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 출구전략과 매몰비용 부담문제

법무법인 강산 대표변호사 김은유

1. 머리글
○법이 2012.2.1.자로 개정되어 법제4조의3, 법제16조의2에 소위 ‘출구전략’ 규정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2014.1.31.까지 유효한 한시적 규정으로서 추진위원회 구성 또는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2분의1 이상 3분의2 이하의 범위에서 시·도조례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동의 또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로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의 해산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시장·군수가 추진위원회 승인 또는 조합 설립인가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법에 의하여 출구전략이 시행될 경우 소위 매몰비용(그간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사용한 돈)은 누가 부담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다. 아직 조합추진위원회가 설립된 단계에서 사업이 중단된 곳은 그나마 괜찮다. 사업추진 초기단계라 정비회사 등으로부터 빌려 쓴 돈이 대체로 5억원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 6월 기준 운영 중인 추진위원회는 260개 구역, 추진위 사용비용은 997억원이다. 매몰비용은 1곳당 평균 3억8200만원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조합이 설립된 곳들이다. 조합설립인가 시 공사비 등 각종 용역비용이 조합당 수십억원으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규모 뉴타운의 경우 100억원대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개정법에서는 추진위원회 해산때는 일부를 보조하도록 하고 있지만, 조합 해산에 따른 비용 보조는 제외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매몰비용 요청을 지원했지만 국토해양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매몰비용은 1차적으로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 이들은 돈을 빌린 주체이므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추진위나 조합은 소위 페이퍼컴퍼니로서 변제할 재원이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추진위나 조합이 변제하지 못하는 경우 2차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가 문제다. 사업 추진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가 개인재산으로 변제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산에 동의한 소유자가 개인재산으로 변제를 해야 하는 것인지, 정비구역을 지정한 공공이 부담해야 하는지, 채권자가 부담하여야 하는지 등이 문제된다.

2. 강행규정인지 여부
○법 제16조제1항은 “시장·군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추진위원회 승인 또는 조합 설립인가(이하 이 조에서 "조합 설립인가등"이라 한다)를 취소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조항이 ‘취소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므로, 효력규정인지, 단속규정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행정청이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행하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은 단순히 사인들의 조합설립행위에 대한 보충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령상 요건을 갖출 경우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행정주체(공법인)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0568)한 바 있다.
○이처럼 조합설립인가가 설권적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조합원들이 조합설립에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조합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청이 공익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새로운 행정주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주체로서의 조합은 존속력이 강하게 부여되어야 한다.
○조합설립인가가 ‘강학상 인가’가 아니라 ‘특허’라면 조합설립인가의 취소는 ‘특허철회’와 같은 의미를 갖는데, 이는 소위 ‘침익적 행정처분’이므로 조합설립인가 취소에 있어서 행정청이 공익과 공익, 공익과 사익, 사익과 사익 간의 비교형량 없이 무조건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조합설립인가가 설권적 처분이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사견은, 비록 해당 조문이 강행규정 형식이기는 하나, 이는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행정청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사료한다.

3. 법적인 논란의 정리
○매몰비용에 대해 최종적인 부담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법적 논란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총회 결의가 없는 한 토지등소유자 개인 책임은 없다는 견해다. 추진위나 조합이 총회를 정식으로 개최한 후 비용 분담을 결의하고 그 구성원들이 이에 동의한다면 가장 매끄러운 방식으로 비용 정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법 규정에 의해 총회 의결 절차 없이 해산됐다면, 비용 분담에 관한 총회 결의가 없었으므로 별도로 규약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한 토지등소유자 각각에게 이를 분담시키기는 어렵다. 결국 비용을 빌려준 건설사 등 채권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둘째, 해산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다. 추진위나 조합을 해산하지 않으면 소유자는 위 견해처럼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한 개인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해산에 동의한다는 것은 그 청산금 부담도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므로, 해산에 동의한 소유자는 개인재산으로 청산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셋째, 사업 추진에 동의한 소유자가 개인 책임을 진다는 견해다. 비용 발생은 결국 사업 추진에 동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또한 토지등소유자는 정관 또는 운영규정상 출자의무가 있다. 결국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제3자는 추진위나 조합을 대위해 출자의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어 소유자 개개인 재산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넷째, 연대보증을 한 추진위나 조합 임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다. 추진위나 조합이 돈을 빌릴 때 그 임원들이 연대보증을 했다면 그 임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임원들이 연대보증을 한 취지는 사업이 추진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지,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 그 비용 일체를 부담하겠다는 취지로 연대보증을 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무제한적인 연대보증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최근 비록 하급심이지만 시공자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된 경우 연대보증 책임은 없다는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대구지방법원 2012년 5월 4일 선고 2011가합8106 판결).
○마지막으로, 공공(제도를 만들은 중앙정부 포함)이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다. 뉴타운은 공공이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지정했다. 결과적으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는 건 사업성이 없는 것을 간과하고 정비구역을 지정한 잘못이 있기 때문에 공공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4. 관련 판례




인천지방법원 2008.4.25. 선고 2007가합12926 용역비 등
추진위원회가 비법인사단의 실체까지 갖추었다면 추진위원회 외에 추진위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법원 1997. 11. 14. 선고 95다28991 판결
과거 주택법에 의한 주택조합에 대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조합이 조합원에 대하여 가지는 개발부담금 분담금채권을 압류하였다 할지라도 비법인 사단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조합에게 부과된 개발부담금을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분담하게 하는가는 전적으로 조합의 조합원총회 등의 결의나 조합규약에 정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확정할 수 있는데, 그러한 절차를 거쳐 조합원의 분담금채무가 확정되지 않은 이상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원의 지분에 따라 분담금채무를 임의로 확정하여 이에 대하여 국세징수법상의 채권압류 및 통지를 하였다 하여도 조합원에게 곧바로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와 같은 판결에 대해, 전자는 하급심 판결이고, 후자는 정비사업 조합에 대한 것은 아니므로, 법원의 입장이 확정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개정법에 의해 해산된 경우를 직접 다루는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5. 비용보조 관련 제언
○이와 관련해 법에는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비용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에 각 행정청에서 조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뉴타운 정비사업 출구전략에 따라 해산하는 추진위원회의 매몰비용 중에서 70%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사견은, 일률적으로 지원비율을 정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 본다. 일부만 보조하려고 하면 당연히 채권자는 행정청을 상대로 추진위에 돈을 지급하지 말라는 가압류를 할 것이다. 추진위가 돈을 받아 다른 채권자에게 지급하면 해당 채권자는 지급받을 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채권금액 확정 소송이 진행되는데, 대법원까지 간다면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이 경우 조기에 달성하려는 출구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추진위가 10억원을 사용했다면 공공지원 7억원에 대한 채권을 받기 위해 비용을 빌려준 정비업체나 건설사, 기타 채권자 등이 서로 가압류를 하고 실제 사용비용을 검증하기 위한 금액확정소송까지 불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소송비용과 청산인의 월급, 청산사무실 유지비용이 별도로 소요되는데, 이 비용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또 그 부담주체가 누구인지가 문제 되므로 세밀한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이왕 지원한다면 검증위원회를 둬 증빙이 있고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전액을 지원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다면 행정청이 채권자들과 추진위의 합의를 유도하고 합의가 성사되면 채권자들에 대해서 나머지 잔액 채권을 포기하는 각서를 징구하는 방안도 효율적인 대안이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아예 지원을 하지 않으면 된다. 다만 추진위 매몰비용 해법만 등장할 뿐 조합이 취소된 경우에는 보조조항이 없어 정작 조합 매몰비용 지원에 대해서는 해법이 없는 상태다.

6. 기타
(1) 일본사례
○일본 「도시재개발법」은 조합이 도도부현지사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때에는 권리변환기일 전에 한하여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제125조제4항), 조합이 총회의 의결을 거쳐 해산하는 경우에도 권리변환기일 전에 한하여 허용되고(제45조제2항), 조합이 총회의 의결로 해산하려는 경우 차입금이 있으면 해산에 대하여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후 도도부현지사의 인가를 얻어야 한다(제45조제3항 및 제4항).
○이러한 규정들은 조합을 둘러싸고 형성된 법률관계의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우리나라 도시정비법의 해석과 운용에서도 참고할 가치가 높다고 본다.

(2) 매몰비용 지원 여부
○매몰비용은 채권자와 채무자간 민사문제이므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결코 최적의 대안이 아니라고 본다. 정비사업은 명백히 공익사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IMF 사태 발생시 은행에 대해서 천문학적인 비용지원을 한 사례가 있으며, 또한 미분양주택을 매입해 주는 등 여러 가지 지원 사례도 있고, 최근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되고 있다. 이처럼 공익사업이 아닌 경우도 지원을 하고 있는데, 하물며 공익사업인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당연히 정부가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사료한다. 그 방안으로 검증이 된 비용은 전액을 지원하거나, 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그 대안으로 채권자들이 돌려받지 못하는 돈에 대해서 손비로 인정하여 주거나, 관급공사 입찰에 있어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 후일 정비사업 재추진시 기득권 인정 방안(2012.8.6.자 서울시 전문가 토론회시 나온 방안임, tbs방송 참조)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