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자꾸만 커지는 배당재단, 그 이유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경매절차에서 어떤 물건이 낙찰된 후 각 채권자에게 배당할 금액의 주를 이루는 것은 바로 매각(=낙찰)대금이다.
매각대금에서 배당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자는 그 배당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게 된다. 따라서 매각대금 여하에 따라 배당순위에 밀려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되거나 경매가 과열돼 고가로 낙찰이 되는 경우에는 모든 채권자의 채권액을 배당하고도 남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아주 가끔은 있게 된다. 후자의 경우 채권자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어디 비일비재한가?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가뜩이나 경매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요즘 고가 낙찰은 고사하고 낙찰가율이라도 좀 뒷받침되면 좋으련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낙찰가율은 떨어지고 유찰횟수가 잦아지면서 채권회수기간마저 길어지고 있는 상황. 이래나 저래나 채권자들의 애간장만 더욱 녹아들어갈 지경이다. 이왕 채권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채권액이라도 제대로 회수되면 얼마나 좋을까?
각설하고 채권자에게 돌아갈 배당액이 오로지 매각대금으로만 이루어져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매각대금 말고도 이런 저런 금액이 추가로 붙어 하나의 배당재단을 구성하게 된다. 경매 투자의 함정에 빠질수록 또는 고의적으로 경매절차를 지연시키려는 과정에서 배당재단은 더욱 크게 불어난다. 배당재단이 불어나면 채권자에겐 이득이다. 채권회수 기간이 길어진다고 무작정 투덜거릴 필요가 없는 이유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매각대금 외 배당재단에 포함되는 경우는 주로 3가지다. 우선 재매각의 경우 몰수된 입찰보증금이 그것이다.
재매각이라 함은 매각이 되었으나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완납하지 못해 다시 경매에 부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종전 매수인이 제공한 입찰보증금(최저매각가격의 10%)을 몰수하게 되는데 이 몰수한 입찰보증금은 국고에 귀속되지 않고 차후 진행된 경매 매각대금에 포함돼 하나의 배당재단을 구성하게 된다.
재매각 사건이 매각된 전체 경매물건 중 15% 정도 이르고 보면 제법 적잖은 물량이다. 더군다나 첫 재매각의 경우에는 몰수된 보증금이 최저매각가격의 10%이지만 재매각 사건에 입찰해 최고가매수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에 몰수되는 보증금은법원에 따라 최저매각가의 20~30%에 이른다. 종종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이런 사례를 볼 수가 있는데, 이런 경우 배당재단은 급속히 불어나게 된다.
다음으로 즉시항고도 배당재단을 불리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매각(=낙찰)이 되면 7일 되는 시점에 매각허가여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는데 이해관계인이 이 결정에 대해 이의가 있는 경우 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7일내에 즉시항고를 할 수가 있다.
다만 즉시항고를 할 때 매각불허가결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증의 제공을 요하지 않지만 매각허가결정에 대해서는 보증의 제공을 요하게 되는데, 이때 보증으로 제공해야 할 금액은 매각대금의 10분의 1이다. 이 항고 보증금은 이해관계인 중 소유자와 채무자가 한 항고가 기각된 때에는 그 전액을 몰수하고, 나머지 이해관계인이 한 항고가 기각된 때에는 항고를 한 날부터 항고기각결정이 확정된 날까지의 법정지연손해금(매각대금에 대한 연 2할)을 제하고 돌려주게 되어 있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에는 항고보증금 전액이, 후자의 경우에는 매각대금의 연 2할(이 금액이 보증을 넘으면 보증의 한도)에 해당되는 금액이 배당재단에 편입되게 되는 셈이다. 이 제도는 무분별한 항고를 통해 경매절차를 지연시키는 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도입해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사안에 따라서 이해관계인이 부득이 또는 고의적으로 즉시항고를 하기도 한다.
끝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요하는 농지를 매수했을 때 매각기일로부터 7일내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제출하지 못했을 때 매각이 불허됨은 물론 최고가매수인이 제공한 입찰보증금을 몰수하는 법원도 있다. 이 경우 몰수된 보증금 역시 매각대금에 산입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배당재단이 불어나게 돼 궁극적으로 배당해야 할 각 채권자의 채권액보다 많아 배당을 다 하고도 남은 금액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먼저 항고보증금에 대해서는 채무자 및 소유자가 제공한 항고보증금은 이들에게 지급하고, 채무자나 소유자 이외의 항고인이 출연한 보증금(사실상 법정지연손해금으로서 몰수된 매각대금의 연 2할)의 경우가 남았을 경우에는 이를 제공한 사람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민사집행법 제147조 제2항 참조)
반면에 재매각에 있어서 전의 매수인이 제공한 입찰보증금이 배당재단에 포함되어 채권자에게 배당하고 남는 금액이 있는 경우에도 이를 전의 매수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이를 채무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부당하므로 이를 전의 매수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설(적극설)과 전의 매수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명문의 규정이 없음을 들어 이를 모두 소유자인 채무자에게 잉여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설(소극설)의 대립이 있다.
농지취득자격증명의 미제출로 보증금이 몰수돼 배당재단에 포함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들 보증은 매각대금 납부 및 매각절차상의 원활한 진행을 담보하기 위해 그 보증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고, 또 민사집행법에 명문규정이 없으므로 보증을 제공한 자가 아니라 소유자인 채무자에게 그 잉여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