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지표상 수치만 조금씩 달라졌을 뿐 2011년 보여줬던 경매시장의 트렌드가 2012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아니 그 트렌드가 더 굳혀졌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2011년 경매시장은 수도권 침체와 지방 강세, 주거용 부동산 침체와 수익형 부동산 대세, 대형 약세와 중소형 강세라는 3가지 큰 흐름을 보였다. 일반 부동산시장, 특히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나타난 경향이 경매시장에 그대로 반영된 탓이다. 2012년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차가 조금 좁혀졌을 뿐 이 같은 경향이 비슷하게 전개됐다. 불황기에 빛을 발하는 게 경매시장이라고 하지만 침체의 골이 워낙 깊었던 탓에 경매시장도 그 불황을 비켜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의 침체된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될까, 아니면 대선 이후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까? 2012년 한 해 경매시장이 어떤 경향들을 보였는지, 이에 따른 2013년 경매시장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보기로 한다.
[2012년 경매시장 트렌드]
1. 경매 모든 지표 ↓
경매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경매물건수, 낙찰가율, 낙찰률, 입찰경쟁률 4대 지표 모두가 2011년보다 감소 내지 하락했다. 경매물건의 경우 12월 21일 현재 기준(부동산태인 집계 자료, 전국에서 총 25만3562건이 경매에 부쳐졌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12년 연말까지 약 26만3500여건이 경매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역대 최저 물량을 기록했던 2011년의 26만7481건과 비슷(약 1.5% 감소)한 수치이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낙찰가율은 67.62%로 2011년 대비 2.29%p 빠졌고, 낙찰률은 27.29%로 동년 대비 2.86%p가 하락했으며, 입찰경쟁률은 3.4대 1에서 3.2대 1로 5.54% 감소했다.
2. 수도권 주택 경매시장 추락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탓에 수도권 주택 경매시장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아무래도 근래 집값 하락세가 중소형보다는 대형에서, 일반아파트보다는 재건축아파트에서 심하게 나타났던 탓에 대형주택과 재건축아파트가 많이 분포된 이들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아파트 낙찰가율의 경우 지방은 88.04%로 2008년 75.99% 저점 이후 4년 연속 상승세를 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수도권은 74.07%로 2011년 대비 6.58%p가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7~2008년 한때 106% 이상의 낙찰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아파트 이상의 상종가를 쳤던 연립ㆍ다세대도 이후 줄곧 하락세를 거듭해 2012년에는 71.41%까지 하락, 70%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매물건수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수도권만 놓고 보면 되레 더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2012년 들어 12월 21일 현재까지 수도권에서 진행된 주택(아파트, 연립ㆍ다세대, 단독주택) 경매물건수는 총 5만9701건. 지난해 5만627건을 이미 9천여건이나 넘어섰다. 2006년 8만7783건 이래 6년만의 최대 물량에 해당한다.
반면 지방 소재 주택 경매물건수는 같은 기간 3만3745건이 경매 진행돼 2011년 4만2200건 대비 80% 수준으로 물량이 대폭 줄었다. 2010년부터 보이기 시작했던 지방 호황과 수도권 침체라는 주택시장 뒤바뀜 현상이 2012년에 더욱 두드러진 탓이다.

3. 임대수익형 부동산 강세
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인한 상가, 오피스텔 등 이른바 임대수익형 부동산 강세 경향은 특히 수도권 경매시장에 여지없이 반영됐다.
우선 경매물건수가 대폭 줄었다. 올해 들어 수도권에서 12월 21일까지 경매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임대수익형 경매물건수는 총 2만5976건에 불과했다. 연간 환산해도 2만7천건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물건수가 급감했던 2011년(2만9879건)의 90% 수준이고, 사상 최고량에 달했던 2006년(3만8626건)에 비해서는 70% 수준에 불과한 물량이다.
오피스텔이 주력인 업무시설의 경우 동기간 평균 낙찰가율은 74.14%로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74.07%를 추월했으며, 상가는 61.44%로 2006년 61.51% 이후 6년만에 60%대를 회복했다. 반면 지방은 주택시장이 호황을 보였던 탓에 업무시설이나 상가 모두 낙찰가율이 2011년보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4. 토지시장 최악의 시기를 보내다.
토지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신도시, 혁신도시, 택지개발, SOC 등 대형 국책사업을 등에 업고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80%를 웃돌았던 전국 평균 낙찰가율은 2009년 75.69%로 떨어진 이후 줄곧 열세를 면치 못하다 2012년 한해(12월 21일까지 집계)에는 67.14%까지 급락했다.
수도권도 사정은 마찬가지. 각종 개발호재가 토지가격에 이미 반영된 데다가 수도권 부동산시장 한파가 몰아닥쳐 토지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2007년 한때 90.62%까지 올랐던 수도권 토지 평균 낙찰가율은 2011년 68.48%로 떨어진데 이어 2012년에는 60.38%까지 하락했다.
토지 경매물건도 12월 21일 현재까지 한 해 동안 수도권에서 2만6554건이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와 이미 2011년 경매물건(2만3267건)을 추월했다. 전국적으로도 9만4475건이 경매 진행됐으며,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약 9만7천여건이 경매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경매시장에 등장한 9만5524건보다 물량이 더 늘어난 수치다.
5. 부실채권(NPL) 투자가 수면으로 부상하다.
IMF 사태 이후 급성장했던 부실채권시장은 채권시장의 구조적ㆍ기술적 한계 봉착, 부동산시장 회복기 진입, 금융기관의 유동화전문회사 등장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다시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에 돌입하자 부실채권시장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9년 10월 국내 주요 6개 은행이 부실채권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공동출자해 설립한 유암코가 등장하면서 유암코를 비롯 한국개발금융, 우리투자금융 등 자산유동화전문회사들이 부실채권을 독식하다시피 해 부실채권 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기도 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낙찰가율이 거듭 하락하면서 유동화전문회사나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 일부가 시장에 나오고,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이점 및 투자의 다양성 측면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경매 전문가, 경매 교육업체 중심으로 부실채권 투자시장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부실채권을 접할 채널이 부족한 상태여서 부실채권시장 활성화까지 이르지는 못한 상황이다. 다만 경매 전문가그룹을 중심으로 입찰 성공률 제고 차원에서 유동화전문회사나 저축은행 개별 접촉을 통해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투자 내지 투자자문 사례가 빈번해져 이로 인해 경매 낙찰가율이 상승한 면도 없지 않았다. (주)이웰에셋(www.e-wellasset.co.kr) 문의: 02-205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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