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중개사고와 중개의뢰인의 과실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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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부동산중개업자의 잘못으로 거래당사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중개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거래당사자( 내지 중개의뢰인)의 과실을 상계하여 중개업자에 대한 배상액수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가 실무상 논란이 되어왔다.
이와 같은 “과실상계”제도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하에 인정되고 있는데(민법 396조, 763조), 전문자격사인 중개업자의 잘못으로 중개의뢰인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중개의뢰인의 과실상계를 원칙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결국 보수를 지급하고 의뢰한 부동산전문가인 중개업자를 전적으로 믿지 말고 별도로 권리확인을 해보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상식적으로도 부당한 측면이 있을 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부동산거래 전문가인 중개업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결과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상 논란거리가 되어왔었다.
▶민법 제396조(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민법 제763조(준용규정)
제393조, 제394조, 제396조, 제399조의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
중개의뢰인의 과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판결도 드물게 선고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0. 28. 선고 2009가단57635), 일반적인 법원실무는 중개의뢰인이나 거래당사자의 과실을 생각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해서마저도 과실상계를 광범위하게 인정해오고 있었다. 예를 들어서, 사기꾼이 아파트 하나를 월세로 임대차계약을 한 다음에,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임대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해서 임대인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다음,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 놓아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거액의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가로채는 경우에서, 부동산계약체결과정에서 처분하는 측의 신분확인방법으로 등기권리증까지 살펴보는 것이 보편화되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더구나 매매도 아니고 임대차계약과정에서 등기권리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여 중개업자의 과실을 인정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하에서, 하물며 거래당사자인 임차인 본인의 과실을 인정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의 과실도 약 20% 정도 감안하는 판결이 선고되는 것이 일반적인 법원실무였던 것이다.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측면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개업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손해이지만 거래당사자의 과실도 원칙적으로 감안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판결( 2012. 11. 29.선고 2012다69654호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적법한 임대인이 아닌 사람(아래 사례에서 정00)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임대차보증금 5천만원을 손해 본 임차인이 중개업자(와 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1심재판부는 중개업자의 잘못을 인정하되 임차인의 과실도 20% 고려하여 4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임차인의 과실을 상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하여 손해액수인 5천만원 전액의 지급을 명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과실상계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는 판단을 하여 파기환송을 선고하였다.
먼저, 사건의 자세한 이해를 위해 하급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소개한다(다음은, 위 대법원 2012다69654호 판결의 하급심인 서울북부지방법원 2011가단18564 판결이다).
가. 임대차계약의 체결
1) 피고 김00은 00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이고, 피고 이00은 00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이다.
2) 정00은 2010. 8.초경 피고 이00에게 자신이 거주 중인 서울 동대문구 00 지상 다가구주택 중 3층(이하 ‘이 사건 주택 3층’이라 한다)을 임대하겠다며 위 피고에게 중개를 의뢰하였고, 한편, 원고는 피고 김00로부터 이 사건 주택 3층을 소개받았다.
3) 원고의 처인 000(원고의 대리인 자격으로 이후 모든 계약체결과정을 주도하였다, 이하 ‘원고측’이라 한다)은 2010. 8. 14. 피고 이00의 중개사무소에서 피고 이00, 김00의 공동 중개로 정일0의 대리인으로 자처하는 정00과 이 사건 주택 3층에 관하여 임차보증금 5,000만 원, 월 차임 10만 원, 기간 같은 달 30.부터 2012. 8. 30.까지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그 자리에서 정00에게 계약금 5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나. 정00의 기망행위 등
1) 이 사건 임대차계약 당시 정00의 조부인 정동0이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로 등기부상 등재되어 있었는데, 이미 위 정동0은 1995. 9. 15. 사망하여 정일0(정00의 작은 아버지), 정00 등이 위 정동0의 재산을 공동상속하였으나 그 상속등기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정일0이 이 사건 주택을 타에 임대하는 등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2) 그럼에도 정00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 당시 원고측 및 피고 김00, 이00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정일0이고, 위 정일0이 이 사건 주택을 단독상속하였으며, 자신이 정일0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취지로 거짓말하였다.
3) 당시 정00은 제적등본 또는 가족관계증명서, 등기권리증이나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 및 대리권 유무와 관련한 아무런 자료를 소지하고 있지 아니하였음에도, 피고 이00, 김00은 이 사건 주택의 등기부상 정일0을 채무자로 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말소된 사실이 있고, 정일0의 아들이라는 정00이 이 사건 주택 3층에 거주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정00에 대한 위 서류들의 제시 요구는 물론 정일0과의 전화통화조차 시도하지 아니하는 등 이 사건 주택의 진정한 소유자 등의 권리관계, 정00이 정일0의 자녀인지 여부 및 임대차계약 체결에 대한 대리권 수여 여부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아니한 채 정00을 정일0의 대리인으로 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다만, 특약사항으로 “임대인 대리로 아들 정00의 대리 계약으로 잔금시에 상면키로 한다”는 문구를 기재하였다)하도록 중개함과 아울러 정일0을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로 기재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작성․교부하였다(당시 위 피고들은 별다른 확인 없이 정00이 불러주는 대로 정일0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였다).
4) 원고측은 이후 정00과 당초 약정한 잔금지급기일보다 3일 앞서 이 사건 주택 3층에 입주하기로 합의하여 2010. 8. 27. 오전에 피고 이00의 중개사무소에서 정00과 만나 정00에게 위 특약사항과 같이 정일0을 만나게 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정00은 원고측 및 위 피고들에게 ‘정일0이 시골(전남 고흥군)에서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라고 거짓말하였고, 원고측은 그 말을 믿고 정00로부터 이 사건 주택 3층의 열쇠를 받음과 아울러 정00에게 잔금 4,500만 원을 지급하였고, 이에 피고 이00은 원고측에게 위 잔금에 대한 영수증을 작성하여 주었다.
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의 경과
1) 원고측은 위 잔금 지급 당일 이 사건 주택 3층으로 이사하였는데, 그 날 저녁 나타난 정일0을 통하여 정00이 정일0의 아들도 아니고 그에게 대리권을 준 사실도 없음을 알게 되었고, 정일0로부터 이 사건 주택 3층의 인도를 요구받게 되었다.
2) 원고측은 정00을 형사고소하는 한편, 이 법원 2010가단43945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1. 5. 13. 위 법원으로부터 ‘정00은 원고에게 위 임차보증금 5,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승소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3) 정00은 위 편취사실로 인하여 이 법원 2011고단432호로 기소되어 위 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한 대법원판단은 다음과 같다(대법원판결은 원심피고들 중 중개업협회만이 상고하여, 임차인과 중개업협회가 당사자가 되었다).
1. 상고이유 제1점 및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에 의하면, 중개업자인 김00, 이00가 중개업자에게 요구되는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 및 정00의 대리권에 대한 조사․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정00의 말만 믿고 원고측으로 하여금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아무런 임대권한 없는 정00에게 5,000만 원의 임차보증금을 지급하도록 한 과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체결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고가 김00, 이00에게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임대인 대리로 아들(정00)의 대리 계약으로 잔금시 상면키로 한다’는 취지의 특약을 위반한 채 정00에게 잔금 4,500만 원을 지급하였으므로 위 4,500만 원은 원고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일 뿐 김00, 이00의 중개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위 잔금 지급은 김00, 이00의 중개에 따라 체결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서 이미 정해진 사항으로서 원고는 그 약정의 이행으로 원고에게 잔금을 지급한 것일 뿐이므로 원고가 정00에게 지급한 잔금 4,500만 원 역시 김00, 이00의 중개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중개업자의 주의의무, 손해배상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체결 여부, 계약 상대방의 선택, 계약내용의 결정, 계약방식의 결정에 있어서 계약 당사자가 자유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중 계약체결자유의 원칙에 따르면 당사자는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 당사자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거래할 계약의 내용, 권리관계 등에 대하여 사전에 조사․확인할 기본적 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의 법률관계를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유사한 것으로 파악하여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의뢰받은 중개업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1항에 의하여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 관련 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같은 법 제25조 제1항이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고 그 권리관계에는 중개대상물의 권리자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므로,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매도 등 처분을 하려는 자가 진정한 권리자인지 여부를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55350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21563 판결 등).
이처럼 부동산 거래당사자가 중개업자에게 부동산거래의 중개를 위임한 경우, 중개업자는 위임취지에 따라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고 그 주의의무를 위반할 경우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게 되지만, 그로써 중개를 위임한 거래당사자 본인이 본래 부담하는 거래관계에 대한 조사․확인 책임이 중개업자에게 전적으로 귀속되고 거래당사자는 그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개업자가 부동산거래를 중개함에 있어 진정한 권리자인지 여부 등을 조사․확인할 의무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중개의뢰인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중개의뢰인에게 거래관계를 조사․확인할 책임을 게을리한 부주의가 인정되고 그것이 손해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면, 피해자인 중개의뢰인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기본원리에 비추어 볼 때에도 타당하다.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와 같은 사유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참작되어야 하고, 양자의 과실비율을 교량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사고발생에 관련된 제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6873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부동산의 임대, 매매 등 거래에서 무권리자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부동산 중개업자의 가장 중요한 주의의무 중 하나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가 망인이었으므로 중개업자인 김00, 이00로서는 이 사건 주택의 상속인 등 적법한 소유자를 규명하고 정00이 적법한 대리인인지 확인하였어야 함에도, 부동산중개에 관한 상당한 법률지식과 경험을 갖춘 김00, 이00조차 이러한 사항을 간과한 채 정00의 기망행위에 속아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한 것을 고려하면 부동산의 권리관계 확인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이 없는 원고에게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 및 정00의 대리권 유무에 관한 확인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이는 점, 원고가 소유자와 대면하지 아니한 채 잔금지급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서 정해진 약정을 이행한 것에 불과한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피고의 책임을 100%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볼 때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채용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주택에 관한 등기부등본상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는 1910년생인 정동0으로 기재되어 있었는데 임대차계약은 등기부등본상 소유자 아닌 정동0의 장남인 정일0 명의로 체결된 사실, 계약 체결은 정일0의 대리인이라고 칭하는 정00과 사이에 이루어졌고 임대차보증금 역시 정00에게 지급된 사실, 임대차 계약의 특약사항으로 잔금 지급일에 정일0을 대면하기로 하였음에도 정00의 말만 믿고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지급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임대차계약 및 잔금 지급 과정에서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가 명백하지 아니하고, 정00의 대리권 유무 역시 명확하지 아니하여 거래당사자인 원고로서는 이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는데도, 공인중개사인 김00, 이00만을 믿은 채 제적등본 등의 상속관계서류나 등기권리증 또는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 확인 및 대리권 유무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고, 이러한 원고의 과실 역시 이 사건 손해 발생 또는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러한 사정을 과실상계사유로 전혀 참작하지 아니하고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한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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