 입찰보증금을 찾을 수 있지만 불행히도 공매절차에서는 그런 단계가 없다. 'K'씨에게는 임차인 보증금 2000만원을 인수할 것인가 아니면 대금납부를 포기하고 입찰보증금 695만원(공매는 경매와 달리 입찰보증금이 입찰가액의 10%임)을 몰수당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만이 남아있었다.
아무리 임대시장이 호황이라고 해도 감정가가 훌쩍 넘는 금액까지 부담하면서 당해 오피스텔을 취득할 수는 없었다. 설령 2000만원을 추가 부담하고 취득하는 경우에는 임대수익률이 7%는커녕 5%도 나오지 않게 생겼다. 'K'씨는 결국 입찰보증금을 몰수당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낙찰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조세채권의 당해세 여부와 법정기일, 경매든 공매든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복병 중 하나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