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단지 같은 평형 낙찰가, 3년전과 비교해 평균 3억원 이상 빠져 -
요즘 주택시장은 그야말로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적용되는 미분양 주택과 수차례 유찰돼 가격이 많이 저감된 경매 주택만 반짝 거래가 있을 뿐 일반 거래시장은 좀처럼 꿈쩍하려 들지 않는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50% 감면한다고 하는데도 그 효과가 미미하다. 10월 주택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국토해양부 발표자료가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11월 들어 다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뜸하다는 내용의 각 부동산정보업체 보도자료가 넘쳐나고 있다. 양도세와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 9.10대책이 시한이 다가올수록 그 약발이 다하고 있는 느낌이다.
10월 이전과 취득세 감면 효과가 적용된 10월부터 현재까지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은 경매시장도 유사하다. 우선 입찰자들이 많이 늘었다. 9월까지만 해도 경매 주택 입찰자가 많아야 10명 이내였던 것이 10월 들어 서서히 입찰자가 많아지더니 최근에는 10명 이상 입찰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20명, 30명 이상 입찰하는 주택도 부쩍 늘었다.
다만 경매 주택이 일반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되는 주택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일반 부동산시장에서는 대형보다는 주로 중소형 거래가 일반적이라지만 경매 주택은 대형이고 중소형이고 가릴 것 없이 속속 낙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중소형은 입찰경쟁이 치열하고 반면 대형 주택은 경쟁이 덜하다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최근의 경매시장이 그런 분위기라고 주택거래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것 아니냐고 속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데다 취득세 감면 혜택까지 있으니 이참에 내 집을 마련하거나 내 집을 넓혀가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중소형 주택은 요즘 들어 1회만 유찰돼도 2회차 경매에서 낙찰되는 빈도가 높아졌지만 대형 주택은 아직도 2회 이상 유찰된 물건만 낙찰되고 있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그만큼 아직도 주택 수요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가급적 대형을 삼가고 보다 더 싼 것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낙찰된 강남권 대형 주택들을 보면 이해가 더 쉽다. 올해 낙찰된 강남권 주요 아파트의 같은 단지 같은 평형 경매물건을 3년 전에 낙찰된 아파트와 비교해 조사해본 결과 평균 3억원 정도가 낮게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면서도 올해 낙찰 받은 경매 매수자들은 3년 전보다 3억원을 더 싸게 매수한 것이다. 아파트에 따라서는 6억원, 4억원을 더 저렴하게 낙찰된 물건도 있다. 입찰경쟁도 3년 전에는 10명 이상은 기본이고 심지어 44대 1까지 경쟁을 보인 아파트도 있었으나 올해 낙찰된 대형 아파트 대부분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0명을 넘지 않았고 단독이거나 2~3명 입찰하는 물건이 많았다. 3년 전에는 1회 유찰된 후 2회차 경매 때 입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에는 대부분 2회 유찰 이후에 입찰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예컨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31.48㎡의 경우 2009년 12월에는 10명이 경쟁 입찰해 18억898만원에 낙찰됐지만 올해 11월에 진행된 경매에서는 2명이 입찰해 11억7777만원에 낙찰돼 낙찰가 차이가 6억3121만원이나 났다.
잠원동 대림아파트 148.43㎡는 2009년 8월 경매에서는 44명이 입찰해 13억2천만원에 낙찰됐지만 올해 9월에는 11억1320만원에 낙찰돼 2억680만원의 낙찰가 차이를 보였으며,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 136.33㎡도 2009년 8월에는 21명이 입찰해 11억2678만원에 낙찰됐으나 3년이 지난 올해 8월에는 단독으로 8억2110만원에 낙찰돼 3억568만원의 낙찰가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위에 예시한 아파트들의 감정가 차이가 그리 크게 나타났던 것도 아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경우 2009년 감정가가 18억원이었던 반면 올해 감정가는 16억5천만원으로 1억5천만원 차이에 불과하고, 잠원동 대림은 16억원으로 2009년이나 올해 모두 같았으며, 문정 올림픽훼밀리는 13억5천만원과 12억원으로 이 역시 1억5천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기껏해야 1억5천만원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낙찰가 차이는 압구정 현대는 6억원 이상, 문정 올림픽훼밀리는 3억원 이상 차이가 났고, 잠원동 대림은 감정가가 같은데도 낙찰가는 2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경매를 위한 감정가 차이는 별 없지만 집값 하락에 대해 주택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심리적 부담은 더 컸다는 얘기가 된다.
취득세 감면이라는 당근책을 썼지만 중소형보다는 대형이 취득세 감면 폭이 그다지 크지 않고, 향후 주택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 탓에 주택 수요자들이 아직도 대형 주택을 그냥 제값 주고 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고 있는 결과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지금 강남권 대형 아파트 경매물건은 넘쳐나고 있다. 내 집 마련 수요나 내 집을 더 넓혀가려는 수요가 분명히 있겠지만 그 수요가 대형 평형까지 가기에는 매우 버거워 보인다. 게다가 주택시장을 정상화 시킬 만한 마땅한 정책적 수단도 바닥난 상태라 주택시장 회복도 이미 요원해졌다.
집값이 바닥이길 바라면서도 확신할 없는 상황이 바로 지금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주택 구입 시 요구되는 것이 가격 경쟁력 아닐까?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있더라도 취득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급적 싼 매물을 찾는 것이다. 그 방법을 달성하기 위해 요즘 경매시장만한 시장이 없다. 특히 강남권 대형 아파트를 취득하고자 한다면 더욱! 주택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을 즐겨 찾는 이유가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강남권 주요 대형 아파트 낙찰가 비교(2009년 vs 2012년)






























































































































































































소재지 아파트 면적(㎡) 입찰일 경쟁수 감정가 최저가 낙찰가 낙찰차액
대치동 은마 107.41 09.12.31 14 1,100,000 880,000 1,045,090 - 252,740
12.07.19 15 1,050,000 672,000 792,350
도곡동 렉슬 134.90 09.07.02 7 2,400,000 1,536,000 1,707,700 - 235,700
12.08.02 1 2,300,000 1,472,000 1,472,000
119.89 09.12.09 2 1,700,000 1,360,000 1,530,000 - 391,010
12.08.07 7 1,500,000 960,000 1,138,990
압구정동 현대 131.48 10.01.28 10 1,800,000 1,440,000 1,808,980 - 631,210
12.11.06 2 1,650,000 1,056,000 1,177,770
서초동 서초래미안 121.66 10.01.07 17 1,300,000 832,000 1,029,210 - 199,210
12.09.13 6 1,100,000 704,000 830,000
잠원동 롯데캐슬 132.16 09.08.20 9 1,450,000 1,160,000 1,283,999 - 233,000
12.08.07 9 1,400,000 896,000 1,050,999
대림 148.43 09.07.16 44 1,600,000 819,200 1,320,000 - 206,800
12.09.11 2 1,600,000 1,024,000 1,113,200
가락동 프라자 133.76 09.08.24 5 840,000 672,000 747,690 - 189,920
12.11.19 3 780,000 499,200 557,770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136.33 09.08.03 21 1,350,000 864,000 1,126,780 - 305,680
12.08.20 1 1,200,000 768,000 821,100
잠실동 주공5단지 110.81 09.07.27 8 1,200,000 1,200,000 1,363,600 - 426,300
12.11.12 14 1,250,000 800,000 937,300
107.44 09.04.06 35 850,000 850,000 1,156,590 - 263,590
12.11.12 1 1,100,000 880,000 8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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