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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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밀려오는 공급 물량에 대한 공포를 없애라!
지금의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는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지만 그간 부동산시장 회복의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를 반년 만에 졸업하면서 2009년 3월부터 9월까지 부동산시장은 다시금 요동을 쳤다. 그러나 당초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꾀하고자 했던 MB정부가 잠시잠깐 정책에 대한 일관성을 잃기 시작했다.
그간 강남권에만 적용해왔던 DTI 규제를 2009년 10월부터 서울과 수도권에 확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본격화했던 시점도 바로 2009년 9월부터이다.
DTI 규제 확대는 그간 주택시장 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다주택자들의 투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보금자리주택 공급은 괜히 일반 주택 수요자들에게 저가의 신규 주택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면서 일반 분양이나 거래시장을 마비시키는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규제를 완화해 주택시장 활성화를 꾀해왔던 MB정부의 뜬금없는 규제정책으로의 선회와 역시나 뜬금없는 반값아파트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금융위기 이후 자연스레 살아나기 시작한 시장 분위기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특히 보금자리주택 공급 본격화는 주택시장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에서 비롯된 반값아파트에 대한 열풍은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았던 민간 분양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했고, 일반 거래시장 역시 보금자리주택만을 바라보는 실수요자들 때문에 거래가 끊기고 전세가만 날로 치솟으면서 전세시장 불안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반값아파트라는 명분은 좋았지만 그 반값아파트라는 것이 강남권에 국한되고 시장 침체로 주택가격이 급락해 강남권을 제외한 다른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더 높아지면서 저가주택이라는 취지를 무색케 했다.
가뜩이나 LH 경영난이 겹치면서 보금자리주택이 외려 애물단지로 전락해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곳도 생겼다. 이 지경이라면 시범지구에서 6차지구(미니 보금자리)까지 지정된 보금자리지구 중 사업을 전혀 추진하지 못하는 곳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저가주택 공급이라는 취지가 퇴색된 것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보금자리 공급 물량 규모가 실로 엄청나다는 점이다. 보금자리지구에서 공급되는 주택 규모는 시범지구(4곳) 5만5930호를 비롯해 미니 보금자리지구(6차)까지 모두 21곳에서 총 27만7604가구로 수용인구만 74만 명이다.
보상, 사업성, 수요, 가격 등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 많은 물량을 MB정부 임기 내 쏟아내려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무리수가 아닐뿐더러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발표된 이후 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범지구 일부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을 뿐 나머지 지구는 아직 보상은 물론 계발계획도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물리적으로 공급이 이뤄질 수 없는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하면서 주택 수요자들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함으로써 일반 주택 거래 침체만 부추겼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그러한 비난을 더 키우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대기하고 있는 공급 물량들이 보금자리주택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수도권에는 보금자리지구에 앞서 공급되고 있거나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2만가구 이상 신도시(2기)가 16곳(서울1, 인천4, 경기북부4, 경기남부6, 경기서부1)에 이르고 여기에서 공급되는 주택수가 총 91만7000가구에 예정 수용인구수만 해도 245만명에 달한다.
신도시 규모만 해도 인천광역시(가구수 91만8000호, 인구수 280만, 2010년 말 기준) 수준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보금자리지구와 신도시(2기)를 합치는 경우 총 119만4600가구에 인구수는 318만명 규모다. 주택호수로는 부산광역시(95만3177가구)를 넘고 인구수로는 부산광역시(360만, 2010년말 기준)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다. 총 개발면적은 248.416㎢로 수원시 행정구역(121.01㎢)의 2배가 넘는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이자 물량이다.
이미 신도시 건설과 입주가 마무리된 곳(판교, 동탄1 등)이 있지만 아직 분양 초기이거나 아직 분양조차 돌입하지 못한 곳(동탄2, 고덕국제화, 검단 등)도 수두룩하다. 신도시나 보금자리 개발이 그때그때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정되거나 개발이 되었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어느 정부든 임기 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쏟아내려 했던 탓에 공급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주택시장만 오히려 역풍을 맞은 꼴이 됐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신도시나 보금자리지구 개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착수해야 한다. 보상이 이미 끝났다면 할 수 없는 일이나 아직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보상계획조차 수립되지 않는 곳이 있다면 개발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주택개발계획을 추진하더라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선개발 지역의 주택수요 상황을 봐가면서 순차적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MB정부 내 실적이라는 공치사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미완의 실패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신도시 개발이나 보금자리 개발에 대한 정리 작업이 나름 필요할 것 같다.
보이는 적보다는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섭다고 했다.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는 대내외적으로 표출되는 요인에 기한 것도 있지만 막연히 공급량이 많아질 것이라는 물량에 대한 공포감도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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