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무상급식과 관련한 주민투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목표치이자 투표함 개함 요건인 33.3%에 훨씬 못 미치는 25.7%로 막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무리수를 둔 오세훈 시장이나 이를 적극 지원한 한나라당 모두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지만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이나 오세훈 시장직 사퇴에 따른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두 가지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나는 이번에 최종 집계된 주민투표율 25.7%는 아파트 평형에 있어서 중소형과 중대형을 가르는 전용면적 25.7평(85㎡)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민투표 개함 요건인 투표율 33.3%가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기간 5년 동안의 서울시 전세가 변동률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선 서울시 아파트 평형을 보자.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www.drapt.com) 집계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서울시에 소재한 아파트 총 가구수는 122만7124가구다.(사실상 124만9635가구지만 전용면적 평형 구분이 가능한 아파트를 기준으로 함.)

이중 전용면적 25.7평 이하 가구수는 89만9383가구로 전체의 73.3%이고, 25.7평을 초과하는 가구수는 32만7741가구로 전체의 26.7%에 해당한다. 전용면적 25.7평은 소위 국민주택으로 불리는 것으로 평형으로는 30~35평형에 해당한다.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전용면적 25.7평 이하가 많이 분포하는 지역은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 25.7평을 초과하는 아파트가 많은 지역은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는 등식이 그간 성립돼왔다.

서울시 각 구별 아파트 규모를 보면 그런 등식이 어느 정도 성립되는 것은 사실이다. 각 자치구별 아파트 가구 중 전용면적 25.7평을 초과하는 아파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로 4만875가구(강남구 아파트 가구 전체의 40.0%)가 25.7평을 초과하는 중대형으로 구성됐다.

다음으로 서초구 3만6074가구(서초구 아파트 가구 전체의 50.4%), 송파구 3만3215가구(송파구 아파트 가구 전체의 32.7%) 순이다. 소위 강남권으로 불리는 이 3개구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선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물론 이번 주민투표에서도 평균을 훨씬 웃도는 30% 이상의 투표율을 보인 곳이기도 하다.

반면 주민투표율 최하위를 기록했던 금천구(20.2%)와 관악구(20.3%)의 중대형 아파트 가구수는 금천구가 3408가구, 관악구가 7311가구로 해당 자치구내 전체 아파트 가구수 대비 채 20%를 넘지 못했다.


기술했듯 서울시 전체 중대형 아파트 비율은 26.7%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73.3%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소 비약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또 지역마다 상황이 다소 다르지만 부자가 아닌 이들 서민ㆍ중산층은 선별급식보다는 무상급식을 통한 복지확대를 더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

이젠 전세가 변동률을 보자.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장직은 2006년 7월 1일부터 시작됐고 이후 지난해 다시 재선되면서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하여 2006년 7월 1일 하루 전인 6월 30일부터 주민투표가 실시된 2011년 8월 24일까지 서울시 전세가 변동률을 조사해보니 33.3%로 요행 주민투표 개함요건인 투표율 33.3%와 정확히 일치한다. 서울시 전체도 그렇지만 강남구 전세가 변동률(35.4%)도 이번 강남구 주민투표율(35.4%)과 신기할 정도로 맞아떨어졌다.

이번 주민투표율이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 재임기간 동안 상승한 전세가 변동률만큼만 나와 줬어도 오세훈 시장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투표율이 최소한 각 구별 전세가 변동률에 이르러야 하지만 강남, 서초, 송파, 강동, 용산, 종로구 등 6곳에만 주민투표율이 전세가 변동률을 추월했을 뿐 나머지 19개구에서는 전세가 변동률에 미치지 못했다.

전세가 변동률이 높게 나타난 상위 10개구 중 강남구와 노원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모두의 주민투표율이 서울시 전체 평균 주민투표율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오세훈 시장 재임기간 동안 전세가 변동률이 가장 높은 상위 10개구를 순서대로 보면 노원구(44.7%), 강북구(41.7%), 도봉구(38.9%), 성북구(38.6%), 구로구(37.2%), 성동구(37.0%), 중랑구(37.0%), 마포구(35.7%), 강남구(35.4%), 광진구(35.4%) 순이다. 이중 강남구(주민투표율 35.4%)와 노원구(주민투표율 26.3%)만 서울시 전체 주민투표율 (25.7%)을 넘겼을 뿐 나머지 지역 주민투표율은 모두 서울시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주민투표는 무상급식이라는 단일 정책사안에서 여, 야가 총동원될 정도로의 정치적 사안으로 확대되면서 현 서울시장의 중간평가적 성격으로 변질된 면이 없지 않다. 이 역시 논리적 비약일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최근 몇 년 사이 급등하고 있는 전세가 및 전세시장에 대한 불안요인, 물가 등 서민과 직결되는 분위기들이 그대로 주민투표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더불어 앞서 말했던 중대형 아파트 가구가 서울 전체 아파트 가구의 26.7%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무상급식에 관한 주민투표율 33.3%는 애당초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치였는지 모른다.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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