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칼럼] 한 차례의 점심식사도 낭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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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직장인에게 있어 점심시간은 단순히 밥 먹는 것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심시간을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것 이외의 특별한 행위로 간주하지 않는다. 점심시간을 보면 그 조직의 문화를 바로 알 수 있고, 나아가 창조적인 조직문화를 만들 수도 있다.
누구와 같이 점심을 먹는지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달라진다. 옥스퍼드 대학교 로빈 던바 교수와 연구진은 영국 성인 8,2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여럿이 함께 밥을 먹는 사람에 비해 혼자 먹는 사람에게서 불행감이 꽤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던바 교수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식탁에 둘러앉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행동은 통증완화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강제적으로 식사자리를 마련한 경우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식사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데도 부하직원은 왜 상사와 식사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 실제로 밥을 같이 먹어보면 다른 부서 직원 험담, 어떤 상사의 꼰대 짓, 회사에 떠도는 불륜설 등의 가십거리가 주를 이루고 게다가 개인사 지적질까지 불편한 얘기를 듣게 된다. 다수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 휴게시간이 아닌 업무시간의 연장이라고 인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점심 ‘메뉴’보다 점심 ‘시간’이 더 중요해진 직장인이 대폭 늘어났다. 이들은 자신의 책상에서 혼밥이나 패스트푸드로 대충 식사를 마치고 잔여 시간을 확보하길 원한다. 실제로 직장인의 58퍼센트는 대충 끼니를 때우고 다른 일을 하며 점심시간을 채우고 싶어 했다. 그 중 단연 1위는 ‘휴식’이었다.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긴 피로사회를 사는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하루 중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오아시스인 셈이다.
문제는 이 휴식시간을 어디서 보내는가이다. 복수의 연구결과를 보면 직장에 오래 머무르는 것보다 몇 분이라도 사무실 밖에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창의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정신적 에너지 탱크를 가지고 있다. 운동이나 산책 등 30분 만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비어가는 에너지 탱크를 채우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에너지 보충없이 같은 공간에서 쉬는 듯 일하면 피로는 배로 쌓인다.
데이비스 경영대학원의 킴벌리 엘스 바흐(Kimberly Elsbach) 캘리포니아 대학교수는 “같은 위치에 있는 내부에만 머무르는 것은 창의적 사고에 정말 해롭다. 환경을 바꿀 때, 특히 자연과 같은 환경에 자신을 노출할 때 창의성과 혁신이 일어난다.”라고 강조한다. 구글, 애플, 텐센트 등 유명 글로벌 기업들이 정해진 점심시간이 없고 자율적으로 휴식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의류 제조회사 한섬은 직원들의 점심식사 시간을 30분 늘려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도록 했고, 마케팅대행사 이노레드는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늘린 프런치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점심식사는 보이지 않는 음지를 챙길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한 장수 CEO는 외부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점심시간이 지났다 싶으면 자신처럼 식사를 못한 건물 경비원, 환경미화원들과 같이 먹는다. 혼자 먹기 애매하고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수고하고 있는 이들을 격려하는 것과 함께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안에 있는 관점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권력을 드러내기 위해 같이 먹는 게 아니라 의미로 먹는 식사다. 더구나 경비원, 환경미화원과 정중하게 식사하는 걸 본 직원들은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언제 또 사장과 식사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같은 직원이 아니라고 하찮게 보는 문화도 사라진다. 경영학계 3대 구루인 톰 피터스는 말한다. “단 한 차례의 점심식사도 낭비하지 말라.”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누구와 같이 점심을 먹는지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달라진다. 옥스퍼드 대학교 로빈 던바 교수와 연구진은 영국 성인 8,2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여럿이 함께 밥을 먹는 사람에 비해 혼자 먹는 사람에게서 불행감이 꽤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던바 교수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식탁에 둘러앉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행동은 통증완화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강제적으로 식사자리를 마련한 경우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식사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데도 부하직원은 왜 상사와 식사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 실제로 밥을 같이 먹어보면 다른 부서 직원 험담, 어떤 상사의 꼰대 짓, 회사에 떠도는 불륜설 등의 가십거리가 주를 이루고 게다가 개인사 지적질까지 불편한 얘기를 듣게 된다. 다수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 휴게시간이 아닌 업무시간의 연장이라고 인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점심 ‘메뉴’보다 점심 ‘시간’이 더 중요해진 직장인이 대폭 늘어났다. 이들은 자신의 책상에서 혼밥이나 패스트푸드로 대충 식사를 마치고 잔여 시간을 확보하길 원한다. 실제로 직장인의 58퍼센트는 대충 끼니를 때우고 다른 일을 하며 점심시간을 채우고 싶어 했다. 그 중 단연 1위는 ‘휴식’이었다.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긴 피로사회를 사는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하루 중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오아시스인 셈이다.
문제는 이 휴식시간을 어디서 보내는가이다. 복수의 연구결과를 보면 직장에 오래 머무르는 것보다 몇 분이라도 사무실 밖에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창의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정신적 에너지 탱크를 가지고 있다. 운동이나 산책 등 30분 만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비어가는 에너지 탱크를 채우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에너지 보충없이 같은 공간에서 쉬는 듯 일하면 피로는 배로 쌓인다.
데이비스 경영대학원의 킴벌리 엘스 바흐(Kimberly Elsbach) 캘리포니아 대학교수는 “같은 위치에 있는 내부에만 머무르는 것은 창의적 사고에 정말 해롭다. 환경을 바꿀 때, 특히 자연과 같은 환경에 자신을 노출할 때 창의성과 혁신이 일어난다.”라고 강조한다. 구글, 애플, 텐센트 등 유명 글로벌 기업들이 정해진 점심시간이 없고 자율적으로 휴식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의류 제조회사 한섬은 직원들의 점심식사 시간을 30분 늘려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도록 했고, 마케팅대행사 이노레드는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늘린 프런치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점심식사는 보이지 않는 음지를 챙길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한 장수 CEO는 외부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점심시간이 지났다 싶으면 자신처럼 식사를 못한 건물 경비원, 환경미화원들과 같이 먹는다. 혼자 먹기 애매하고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수고하고 있는 이들을 격려하는 것과 함께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안에 있는 관점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권력을 드러내기 위해 같이 먹는 게 아니라 의미로 먹는 식사다. 더구나 경비원, 환경미화원과 정중하게 식사하는 걸 본 직원들은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언제 또 사장과 식사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같은 직원이 아니라고 하찮게 보는 문화도 사라진다. 경영학계 3대 구루인 톰 피터스는 말한다. “단 한 차례의 점심식사도 낭비하지 말라.”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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