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나올 전망이다.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7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SER-109‘의 사용 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세 달 내 서류 제출 등의 모든 절차가 완료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발표로 세레스의 주가는 전날 대비 약 78% 급등했다.

SER-109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감염증(CDI·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치료제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으로 결장염이 유발된다.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이 중 25%는 치료 후 30일 내에 재발한다.

세레스는 임상 3상(ECOSPOR III) 결과 SER-109가 환자의 재발율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고 했다. 3상에 따르면 SER-109를 복용한 군은 위약군에 비해 재발율이 30.2% 감소했다. 복용 8주 이내에 재발한 환자는 SER-109 복용군에서 11.1%였던 반면, 위약군에서는 41.3%였다.

FDA가 요청한 추가 임상(ECOSPOR IV)에서도 효능을 확인했다. 추가 임상에서는 SER-109를 복용한 CDI 환자 263명의 재발율을 8주, 24주 후 확인했다. 그 결과 8주 이내에 재발한 환자는 8.7%, 24주 내 재발한 환자는 13.7%였다.

CDI가 이미 재발한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CDI 재발율을 6.5%였으며, 두 번 이상 재발을 경험한 환자에서는 9.7%였다. 회사는 “CDI의 재발을 경험했던 환자에서도 재발율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고 했다.

SER-109는 FDA로부터 혁신치료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약물이다. 세레스는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짧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DA의 사용 승인을 받게 되면 SER-109의 상업화와 판매는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가 맡게 된다. 지난해 세레스는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에게 SER-109의 상업화, 판매에 대한 권리를 넘기는 대가로 1억7500만달러(약 2200억원)의 선급금을 받았다. 판매 승인을 받을 경우 1억2500만달러(약 1570억원)의 성과기술료(마일스톤)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에릭 샤프 세레스 CEO는 “네슬레와의 협력으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SER-109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ER-109는 장에 서식하는 퍼르미큐테스(firmicutes)의 포자로 만들어진 경구 약물이다. 퍼르미큐테스의 포자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의 생활 주기(life cycle)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SER-109는 2016년 임상 2상에서 위약군 대비 CDI의 감염 위험을 낮추지 못해 사실상 실패했다. 하지만 세레스는 2017년 복용량을 증가시키는 등 임상계획 변경을 통해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증명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