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재미도 없이 상반기가 지나버렸다. 상반기 주택시장이 저점을 통과하면서 거래가 일정부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실망으로 바뀐 지 오래다.

오히려 하반기에 그러한 실망스런 상황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분위기가 시장 전체를 지배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그렇다고 상반기에 전혀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방 주택시장 분위기가 영남지역을 거쳐 호남, 충청권으로 북상하면서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 하는 일말의 희망을 갖게 했다.

또한 신임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난 5월말 취임 직후 한 달 만에 내놓여진 201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부동산 부문에서 투기억제 중심의 과도한 규제 개선,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뉴타운지구 기반시설 설치비 지원 확대 등 나름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각설하고 상반기 부동산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양극화’로 특징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이 판이하게 다른 ‘지역적 양극화’ 양상이 전개됐다.

수도권은 상반기 매매가 변동률 0.04%, 전세가 변동률 5.44%에서 보여주듯 전세시장만 상승세를 거듭했을 뿐 기존 주택 거래시장을 비롯 분양시장 역시 전혀 맥을 추지 못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고, 5월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되레 늘었다.

반면 지방은 사정이 사뭇 달랐다. 매매(상반기 4.16% 상승) 및 분양시장 호황에 맞춰 전세가(4.99%)도 동반 상승하는 기현상이 1년 이상 이어졌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초반에는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이 지방 주택시장을 이끌었다면 요즘에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하는 충청권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상품의 양극화’도 두드러졌다. 수도권의 경우 주택시장이 비교적 장기간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오피스텔, 원룸, 도시형생활주택 등 임대수익형 부동산은 불티나게 팔렸다. 모두가 주택시장 침체와 임대시장 불안이 가져다 준 산물이다.

달리 해석하면 주택시장 호황기에는 반대로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는 상품들이지만 불행하게도 당분간은 주택시장 침체와 임대시장 불안이 지속될 여지가 있어 임대수익형 상품의 인기가도에는 지장이 없을 듯하다. 건설산업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3년까지 입주물량 감소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임대시장이 안정되려면 이 기간 동안 주택 구매심리가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분양시장에서의 양극화는 비교적 다양하게 나타났다.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 단지(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 강남권 또는 이에 준하는 지역의 보금자리주택)와 그렇지 않은 단지, 입지경쟁력이 확보된 단지(한강 조망권, 도심 재개발ㆍ재건축 단지, 광교ㆍ판교 등 강남 근접한 경기 남부 신도시 등)와 그렇지 않은 단지, 평면 차별화를 이룬 단지(4-bay, 1주택 2세대 평면)와 그렇지 않은 단지, 중소형 주택과 대형 주택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이러한 양극화는 하반기에도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두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지방 호황의 지속성과 아울러 정책적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수도권도 살아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더불어 전세시장 동향도 수도권 주택경기 회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잣대로 활용될 수 있다. 지방, 정책, 전세 이 3가지가 하반기 주택시장을 좌우할 핵심 키워드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지방지역 훈풍이 지속되느냐가 관건이다.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지방의 매매, 전세, 분양시장 호황이 그간에는 먼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렸다. 호황세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거의 1년을 끌어왔다. 이 추세가 올해 하반기까지도 이어진다면 지방 주택시장의 회복기조는 있는 사실 그대로 굳어지게 되고 이는 곧 수도권에 청신호를 알리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특히나 지방 상승세가 영남, 호남을 지나 충청권으로 북상하면서 점차 수도권 언저리까지 오는 동안 수도권도 가격, 물량, 정책 등에 있어 투자여건이 점차 조성되어져 왔다. 시장을 관망하고 있던 실수요자 및 투자자들의 주택 구매심리가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기반에 정책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는 주택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를 비롯해 아직까지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한 리모델링 수직 증축, 수도권 미분양주택에 대한 미흡한 세제지원 등 정책적 실마리가 풀린다면 그간의 상황과는 다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이미 지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일종의 규제완화 방침을 제시했다는 것은 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이들 모두가 관련법 개정을 통해 국회 회기 일정상 9월 이후에나 시행될 수 있는 점에서 실기(失期)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는 않다.

실기도 그렇지만 국토부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기재부 및 금융위원회에서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한 DTI규제 확대나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은 주택시장 최대의 복병이 될 수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 부처간 엇박자 정책으로 인해 국토부의 거래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끝으로 주택시장 회복여부를 가늠하는데 있어 전세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지방 주택시장이 호황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전세가 급등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70%를 넘었거나(5대 광역시) 70%에 이르렀다는(기타 지방)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80%, 90%를 넘다보니 극히 일부 자금만 가지고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돼 투자수요는 물론 극히 일부의 대출을 활용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가 대거 발생하게 됐다.


반면 수도권의 경우 전세가 비중이 49.6%, 서울 47.4%(이상 6월말 기준)에 머물고 있어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갈아타기에는 아직 힘에 부친 상황이다. 그러나 여름을 지나면서부터 또다시 전세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어 수도권 전반적으로 50%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고, 국지적으로는 60%~70%를 넘는 지역이 확대되면서 서울 외곽지역부터 거래가 살아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전세수요자의 인내심이 한계상황에 봉착할 경우 전세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매매나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이 징표는 수도권 매매가가 플러스 변동률로 돌아서거나 전세가 상승세가 주춤해져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아직 수도권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미약하지만 하반기 수도권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인다면 이는 온전히 지방, 정책, 전세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완벽한 합작품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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