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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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올림픽’으로 불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학술대회가 2년만에 대면 방식으로 개최됐음에도 큰 성과없이 폐막됐다. 참가기업들이 발표한 연구 결과가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이로인해 주가도 밀려났다.

8일 오전 9시47분 현재 에이비온은 전일 대비 250원(2.31%) 하락한 1만550원에, HLB는 450원(1.11%) 빠진 4만150원에, 엔케이맥스는 100원(0.50%) 내린 2만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세 회사는 전일에도 약세였고, 특히 HLB의 전일 낙폭은 6.34%에 달했다.

시장의 약세도 영향을 미쳤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시카고에서 지난 3~7일(현지시간) 개최된 ASCO 연례학술대회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끝난 영향으로 분석한다. ASCO는 미국의 양대 항암학회다. 연례학술대회가 열리는 현장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종사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 행사에서 발표 기회를 얻은 기업들은 그 동안의 연구·개발(R&D) 성과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서도 관심이 모여왔다.

하지만 올해 ASCO 연례학술대회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크게 주목되지 않았다. 행사에서 내놓은 연구 결과가 큰 주목을 끌지 못한 탓이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ASCO 발표는) 전반적으로 초기 임상에 대한 데이터를 포스터에 담고 있었으며, 향후 진행 계획이 있는 임상 프로토콜을 공개한 기업도 있었다”며 “국내 기업 데이터 중 이번 ASCO에서 압도적으로 주목받을 데이터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ASCO에서 발표한 기업 중 오스코텍(0.54%), 메드펙토(0.51%), 유한양행(0.34%) 등은 이날 상승하고 있지만, 전일에는 2~10%대의 낙폭을 보였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데이터를 확인한 뒤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대형 학회에 참가해 발표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 ASCO 개막을 앞두고 발표의 제목과 간략한 내용을 소개하는 초록이 공개된 지난달 27일에도 엔케이맥스, 에이비온, HLB 등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향후 주가 흐름도 관심사다. 제약·바이오 섹터의 대형 학회·컨퍼런스 이벤트 때마다 개막 전에는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가, 폐막 이후 직전의 저점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작년까지 주요 학회·컨퍼런스가 비대면으로 진행됐지만, 올해부터는 대면으로 전환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업계와 협업할 기회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허혜민 연구원은 “(ASCO를 앞두고) 시장 분위기는 조용했으나, 산업계 분위기는 기술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대면 행사를 치른 뒤 바로 기술수출과 같은 성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유한양행이 얀센에 항암신약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한 2020년에도 최초 협상은 연초 개최된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시작됐고, 최종 계약은 같은해 11월에 맺어진 바 있다.

ASCO에 이어 오는 13~16일에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박람회인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이 개최된다는 점도 제약·바이오 섹터의 주가를 지지해줄 가능성이 있다. 이 행사와 관련해서는 최근 바이오사업 진출을 선언한 롯데그룹이 내놓을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