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고객을 통해서 본 부동산자산관리의 현실과 과제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형빌딩 소유주와 투자자는 보유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거나 관리인을 채용하여 관리해왔다. 그러나, 부동산 임대시장이 임대인시장에서 임차인 시장으로 바뀌면서 지금까지의 주먹구구식 관리시스템으로는 공실 채우기는 물론 기존 임차인의 유지조차 어렵게 되자 전문 부동산자산관리회사에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상담 고객이 부동산자산관리에 대한 오해와 편견때문에 전문 관리회사에 관리를 맡기고 싶어도 맡길 수 없었다는 것을 보면 국내 부동산 서비스시장의 선진화의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최근까지 강남구 대치동에서 약 15년간 빌딩을 직접 관리해온 어느 노부부 고객과의 상담을 통하여 알게 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노부부는 2년 전부터 임차인과의 관계, 공실 채우기 등의 일이 귀찮아져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변호사를 찾아가 빌딩관리를 전문회사에게 위탁하는 문제에 대해 상의를 했더니 뜻밖에도 그 변호사는 ‘힘들어도 직접 관리하세요. 관리를 위탁했다가 잘못하면 관리회사에게 빌딩이 넘어갈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그 변호사 나이가 어느 정도인가요?’라고 묻자 ‘50대’라는 답에 또 한번 놀랐다. 젊은(?) 변호사가 전문 부동산자산관리회사를 ‘조폭’ 정도로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70대 할머니 고객과의 자산관리계약서 작성과정에서 발생한 이야기이다. 그 고객은 관리 위탁 건에 대해 전문관리회사에게 관리를 위탁해본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 물었더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으니 관리회사에게 절대로 관리를 맡기지 말고 직접 관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부연 설명을 들어보니, ‘F 에셋’이라는 중소형빌딩 자산관리회사가 관리 수수료를 덤핑가격으로 낮게 책정한 후 빌딩을 방문할 때마다 출장비와 수리비 명목으로 매번 돈을 요구하여 그 돈이 계약서 상의 자산관리수수료보다 몇 배나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기간 1년이 되자 계약 해지를 하고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사와의 위탁관리계약서에는 ‘계약서 상의 정해진 수수료 외에는 일체의 금원을 청구하지 않는다’ 라는 문구를 포함시킨 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위 두 사례 모두 부동산자산관리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사 고객 약 100여명 중에서 부동산 자산관리서비스를 미리 알고서 의뢰한 고객은 50%가 넘지 않는다. 대부분이 관리를 위탁해야 할 피치 못할 사유가 발생할 때 금융기관 PB센터나 인터넷 검색 또는 기존 고객의 소개로 당사와 자산관리 계약을 체결하였다. 전문 부동산관리회사를 통해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관리를 의뢰하는 고객은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부동산시장이 투명해지고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부동산서비스업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학계와 언론 및 정부 모두 부동산자산관리에 대한 시각전환이 필요하다.
IMF 외환위기와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부동산산업도 전문화 고도화되어 가고 있고 이와 함께 부동산서비스시장도 분야별로 전문화, 세분화(Segmentation)되어 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전문 자산관리서비스를 통해 부동산투자를 해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지금까지도 부동산중개서비스 외에는 다른 부동산 전문 서비스를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게 현실이다.

국내에도 빌딩의 매입전 실사부터 시설관리, 임대차관리 및 공실관리 까지 원-스탑(one-stop)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검증된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회사들이 부동산투자의 파트너로서 활약하고 있다. 1~2억 원의 금융자산도 금융기관의 자산관리사에게 맡겨 운용하는 시대에 몇 십억에서 몇 백억의 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비전문가에게 맡겨 관리하는 시대는 이제는 지났다. 고가의 부동산 자산일수록 적극적인 자산관리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다. 금융자산을 금융자산관리사가 관리하는 것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듯이 부동산자산도 부동산자산관리사가 관리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부동산자산관리는 위기를 먹고 성장하는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다. 미국이 1929년의 대공황을 계기로 부동산 자산관리업이 태동하고 발전하였듯이 국내에서도 외환위기를 통해 도입되고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성장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일수록 부동산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리츠(REITs)나 부동산펀드 등 부동산간접투자는 임대차관리와 리스크관리 그리고 현금흐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에서 위탁하여 실시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운용 전문인력 교육과정’에는 부동산관리에 대한 교육과목이 전혀 없다. 정부 주무부처 조차 부동산자산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아직까지 인식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부동산관리서비스업의 법적, 제도적 발전 없이는 부동산 간접투자제도도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김 용 남 /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CPM (美 부동산자산관리사), CCIM(美 부동산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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