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대감도 시들…볕들날 안보이는 건설주, 증권가 "비주택주에 기회"
정부가 부동산 정책 개편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건설주들은 하반기에도 맥을 못 출 것이란 증권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 침체 영향을 피할 수 있는 비주택주를 담으라고 조언했다.

8일 주요 건설업종을 담은 KRX 건설지수는 전일보다 1% 오른 628.64에 거래 중이다. KRX 건설지수는 최근 한 달(5월6일~6월8일) 사이 6.68% 빠졌다. 이 기간 전체 KRX 업종지수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완화해주는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놨다. 건설교통부도 수도권에 적용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를 이달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공시지가 현실화 방안 역시 재검토에 들어갔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이 잇달아 나왔음에도 건설주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부동산 정책 방향이 잡히면서 건설주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 등 악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에 한해 LTV를 완화하긴 했지만, 현행 LTV 제도를 전체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은 2023년께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주택 구매 수요가 당분간 크게 늘어나긴 어렵다”며 “경기 일부 지역과 지방은 착공 수가 감소하는 등 공급도 원활하지 않은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 단지에서도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합과 시공사업단 갈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중단된 둔촌주공 사태처럼 규제 완화만으로 재건축 사업이 빠르게 시행될지도 불확실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사업 중심의 건설주들은 장기적으로는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GS건설의 매출액 증가율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저효과로 올해 15.5%를 달성했다가 내년 5.2%, 2024년 3.5%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대우건설 역시 올해 13.1%에서 이후 7.6%, 4.5%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해외 사업 및 재생에너지 분야 건설에 뛰어든 비주택 업체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대차증권은 삼성엔지니어링을, NH투자증권은 현대건설을 각각 추천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고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해외 석유·LNG 플랜트 관련 수주가 기대되는 삼성엔지니어링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해상풍력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건설은 자회사인 현대스틸산업과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