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알고 지내던 어느 공인중개사로부터 ‘아직 보존등기가 되지 않은 아파트를 매매하려고 하는데 법적인 문제점이 없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거래성사에만 급급하여 매우 기본적인 법적 문제 이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일반 중개업소와 달리 이 중개사는 고객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조만간 등기될 예정이니 걱정할 필요없고, 만약 필요할 경우 수분양자(매도인)의 이전등기채권에 대해 가처분을 해 두면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자문하고 그대로 거래를 진행해버리는데, 이렇게 조치하는 것만으로 법적인 문제가 정말 없는지를 궁금해했다.
우려한 것처럼 미등기부동산 거래는 매우 위험한 측면이 있고, 또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입주를 앞두고 있는 미등기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으로부터 이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임차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계약 체결 이전에 아파트 수분양자가 분양대금을 제대로 납부하고있는지, 아파트 이전등기채권에 대해서 (가)압류나 가처분이 이루어진 것은 없는지를 사전에 살펴, 그 하자의 내용에 따라 거래 자체를 피하는 것은 매우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계약체결 이전에 이와 같은 별다른 하자가 없는 경우라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가 의문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아무런 하자가 없는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한 다음 즉시 수분양자(매도인 내지 임대인)가 분양회사에 대해 가지는 이전등기채권에 대해 가처분 내지 가압류를 해두더라도 법적인 문제점이 생길 수 있는 것일까? 매매와 임대차의 경우 법리가 다를 수 있어, 매매와 임대차 2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먼저, 매매의 경우이다.
결론적으로, 미등기 아파트를 매매계약한 다음 위와 같은 가처분까지 해 두었다고 하더라도 매수인은 안전할 수 없다. 이러한 조치 후에 매도인의 채권자가, 매도인이 분양회사에 대해 가지는 이전등기채권에 대해 (가)압류하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매도인의 이중매매로 이전등기채권에 처분금지가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등기된 부동산에 처분금지가처분을 하면 가처분의 순위보전효력에 따라 가처분 후에 이루어진 처분(압류, 가처분, 저당 등)에 대해 가처분권자는 대항할 수 있지만, 미등기 상태에서는 부동산가처분이 아니라 (이전등기)채권에 대한 가처분만 가능할 수 있고, 이런 채권에 대한 가처분은 순위보전의 효력이 없다는 점에 한계가 있다.
★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42615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1]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압류나 가압류는 채권에 대한 것이지 등기청구권의 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한 것이 아니고, 채무자와 제3채무자에게 그 결정을 송달하는 외에 현행법상 등기부에 이를 공시하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서, 당해 채권자와 채무자 및 제3채무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을 뿐 압류나 가압류와 관계가 없는 제3자에 대하여는 압류나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을 주장할 수 없게 되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압류나 가압류는 청구권의 목적물인 부동산 자체의 처분을 금지하는 대물적 효력은 없고, 또한 채권에 대한 가압류가 있더라도 이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현실로 급부를 추심하는 것만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채무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그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법원은 가압류가 되어 있음을 이유로 이를 배척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하는 판결은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로서 이것이 확정되면 채무자는 일방적으로 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고 제3채무자는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게 되므로 위와 같이 볼 수는 없고 이와 같은 경우에는 가압류의 해제를 조건으로 하지 않는 한 법원은 이를 인용하여서는 안되는 것이며, 가처분이 있는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로 그 가처분의 해제를 조건으로 하여야만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할 수 있다.
[2]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압류가 있기 전에 가처분이 있었다고 하여도 가처분이 뒤에 이루어진 가압류에 우선하는 효력이 없으므로 가압류는 가처분채권자의 관계에서도 유효하다.
[3] 가압류 상호간에 그 결정이 이루어진 선후에 따라 뒤에 이루어진 가압류에 대하여 처분금지적 효력을 주장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7.9.21. 선고 2005다44886 판결 【추심금】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압류가 있으면 그 변제금지의 효력에 의하여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임의로 이전등기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이나, 그와 같은 압류는 채권에 대한 것이지 등기청구권의 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한 것이 아니고, 채무자와 제3채무자에게 결정을 송달하는 외에 현행법상 등기부에 이를 공시하는 방법이 없어 당해 채권자와 채무자 및 제3채무자 사이에만 효력을 가지며, 제3자에 대하여는 압류의 변제금지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압류는 청구권의 목적물인 부동산 자체의 처분을 금지하는 대물적 효력은 없어서 제3채무자나 채무자로부터 이전등기를 경료한 제3자에 대하여는 취득한 등기가 원인무효라고 주장하여 말소를 청구할 수 없고, 제3채무자가 압류결정을 무시하고 이전등기를 이행하고 채무자가 다시 제3자에게 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 결과 채권자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그에 따른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결국, 이전등기채권에 대한 가처분 이후에 이루어진 압류, 가처분 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매수인이 온전한 등기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등기건물의 매매는 매우 위험할 수 있으며, 이런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법적인 조치는 없다고 보인다.
만약,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하여 대금반환채권자의 지위에서 매도인을 상대로 금전지급판결을 받는 방법을 취하게되면, 위에서 본 법률관계가 아닌 아래에서 보는 임차인의 지위와 비슷한 방법의 처리를 밟게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임차인의 지위와 달리 매매대금반환채권자는 (우선변제권없는) 일반채권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향후 배당과정에서 큰 손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 다음은 임대차계약의 경우이다.
미등기 아파트를 임대차계약한 후 이사를 가서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갖춘 다음에, 수분양자(매도인)의 이전등기채권에 대해 (가)압류, 가처분이 이루어지면 임차인은 안전하게 보증금회수를 할 수 있을까?
예전에 필자가 진행한 소송사례를 살펴보자. 의뢰인 甲은 임대인 乙과 서울 마포에 준공을 끝내고 등기되지 못한 상태에 있는 아파트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입주했다. 임대차보증금은 2억원이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 당시에는 이미 乙의 채권자인 丙이 乙에 대한 채권 1억5천만원을 이유로 乙이 분양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채권에 이미 가압류를 한 상태였는데, 甲은 이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더구나, 甲이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를 갖추고 입주한 직후, 乙의 채권자 丁이라는 사람이 채권 4억원을 가지고 乙의 이전등기채권에 대해 다시 가압류조치를 해버렸다. 아파트의 분양대금은 3억원이고, 분양잔금은 이미 완납이 되었지만 이전등기채권에 거액의 가압류가 되는 바람에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국 乙은 이전등기를 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연락마저 끊어졌다고 한다. 아파트 현재 시세는 분양가와 비슷한 3억원 정도인데, 가압류한 채권자 丙이나 丁 역시 가압류한 이후에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2년 전이나 지금 상황이 동일한 상태에 있다.
필자의 사무실에 방문하기 이전에 의뢰인이 주위사람들로부터 받은 자문내용은,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갖추기 이전에 이미 가압류된 丙의 채권 1억5천만원 보다는 의뢰인이 선순위일 수는 없지만, 전입신고, 확정일자 이후에 가압류된 丁의 채권 3억원보다는 선순위가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보증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인 乙을 상대로 먼저 보증금반환판결을 받은 후, 乙의 재산에 대한 집행절차를 밟아야한다. 그 일환으로 乙이 분양회사에 대해 가지는 이전등기채권에 대한 추심명령과 추심소송을 거쳐 乙 앞으로 이전등기를 옮긴 다음에 부동산에 대한 경매를 하는 과정을 거치게된다. 일단 乙 앞으로 이전등기가 되면 甲은 해당 부동산에 대하여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은 )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변제권이 없는 일반채권자인 丙이나 丁 보다 배당에서 우위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 추심권에 기해 乙 앞으로 이전등기를 거치는데 있어 이전등기채권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에 앞서 취해진 丙이나 丁의 가압류가 장애사유가 되지 않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甲이 추심권자로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은 채무자인 乙이 제3채무자인 분양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채권을 실현하여 채무자인 乙에게 귀속시킨 후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방법에 의하여 채권을 만족시키는 것이고, 제3채무자가 임의로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 채권자는 민사집행법 제244조 제4항에 의하여 추심명령을 얻고 이에 터잡아 추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며, 이 때 추심채권자는 집행절차에 관여한 모든 채권자를 위하여 추심하는 것이어서 다른 채권자들도 추심소송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허용되어 있는 것이므로, 결국 추심권은 압류에 의하여 채무자에게서 박탈된 처분권의 행사를 채권자에게 허용하는 것에 다름 아닌만큼 이전등기채권에 대하여 (가)압류가 경합되어있다고 하더라도 추심권행사에 아무런 장애사유가 될 수 없다. 위 사례에서 乙의 채권자인 丙이나 丁이 장기간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던 이유 역시, 적극적으로 권리행사를 하더라도 우선변제권있는 임차인 때문에 채권회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에 대한 이전등기채권을 강제집행하는 것은 결국 채무자인 乙 앞으로 이전등기한 다음 부동산으로 환가(換價)하는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부동산으로 환가하게 되면 해당 부동산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통해서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있었고, 더구나 이전등기채권에 대해 앞서 가압류를 한 丙이라도 우선변제권없는 일반채권자에 불과하여 굳이 丙이나 丁으로서는 적극적으로 권리실행을 할 만한 실익이 없었던 것이다.
정리하면, ① 미등기부동산을 거래함에 있어서는 매도인 내지 임대인인 수분양자의 분양대금이 제대로 납부되었는지, 대출금이 어느 정도인지 여부, 해당 분양권에 가압류나 가처분 등 소유권이전을 받는데 지장을 주는 법적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가 반드시 사전에 확인되어져야 하며, 매매대금이나 임대차보증금으로 미분양잔금을 납부하는 경우에는 수분양자와 동행하면서라도 끝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임대인이나 중개업자만을 무턱대고 믿고 대금(보증금)을 맡겨버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② 만약, 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미등기 건물에 대한 매매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가)압류, 가처분문제에 대해 대처할 방법 자체가 없고, 임대차계약은 보증금반환판결을 근거로 임대인을 대위해서 임대인 앞으로 등기한 다음에 경매를 신청해야하는 복잡한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만 보증금회수가 가능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물론, 임차인보호는 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제도에 기한 것이니만큼,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제대로 갖추지 못할 경우나, 임대차보호법 적용대상이 될 수 없는 임대차, 즉 법인의 주거용 임대차계약,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범위를 벗어난 고액 임대차계약 등에 대해서는 보증금을 상당금액 손해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때문에 근본적인 예방책은, 위험이 해소될 때까지 중간자에게 대금을 임시보관해두는 “에스크로(Escrow)제도”가 될 수 밖에 없다. 아직 우리나라는 에스크로제도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매도인과 같은 부동산처분권자(대금을 지급받는 자)의 양해가 전제되어야하는만큼 지금과 같은 부동산불황기가 제도정착의 적기라고 보여진다. 그동안 에스크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부동산처분권자들이 부동산불황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 에스크로를 양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미등기 건물의 거래에는 매우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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