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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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 분양가 상한제 명예롭게 은퇴할 때 됐다 -부동산 정책 중 분양가 상한제만큼 파란만장한 굴곡의 역사를 지닌 정책도 드물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태생도 그러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도 두고두고 말들이 많았던 정책 중 하나였다. 분양가 상한제는 건설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표준건축비(기본형 건축비+가산비용)에 택지비를 더해 아파트 분양가를 산정하는 제도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상한선을 규제함으로써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고 더불어 인근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자 했던 취지에서 2007년 9월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그 전에도 분양가 규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공주택 분양가 규제는 1963년부터 있었고, 1977년에는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규제가 첫 도입됐으며, 1989년에는 분양가 원가연동제가 도입되면서 지금의 분양가 상한제와 비슷한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분양가 규제는 그간 50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녔지만 당시만 해도 분양가 상한제 내지 이에 반대되는 분양가 자율화는 정치적 논리보다는 순전히 대내외적 경제논리가 주로 작용해왔다. 1977년의 분양가 규제는 당시 중동 특수로 시중에 넘쳐나는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함에 따른 조치였고, 2007년 분양가 규제 역시 참여정부 들어 급등하기 시작한 집값 안정을 목표로 재도입한 것이다.
분양가 자율화 역시 그 때마다 터진 대내외 경제적인 변수가 주로 작용했다. 분양가를 규제해오다 일시적으로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된 1981년에는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걸쳐 발발한 원유파동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그 원인이었으며, 1999년 초에 단행된 전면적인 분양가 자율화는 1997년 말에 터진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내려진 조치였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던 집값이 2009년 반짝 상승했지만 2010년부터 현재까지 벌써 만 3년째 내리막길이다. 세종특별시나 지방 공기업 이전 예정지 일부 지역에서만 언제 꺼질지 모를 불안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연일 집값 떨어진다는 소리만 들릴 뿐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없다.
그간 주택시장 견인차 역할을 했던 재건축 아파트는 사업 추진도 부진하고 집값 떨어지는 폭이 더 커 곡소리가 날 정도이며, 세제 지원에 힘입어 그나마 감소했던 수도권 미분양도 벌써 7개월째(2012년 11월말 기준, 국토해양부 자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 추세대로라면, 즉 오로지 경제논리로만 본다면 경제 회복의 단초를 제공하고, 건설경기 부양, 주택시장 정상화 등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위한 명분이 충분했음에도 아직 분양가 상한제가 잔존하고 있음은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가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그 정치적인 논리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 분양가도 오르고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서민들 주택 마련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 더불어 건설업자들 배만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2007년 9월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단지들이 분양가를 높여 분양한 결과가 어떠했을까? 서울시내 재건축 단지 일반 분양가가 당시 3.3㎡당 2천만원 후반대에서 3천만원대까지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키면서 분양에 돌입했으나 상당량의 미분양 양산을 초래하고 결국 20~30% 할인된 가격에 암암리에 재분양했던 사실들을 기억할 것이다.
과거와 달리 주택 소비자들은 이제 주택시장 흐름에 부하뇌동 하는 반사적인 그룹이 아니라 주택시장 흐름을 평가하고 기다릴 줄 아는 관망적이고도 평가적인 그룹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건설업자들의 배불림을 용납하지 않게 된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의 커다란 대외적 변수를 접하면서 그런 성향이 더 강해졌고, 따라서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을 무시한 채 분양에 돌입한 건설업자들은 철퇴를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분양가가 급등하고 서민들의 주택마련이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은 어떨까? 우선 약간의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하겠지만 요즘의 시장 분위기가 용납하지 않는 정도까지의 분양가 상승은 있지 않을 것이다. 시장 여건의 악화, 주택투자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소비자 눈높이를 떠난 분양가로 인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주택 공급업자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택 공급업자들이 주택 소비자들을 무서워하는 시대, 분양가를 자율화해도 시장이 충분히 자정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이 도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분양가가 상승하면 서민들의 주택마련이 더 어려워진다는 점은 다소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분양가가 유례없이 싸고, 미분양주택도 많고, 시세가 급락하고 있음에도 서민들이 주택마련을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을 살 능력이 있음에도 집을 사지 않고 전세나 임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단지 경기가 불황이라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서? 단지 그것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주택투자 내지 소유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큰 원인이다. 과거 주택의 소유는 투자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투자가 아니라 거주수단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의 위기와 지속적인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 그러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집을 사거나 분양가가 싸다고 해서 집을 사는 것보다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일단의 그룹들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무분별한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고 주택시장 안정에 기한다는 순기능을 얘기하지만 이는 주택시장이 과열될 때나 합당한 것이고 지금처럼 극도로 주택시장이 침체돼 있을 경우에 그 논리는 마땅치 않다. 분양가 상한제의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역기능(재건축 시장 위축, 수도권 외곽 및 지방 위주의 공급, 미분양 발생, 질적으로 저하된 주택 공급, 민간 건설부문 위축 등)이 더 부각되는 것도 분양가 상한제를 유지할 명분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민간 건설부문 위축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사업성이 담보된 택지 확보가 어려워진데다가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주택 공급의 주도권을 공공 건설부문에 뺏기고 말았다.
이로 인해 민간 건설업자들은 아예 사업 자체를 추진하지 못하거나 토지 가격이 싸고 입지가 열악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으로 쫓긴 나머지 미래의 수급불균형, 산적한 미분양 물량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봉착하게 됐다. 1981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다시 1983년부터 재차 도입된 분양가 규제 - 이때 정한 분양가를 1989년까지 유지 - 한 결과 주택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을 치른 직후 집값 급등으로 '주택대란'을 초래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분양가 상한제의 역할은 이미 2009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벗어나 일시적으로 주택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한 때가 2009년이었고, 이후 주택시장은 현재까지 4년째 빈사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2009년까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존치될 가치가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다. 필자도 2009년에는 분양가 상한제의 존재가치를 인정한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달라졌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금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존폐를 논할 때가 아니다. 그 보다는 고사 직전에 있는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것, 민간 건설부문 위축에 따른 공급 감소로 인한 장차의 수급불균형이 초래할 주택대란의 재발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한 그것이 분양가 상한제가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명분이기도 하다.
(주)이웰에셋(www.e-wellasset.co.kr) 문의: 02-2055-2323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분양가 자율화 역시 그 때마다 터진 대내외 경제적인 변수가 주로 작용했다. 분양가를 규제해오다 일시적으로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된 1981년에는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걸쳐 발발한 원유파동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그 원인이었으며, 1999년 초에 단행된 전면적인 분양가 자율화는 1997년 말에 터진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내려진 조치였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던 집값이 2009년 반짝 상승했지만 2010년부터 현재까지 벌써 만 3년째 내리막길이다. 세종특별시나 지방 공기업 이전 예정지 일부 지역에서만 언제 꺼질지 모를 불안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연일 집값 떨어진다는 소리만 들릴 뿐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없다.
그간 주택시장 견인차 역할을 했던 재건축 아파트는 사업 추진도 부진하고 집값 떨어지는 폭이 더 커 곡소리가 날 정도이며, 세제 지원에 힘입어 그나마 감소했던 수도권 미분양도 벌써 7개월째(2012년 11월말 기준, 국토해양부 자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 추세대로라면, 즉 오로지 경제논리로만 본다면 경제 회복의 단초를 제공하고, 건설경기 부양, 주택시장 정상화 등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위한 명분이 충분했음에도 아직 분양가 상한제가 잔존하고 있음은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가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그 정치적인 논리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 분양가도 오르고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서민들 주택 마련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 더불어 건설업자들 배만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2007년 9월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단지들이 분양가를 높여 분양한 결과가 어떠했을까? 서울시내 재건축 단지 일반 분양가가 당시 3.3㎡당 2천만원 후반대에서 3천만원대까지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키면서 분양에 돌입했으나 상당량의 미분양 양산을 초래하고 결국 20~30% 할인된 가격에 암암리에 재분양했던 사실들을 기억할 것이다.
과거와 달리 주택 소비자들은 이제 주택시장 흐름에 부하뇌동 하는 반사적인 그룹이 아니라 주택시장 흐름을 평가하고 기다릴 줄 아는 관망적이고도 평가적인 그룹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건설업자들의 배불림을 용납하지 않게 된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의 커다란 대외적 변수를 접하면서 그런 성향이 더 강해졌고, 따라서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을 무시한 채 분양에 돌입한 건설업자들은 철퇴를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분양가가 급등하고 서민들의 주택마련이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은 어떨까? 우선 약간의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하겠지만 요즘의 시장 분위기가 용납하지 않는 정도까지의 분양가 상승은 있지 않을 것이다. 시장 여건의 악화, 주택투자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소비자 눈높이를 떠난 분양가로 인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주택 공급업자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택 공급업자들이 주택 소비자들을 무서워하는 시대, 분양가를 자율화해도 시장이 충분히 자정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이 도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분양가가 상승하면 서민들의 주택마련이 더 어려워진다는 점은 다소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분양가가 유례없이 싸고, 미분양주택도 많고, 시세가 급락하고 있음에도 서민들이 주택마련을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을 살 능력이 있음에도 집을 사지 않고 전세나 임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단지 경기가 불황이라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서? 단지 그것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주택투자 내지 소유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큰 원인이다. 과거 주택의 소유는 투자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투자가 아니라 거주수단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의 위기와 지속적인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 그러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집을 사거나 분양가가 싸다고 해서 집을 사는 것보다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일단의 그룹들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무분별한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고 주택시장 안정에 기한다는 순기능을 얘기하지만 이는 주택시장이 과열될 때나 합당한 것이고 지금처럼 극도로 주택시장이 침체돼 있을 경우에 그 논리는 마땅치 않다. 분양가 상한제의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역기능(재건축 시장 위축, 수도권 외곽 및 지방 위주의 공급, 미분양 발생, 질적으로 저하된 주택 공급, 민간 건설부문 위축 등)이 더 부각되는 것도 분양가 상한제를 유지할 명분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민간 건설부문 위축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사업성이 담보된 택지 확보가 어려워진데다가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주택 공급의 주도권을 공공 건설부문에 뺏기고 말았다.
이로 인해 민간 건설업자들은 아예 사업 자체를 추진하지 못하거나 토지 가격이 싸고 입지가 열악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으로 쫓긴 나머지 미래의 수급불균형, 산적한 미분양 물량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봉착하게 됐다. 1981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다시 1983년부터 재차 도입된 분양가 규제 - 이때 정한 분양가를 1989년까지 유지 - 한 결과 주택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을 치른 직후 집값 급등으로 '주택대란'을 초래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분양가 상한제의 역할은 이미 2009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벗어나 일시적으로 주택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한 때가 2009년이었고, 이후 주택시장은 현재까지 4년째 빈사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2009년까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존치될 가치가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다. 필자도 2009년에는 분양가 상한제의 존재가치를 인정한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달라졌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금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존폐를 논할 때가 아니다. 그 보다는 고사 직전에 있는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것, 민간 건설부문 위축에 따른 공급 감소로 인한 장차의 수급불균형이 초래할 주택대란의 재발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한 그것이 분양가 상한제가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명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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