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전세사기사건 수사기록 열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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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얼마 전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소위 “영동”공인중개사 사건의 관련 피해자를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하면서 입수한 관련형사기록을 통해 이해한 내용인데, 동일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차원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부동산중개업소까지 차리고서 전세보증금사기를 행한 사건인데, 사기피의자는 모두 약 10명 정도로 파악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주범이 시키는대로 집주인 행세만 하거나 위조된 신분증으로 예금계좌만 만들었을 뿐 사기범행은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변명하고 있고 현재 재판 중에 있어 정확한 사기범의 숫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지만, 사건기록 검토 결과로는 최소 2명 이상이 주범으로 파악되었다.
이들은 위조한 가짜 신분증으로 먼저 월세계약 형태로 아파트를 임차하여 점유를 확보한 다음, 월세계약과정에서 알게 된 집주인의 인적사항으로 다시 가짜 신분증을 위조한 후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아파트를 전세로 시장에 내놓고, 이들을 집주인으로 착각하고 걸려든 전세임차인들로부터 거액의 보증금을 가로채는 범행을 자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해 보증금 수령도 미리 위조된 신분증으로 만들어 둔 임대인 명의의 계좌에 입금케하는 용의주도함도 보였다. 더 나아가서, 이들은 단기간 내에 거액을 챙길 계획으로 아예 공인중개사의 자격증을 대여하거나 형식적으로 공인중개사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중개업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조직적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범행대상이 보증금이 비싼 서울 강남 지역인데다가, 등록된 중개업소가 소개한 물건이라는 점 때문에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되었고 피해금액도 수십억원이나 되는 엄청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수사기록검토 결과, 우리 부동산거래관행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신분증만을 의존하는 거래관행이다.
이 사건에서도 그렇지만 신분증은 위조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신분증에만 의존해서 소유자를 확인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지만, 우리 거래관행은 그렇지 않다. 법률문외한인 거래당사자는 물론이고, 거래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중개업자들도 신분증 외에는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 사건 사기범들은 이런 허점을 정확하게 파고들어왔다. 따라서, 신분증 이외에 등기권리증을 소지하고 있는지까지 확인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할 수 있다. 물론, 등기권리증까지 위조되는 사례도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에서도 등기권리증은 위조하지 못했고 또 아무래도 등기권리증은 신분증에 비해 아무나 입수할 수 없는 전문서류이기 때문에 위조하기가 쉽지 않아서 등기권리증 확인까지 요구하면 사기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는 공동중개 관행에서 오는 문제점이다.
공동중개란, 두 사람 이상의 중개업자가 중개행위에 관여하여 거래를 성사시키는 중개활동인데, 한 명의 중개업자만이 양측 중개의뢰인을 위해서 중개행위를 하는 “단독”중개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공동중개의 일반적인 모습은, 매도인이나 임대인과 같이 권리를 처분하고자 하는 측의 중개업자와 그 반대편의 매수인이나 임차인과 같이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측의 중개업자가 각자의 의뢰인을 데리고 와서 공동으로 거래를 성사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단독중개가 일반적이었음에 비해, 인터넷의 발달로 부동산정보망을 활용하여 중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공동중개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거의 대부분 피해거래들은, 사기범들이 차린 중개업소가 임대인측의 중개를 담당하고, 다른 일반 중개업소들이 임차인을 소개하는 공동중개구조로 진행되었다.
이런 공동중개과정에서 우리 중개업계가 가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바로 매수인이나 임차인과 같이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측의 중개업자가 상대방 중개업자만을 믿고 매도인이나 임대인의 권리에 대하여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 즉, 단독중개에서는 거래당사자 모두로부터 의뢰받아 중개하기 때문에 권리를 처분하게 되는 측의 권리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확인하는데 반해, 공동중개를 통해 권리를 취득하는 측을 위해 중개하게 되면 단독중개에 비해 권리관계 확인에 따른 주의가 상대적으로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여지없이 이런 문제점이 노출되었고, 거의 대부분의 임차인측 중개업소들이 임대인측 사기 중개업소를 그대로 믿고서 아무런 견제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말았다.
상대방 중개업자만을 믿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지금의 중개업계 관행은 아마도, 중개업자들간에 상대방 중개업자의 업무영역 내지 전문성을 존중해주는 차원일 수도 있고, 거래당사자 모두로부터 수수료를 받게 되는 단독중개에 비해 공동중개는 거래당사자 일방으로부터만 수수료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은 보수 때문에 아무래도 노고가 덜 들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짐작되지만, 이런 업계의 관행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권리를 취득하는 중개의뢰인으로서는 수수료를 주게 되는 자신의 중개업자가 상대방의 권리관계에 대해 꼼꼼히 체크해 줄 것을 기대하는데, 상대방 중개업자만을 믿고서 권리확인을 소홀히 하게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권리관계 확인의 필요성은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측에서 더욱 필요한데,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자신의 중개의뢰인을 위해서 보다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심정이라는 점에서 권리를 처분하게 되는 측의 중개업자에게 그 쪽 의뢰인의 권리관계를 철저하게 확인하기를 기대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수가 있기 때문에, 권리를 취득하는 측의 중개업자가 권리관계확인을 상대방 중개업자에게 맡겨두는 지금의 관행은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권리를 취득하는 측의 중개업자가 상대방 중개업자를 믿고 거래상대방의 권리관계에 대해 자세한 확인을 하지 않으려면 거래상대방의 권리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자신은 배상책임이 없다는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사고가 발생하여 결국 권리를 취득하는 측에서 손해를 입게 된다면 그 책임은 권리를 처분하게 되는 측의 중개업자 뿐 아니라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중개업자도 있다는 점에서도, 지금의 업무관행은 문제가 있다. 즉,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손해를 입게 된 거래당사자로서는 양쪽 중개업자 모두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게 되고, 만약 중개업자가 확인설명을 잘못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양쪽 중개업자에게 (부진정) 연대해서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결국 중개업자 스스로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라도 상대방 중개업자만을 믿고 권리확인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양쪽 중개업자간의 구체적인 책임비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를 수 밖에 없고, 정확한 책임비율은 피해자에 대해서 실제로 배상을 한 한쪽 중개업자가 다른 쪽 중개업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구상금청구소송에서 결정될 수 있다).
이 사건 사기범들 역시 이런 허점을 노리고서, 중개업소 직원 역할 사기범이 임대인역할을 한 사기범을 평소에 잘 아는 것처럼 행세했는데 그 때문에 임차인측 중개업소에서는 제대로 된 신분확인을 소홀히 한 경향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에다가, 수수료 목적으로 ‘일단 거래를 성사시키고 보자’는 식의 마구잡이식 중개 분위기와 맞물려 대형사기사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중개업계와 중개의뢰인 모두의 획기적인 의식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http://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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