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더 깊어지는 부동산시장 불황을 경매시장도 피해갈 수 없는지 경매법정이 그야말로 썰렁하기 그지없다.
입찰자로서는 입찰경쟁이 낮으면 낙찰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리 나쁘게 볼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찰에 앞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우선 수도권 부동산시장 침체의 골이 너무 깊어지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경매의 최대 장점은 시세보다 싸다는 것인데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시세를 제대로 가늠할 수가 없고, 경매물건을 감정가 또는 시세대비 20~30%정도 저렴하게 매수했다고 해도 시장 침체의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싸게 취득했느냐가 그리 오래가지 않아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싸게 매수했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의 판단이지 현재의 주택시장 흐름으로 보아서는 결코 서너달 또는 6개월 이후까지 유효한 판단은 아니다. 물론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라 하더라도 그 기간이 지나기까지 경매취득 원가를 잠식할 정도로 가격이 빠지지는 않겠지만 침체의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두려운 거다.
다음으로 선뜻 입찰가를 써내기가 주저해졌다는 점이다. 위와 같은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입찰자가 많지 않은 관계로 자칫 잘못하다간 고가낙찰 되기 십상이라는 거다.
입찰자로서는 차순위와 입찰가 차이가 크게 나 최고가매수인이 되고도 기분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되고, 컨설팅 업체 입장에서도 의뢰인을 볼 면목이 서지 않거나 의뢰인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대목이다.
차순위와의 격차도 문제지만 나홀로 단독 입찰하여 최저매각가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는 것은 더 큰 낭패다. 입찰경쟁이 낮아졌다고 해도 2~3명, 3~4명 들어올 줄 알고 입찰가를 썼는데 결과적으로 단독 낙찰되었을 경우 물건규모에 따라 입찰가와 최저매각가의 차이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날 수도 있다.
지난 7월 23일 노원구 공릉동 소재 감정가 10억5320만원 단독주택이 3차례 유찰된 5억3950만원에 경매에 부쳐져 ‘K’씨에게 단독으로 6억5680만원에 낙찰된 사례가 그 꼴이다. 나홀로 입찰해서 최저매각가보다 1억1730만원을 더 써낸 셈이다. 아무리 시세와 수익률에 근거해서 입찰한 거라고 위안 삼아도 뒷맛이 개운치 않음을 부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끝으로 낙찰가 통계를 신뢰할 수가 없어졌다는 것도 입찰을 흔쾌히 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역별, 유사물건별로 각 경매정보업체에서 추출한 낙찰가 통계(평균 낙찰가율)는 그간 입찰가 산정의 잣대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경매물건이 속속들이 유동화 되면서 그 통계에 대한 왜곡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유동화회사로 1차 유동화 되고 또 다른 업체나 개인에게 2차, 3차 유동화 될수록 그 왜곡은 더 심해졌다.
근저당 채권이 유동화 되면서 채권 양수인이 배당을 받으려는 목적보다 경매물건을 유입하려는 목적으로 채권설정액 상한선 또는 배당가능액 상한선까지 입찰가를 써내 낙찰 받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5월 14일에 경매에 부쳐진 안산 상록구 본오동 소재 안산보노피아빌딩 213호가 전형적인 사례다. 이 물건은 최초감정가 10억원에서 3차례 유찰돼 최저매각가가 5억1200만원까지 떨어졌다. 경매를 신청한 근저당 채권자는 국민은행이었지만 이미 이 물건은 모 저축은행으로 1차 유동화 됐고 경매절차에서 3차례 이상 유찰되자 이 저축은행 역시 채권 유동화를 고려하던 차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했다.
일반적인 입찰경쟁이었다면 예상 낙찰가가 6억원을 넘지 않았을 이 물건은 결과적으로 7억5000만원에 채권 양수인에게 낙찰됐다. 2명이 경쟁 입찰했음에도 최저매각가보다 2억3800만원을 더 높게 써내 낙찰된 셈이다.
이 사례에서 낙찰가율을 얼마로 하는 게 옳을까? 단지 낙찰가격으로 본다면 낙찰가율이 75%가 되지만 최고가매수인인 제3자가 이 물건을 매수하는데 들어간 금액은 사실 채권 양수가격이지 낙찰가가 아니다.
당초 필자가 이 채권을 매수하려고 잠정 협의했던 가격은 5억7000만원. 나중에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채권이 넘어갔는데 아마도 채권 양수가격이 6억원 정도나 이보다 조금 높은 가격으로 추정되는 바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실제 낙찰가율은 60%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 맞다.
이처럼 어느 가격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낙찰가율이 무려 15% 차이가 나게 된다. 그러나 이 사례는 비교적 양호한 편에 속한다. 이보다 더 큰 폭이 나는 물건도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경매정보업체에서 집계하는 통계는 채권매입가격이 아니라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작성이 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거래가보다 다소 높게 집계 될 수밖에 없다.
유동화 된 물건이 많아질수록, 채권 양수인이 직접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낙찰가율 통계에 대한 왜곡현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낙찰가율 통계에 의존해 입찰가를 산정하기가 주저해지는 이유다.
첨언하여 경매물건의 채권 유동화가 활성화 될수록 채권 유동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경매물건이 취하되거나 연기 또는 변경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어 입찰자나 경매컨설팅 종사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처럼 요즘의 경매시장은 기회의 시장이면서도 여러모로 참 어려운 시장이 되어 가고 있다. (주)이웰에셋(www.e-wellasset.co.kr), 문의: 02-205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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