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재건축 연한 단축 논란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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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재건축 연한 단축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가 재건축 허용연한을 현행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음에도 서울시 의회 주도하에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하자는 논의가 다시 있고나서부터다.
현행 재건축 허용연한은 준공시기를 기준으로 지자체마다 약간씩 다르게 규정돼있다. 예컨대 서울시의 경우 아파트 준공시기가 1981년 12월 31일 이전이라면 재건축 연한을 20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1981년 준공 기준 2001년에 이미 재건축 연한에 도달해 재건축이 가능하다.
반면 1992년 1월 1일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40년이 재건축 허용연한이다. 따라서 1992년 준공 기준 2032년에야 재건축 허용연한에 도달하므로 앞으로도 21년은 더 기다려야 재건축할 수 있다.
1982년~1991년 준공된 아파트는 [22년+(준공연도-1982년) x 2] 산식이 적용된다. 이 산식을 적용하면 1984년 준공된 아파트는 재건축 허용연한이 26년으로 지난 2010년이 재건축 연한에 도달한 것이 되고, 1985년 준공된 아파트는 2013년, 1986년 준공된 아파트는 2016년, 1987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2019년이 재건축 연한이 된다. 재건축 연한에 3년 단위의 간격을 둔 것은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고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재건축 허용연한을 최대 30년으로 앞당기고자 하는 것이다. 어떻게 30년으로 단축할지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단순화하면 1992년 1월 1일 이후 준공된 아파트의 재건축 허용연한을 30년으로 하고, 1982년~1991년 준공된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 산식을 [21년+(준공연도-1982년)]으로 바꾸면 된다.
이 기준에 의하면 2013년에나 가능했던 1985년 준공 아파트 재건축은 이미 재건축 연한(2009년)을 지난 것이 되고, 2016년 재건축이 가능한 1986년 준공 아파트는 올해 재건축 연한이 된다. 1986년~1991년 준공된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 잔존연수가 5년(2016년)~20년(2031년)에서 0년(2011년)~10년(2021년)으로 단축되는 것이다. 최대 10년까지 재건축 연한이 단축됨으로써 20년을 기다려야 재건축이 가능했던 1991년 준공된 아파트도 10년만 있으면 재건축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1985년~1986년 준공 아파트는 당장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고, 1987년~1989년 아파트의 5년 전후(2년~6년)한 머지않은 시일내에 재건축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시 가장 수혜 받는 아파트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해도 사실상 재건축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해도 안전진단이라는 넘어야 할 큰 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재건축 허용연한을 현행기준대로 40년을 고수하기로 한 것은 서울시에서 86~91년 준공된 공동주택 11곳(노원3, 도봉3, 양천1, 구로2, 서초1, 송파1)을 선정해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에 기인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내구연한을 철근ㆍ철골콘크리트 구조물의 경우 60년으로 보는 것도 그렇지만 6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30~40년은 유지ㆍ보수를 하면서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1곳의 안전진단 결과 모두 안전에 문제없고, 부분 보수ㆍ교체가 필요한 정도의 재건축이 불가한 C등급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앞서 1979년에 준공돼 재건축 연한(20년)을 훌쩍 넘긴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준공된 지 31년째인 지난해 3월에 가서나 조건부 재건축 대상인 D등급 판정을 받은 적도 있다. 그만큼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재건축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하는데 그치지 말고 안전진단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은 주택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더군다나 준공시기상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으로 수혜를 받는 1985년~1989년 준공된 아파트 대부분이 재건축시장을 선도하는 강남권을 비롯하여 목동, 노원구 등에 밀집돼 있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필요 이상 많은 단지들이 재건축을 추진함으로써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은 사실상 재건축은 못하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로 집값만 잔뜩 올려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재건축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단지내 주민이나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는 무주택자에게 있어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야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지배하고 있는 서울시 의회에서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하자고 나서고 있고, 여당은 여당대로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을 대폭 높이기 위한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개선, 주택비율 축소 등을 담은 도정법 개정안을 내달 중 발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로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일본 대지진으로 내진설계에 대한 불안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기화로 좌고우면 없이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해 재건축발 주택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기 보다는 지금은 서민 주거난 해소와 집값 및 전세값 안정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환태평양 지진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대지진과 같은 위험 가능성이 낮을 뿐더러 주거환경개선 역시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 외에 리모델링을 통해서도 충분히 그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 진정 서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당장의 인기에 영합하거나 표를 의식한 정책을 편다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현행 재건축 허용연한은 준공시기를 기준으로 지자체마다 약간씩 다르게 규정돼있다. 예컨대 서울시의 경우 아파트 준공시기가 1981년 12월 31일 이전이라면 재건축 연한을 20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1981년 준공 기준 2001년에 이미 재건축 연한에 도달해 재건축이 가능하다.
반면 1992년 1월 1일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40년이 재건축 허용연한이다. 따라서 1992년 준공 기준 2032년에야 재건축 허용연한에 도달하므로 앞으로도 21년은 더 기다려야 재건축할 수 있다.
1982년~1991년 준공된 아파트는 [22년+(준공연도-1982년) x 2] 산식이 적용된다. 이 산식을 적용하면 1984년 준공된 아파트는 재건축 허용연한이 26년으로 지난 2010년이 재건축 연한에 도달한 것이 되고, 1985년 준공된 아파트는 2013년, 1986년 준공된 아파트는 2016년, 1987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2019년이 재건축 연한이 된다. 재건축 연한에 3년 단위의 간격을 둔 것은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고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재건축 허용연한을 최대 30년으로 앞당기고자 하는 것이다. 어떻게 30년으로 단축할지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단순화하면 1992년 1월 1일 이후 준공된 아파트의 재건축 허용연한을 30년으로 하고, 1982년~1991년 준공된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 산식을 [21년+(준공연도-1982년)]으로 바꾸면 된다.
이 기준에 의하면 2013년에나 가능했던 1985년 준공 아파트 재건축은 이미 재건축 연한(2009년)을 지난 것이 되고, 2016년 재건축이 가능한 1986년 준공 아파트는 올해 재건축 연한이 된다. 1986년~1991년 준공된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 잔존연수가 5년(2016년)~20년(2031년)에서 0년(2011년)~10년(2021년)으로 단축되는 것이다. 최대 10년까지 재건축 연한이 단축됨으로써 20년을 기다려야 재건축이 가능했던 1991년 준공된 아파트도 10년만 있으면 재건축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1985년~1986년 준공 아파트는 당장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고, 1987년~1989년 아파트의 5년 전후(2년~6년)한 머지않은 시일내에 재건축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시 가장 수혜 받는 아파트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해도 사실상 재건축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해도 안전진단이라는 넘어야 할 큰 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재건축 허용연한을 현행기준대로 40년을 고수하기로 한 것은 서울시에서 86~91년 준공된 공동주택 11곳(노원3, 도봉3, 양천1, 구로2, 서초1, 송파1)을 선정해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에 기인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내구연한을 철근ㆍ철골콘크리트 구조물의 경우 60년으로 보는 것도 그렇지만 6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30~40년은 유지ㆍ보수를 하면서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1곳의 안전진단 결과 모두 안전에 문제없고, 부분 보수ㆍ교체가 필요한 정도의 재건축이 불가한 C등급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앞서 1979년에 준공돼 재건축 연한(20년)을 훌쩍 넘긴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준공된 지 31년째인 지난해 3월에 가서나 조건부 재건축 대상인 D등급 판정을 받은 적도 있다. 그만큼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재건축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하는데 그치지 말고 안전진단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은 주택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더군다나 준공시기상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으로 수혜를 받는 1985년~1989년 준공된 아파트 대부분이 재건축시장을 선도하는 강남권을 비롯하여 목동, 노원구 등에 밀집돼 있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필요 이상 많은 단지들이 재건축을 추진함으로써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은 사실상 재건축은 못하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로 집값만 잔뜩 올려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재건축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단지내 주민이나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는 무주택자에게 있어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야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지배하고 있는 서울시 의회에서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하자고 나서고 있고, 여당은 여당대로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을 대폭 높이기 위한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개선, 주택비율 축소 등을 담은 도정법 개정안을 내달 중 발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로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일본 대지진으로 내진설계에 대한 불안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기화로 좌고우면 없이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해 재건축발 주택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기 보다는 지금은 서민 주거난 해소와 집값 및 전세값 안정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환태평양 지진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대지진과 같은 위험 가능성이 낮을 뿐더러 주거환경개선 역시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 외에 리모델링을 통해서도 충분히 그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 진정 서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당장의 인기에 영합하거나 표를 의식한 정책을 편다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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