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기간 짧아 지분투자 단기 회수 장점
도심의 요지에 지은 지 20년 이상 되는 공동주택 중 재건축을 추진하는 허름한 연립주택은 잘 알려지지 않은 틈새 투자처다. 지은 지 너무 오래돼 슬럼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외면하기 일쑤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지레 포기하기 일쑤다.
경매․공매시장에서 저가매입의 기회를 잡아 여유 돈을 장기간 굴릴 목적으로 매입하면 이만한 투자처도 드물다. 노후 연립주택 재건축은 단지 규모가 적어 사업기간이 짧으므로 투자금액 회수가 빠르고, 오래 전에 지어진 연립주택일수록 대지지분이 많아 아파트에 비해 무상 배분율이 높은 편이다. 조합원수가 적다 보니 조합원간 합의도 쉬워 분쟁의 소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방 출신으로 S건설회사를 다니는 H씨는 소액 부동산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가진 돈이 많지 않다 보니 정상적으로 거래되는 일반 매물보다는 경매나 공매시장에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싼 매물을 찾다가 드디어 값싼 우량 매물을 발견했다. 동작구 대방동 지하철역과 가까운 D연립 42㎡(20평형)이 경매에 부쳐진 것을 알게 됐다. 세밀한 권리분석과 함께 투자성을 분석해보니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다는 말을 지역 중개업소에서 들었다.
입찰 전 연립에 거주하는 거주자들과 주민들에게 직접 물어보며 탐문해보니 지은 지 너무 오래돼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자체 조합을 결성하는 단계라는 것을 알아냈다. 지난 80년 초에 지어진 12가구 규모의 소단지이지만 대지지분이 한 가구 당 99㎡여서 재건축이 진행된다면 투자성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입찰 전 나름대로 사업성과 재건축 추진 가능성을 조사한 후 2~3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입찰 당일 H씨는 감정가(2억 원)의 65%인 1억3100만원을 써내 최고가입찰자로 결정됐다. 입찰장에는 허름한 주택이어서 인지 달랑 2명만이 경쟁을 벌여 H씨에게 싼값으로 낙찰 된 것.
싼값에 낙찰 받은 대신 경매주택에 사는 세입자 때문에 애를 먹었다. 어려운 형편에 전세로 입주한 주택이라며 명도를 거부하며 반발했다. 세입자들의 사정을 봐주느라 등기를 마치고도 4개월 이상 입주를 미뤄야 했지만 세입자에게 값싼 월세로 더 살게 해 주는 조건으로 세입자의 요구를 수용해 큰 저항 없이 세입자 문제를 정리했다. 취득세와 약간의 수리비 등 추가비용 1000만원을 들여 등기를 마쳤다.
등기를 마친 지금 H씨는 만족할 만한 투자처를 찾은 데 뿌듯해 하고 있다. 조합이 결성된 후 일정에 따라 사업이 진척된 지금 전용 85㎡의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지게 됐고 조합원 지분 값도 크게 올라 2억5000만 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곧 본격적인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면 더 가격이 오를 만한 호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다.
노후ㆍ불량 공동주택을 재건축하기 위해 정비구역을 지정할 때에는 용지면적 10,000㎡ 이상이거나 가구 수가 300가구 이상이어야 하지만 20가구 이상 노후ㆍ불량 연립주택 또는 아파트는 정비구역이 아닌 지역에서도 재건축 조합을 설립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면 재건축 사업에 나설 수 있다.
여기에다 재건축을 위한 건물안전진단 등의 절차도 빨리 이뤄져 전체 사업 일정이 단축된다.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나서 이르면 6개월 이내에 착공이 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자금이 집에 묶여 있는 기간이 줄어 금융비용 부담을 덜 수 있으므로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을 물색해 둔 다음 사업초기 싼값에 매입해 두었다가 사업승인 절차를 밟을 즈음에 되팔면 의외의 높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아파트 재건축에 비해 연립주택은 관심을 덜 받고 있지만 사업성만큼은 아파트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 다는 점도 강점이다. 연립주택의 경우 대부분 2~3층 규모이기 때문에 고층 아파트를 지을 경우 일반 분양분이 그만큼 많아지게 되며, 이것은 결국 조합원들의 부담금 절감으로 이어진다.
300가구 미만의 단지들은 용적률을 제한하는 지구단위계획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합 및 시공사가 발표한 예상수익률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게다가 전용면적 82㎡ 이하의 중․소형 위주로 지어지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면제와 취득․등록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연립주택 재건축 투자는 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에 매입할 경우 투자비용 절감과 함께 각종 세제혜택을 볼 수 있어 내 집 마련, 또는 재테크의 기회로 삼을 만하다.
재건축 사업 추진단계에 있는 허름한 연립주택은 현재 거래가격이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수요자들이 부지런히 현장과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다니는 󰡐발 품󰡑을 들인다면 좋은 물건을 적잖이 구할 수 있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